유통·물류시장 ‘셈법’ 복잡해 져 … 주도권 전쟁 더 치열해 져

올 초부터 국내 육상물류시장에서 크고 작은 논쟁을 이어온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지난 달 30일, 전격 발표되자 그 동안의 논란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모양세 다. 대외적으로는 육상물류시장 구성원 모두를 ‘윈-윈’구도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말 그대로 뜨뜻미지근한 개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발전 방안 발표 후 유통 물류시장 관계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택배를 비롯한 1.5톤 이하 소형 상용차를 이용한 화물운송시장의 직접운송에 나섰던 유통 사업자들의 물류 배송전략은 이번 안 발표로 덧셈과 뺄셈에서 한발 더 낳아가 더 어려운 함수까지 계산해야 하는 고난이도 산수를 풀어야 할 상황이다.

한편 이번 증차 규제 완화로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과 통합물류협회 간 끝없던 법정공방도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그 속내로 들어가 보면 그곳 역시 복잡한 이해관계를 내포하고 있어 또 한번의 주도권 잡기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택배·유통업체 모두 만족, 직접 배송도 고려?

이번 육상운송 발전 방안만 살펴보면 원활한 배송차량 증차를 요구했던 택배업계가 가장 큰 승자처럼 보인다. 이번 방안이 발표되자 한국통합물류협회에는 축하전화도 쇄도했다는 후문이다. 물동량 증가에 따라 만년 차량부족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택배업계는 자가용 택배차량에 대한 원활한 차량 증차가 가능해져 차량부족에 따른 서비스 차질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자가용 화물차에 대한 불법 배송 파파라치 우려도 사라지게 되면서 말 그대로 천군만마를 얻은 형국이다. 특히 영업용 번호 프리미엄 비용 추가 없이 차량증차를 할 수 있어 시장 진입 신규 인력 수급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또 다른 수혜 업계는 쿠팡과 동종업종인 온·오프 유통기업 직접운송 사업자들이다. 이들도 지금까지 영업용 번호에 붙어있던 프리미엄 구입비용 부담 때문에 쉽게 유상운송 물류서비스에 나서지 못하고 자가용으로 살얼음판 배송에 나서왔지만, 이번 증차규제 완화로 법적 분쟁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20대 이상,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앞으로는 유연성 있게 물동량 증가에 따른 영업용 차량 증차가 가능, 눈치 안보고 서비스 확대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각각의 사업자들은 직접운송에 나설지 저울질에 들어갔다. 당장 쿠팡의 경우 기존 자가용 화물차를 영업용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동종업계인 티켓몬스터, 위메프 뿐 아니라 G마켓, 옥션 등으로 대표되는 오픈마켓에서의 배송 체계방안 개편도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G마켓, 옥션의 이베이코리아는 묶음 배송을 통한 물류서비스는 택배회사들에게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일배송은 하지 못하지만 익일 택배서비스를 통해 지금까지 불만 없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물론 최근 대세를 이루는 당일배송에 약점은 있지만, 이베이코리아는 2만 여개의 상품은 당일 배송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경쟁이 격화되면 이번 증차해제로 현 아웃소싱 물류배송은 쿠팡처럼 직접배송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또 11번가 역시 ‘합포장’ 배송에 나서고 있지만, 물류 센터 확장 등을 통해 당일배송, 퀵 배송서비스도 고려 중이다.

발전방안, 그 이면엔 고난이도 ‘셈법’ 필요

화물운송 발전방안의 핵심이던 1.5톤 이하 소형 상용차 증차 규제는 풀렸지만, 정작 앞서 언급된 영세 운수사업자들에겐 이번 안은 그림의 떡이 됐다. 또 유통 물류업체들의 계산도 더 복잡해 졌다.  규제는 사라졌지만, 과연 이들 업체들의 직접 물류서비스는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로 복잡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상황을 맞은 것이다.

택배시장의 경우 큰 고객인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직접운송이 확산될 경우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차량증차와 물동량을 맞교환한 계산법이 이득일지 손해일지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만큼 계산법이 복잡해 졌다.
한편 일부에선 1.5톤 이하 소형 화물차 증차 규제완화가 직접고용이란 조건 때문에 선뜻 자체 배송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다 차량증차로 직접고용이 용이해 지면서 운수 다단계 형태로 발전방안이 변칙 운영될 경우 화물운송시장의 또 다른 분쟁꺼리로 자리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온라인 유통기업들의 물류서비스 강화전략으로 직접 배송이 고객들의 호평을 받자 여러 온 오프 유통기업들이 이에 질세라 당일 배송과 직접배송을 늘렸다. 하지만 결과는 이로 인한 대규모 적자로 이어지면서 현재는 이와 같은 물류서비스 경쟁이 한 풀 죽은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이들 소셜커머스기업들을 포함해 오프라인 할인점들까지 대대적인 물류인프라를 확대하고 있지만, 물류부문만 보면 물류서비스 강화를 위한 투자대비 수익률은 크게 낮다. 물류산업연구원 김현수 부원장은 “국내 어느 기업도 정부가 발표한 직접고용에 쉽게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며 “유통업체들 간 가격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에서 차량 증차 규제가 풀렸다고 업체들이 대대적인 배송 인력 직접고용을 늘리면서 비용을 쏟아 붓는 모험에 선뜻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지적은 결국 제품 가격 1만원 이상을 무료 배송하면서 4대 보험 지급과 직영차량 구입, 초과근무 수당 등의 비용지출의 부담을 의미한다. 따라서 직영 물류서비스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상황에서 이번 발전방안으로 유통시장의 물류서비스 체계의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형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증차가 원활해진 만큼 온라인 쇼핑몰기업과 홈쇼핑업체들의 물류서비스 전략이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미 지난해 직접 배송에 따른 대규모 적자가 증명된 만큼 예상한 공격적 물류서비스 전환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으로 유통 물류 시장은 또 한번의 득실을 고민하게 됐다. 증차규제는 풀렸지만,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쉽게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만큼 향후 세부 계획 발표와 더불어 다양한 셈법이 필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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