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96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지만, 택배와 연관되어 있는 모든 종사자들은 언제나 노심초사 일 수밖에 없는 시기가 바로 명절이다.

필자처럼 홈쇼핑에서 SCM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나 직접 택배를 운영하는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7~8월 택배 비수기를 지나자마자 바로 추석 특수기를 맞닥뜨리게 되고, 사회적 이슈로 인해 택배 물동량이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되지만 가장 문제인 것은 그 짧은 단기간에 과부하가 걸릴 경우 대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복선을 깔고 최대 물동량을 대비하여 계획하고 준비를 한다. 모든 택배사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겠지만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터지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명절 특수기는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모든 유통업체들에게는 일종의 대목이다. 지금 대목은 옛날 경기가 좋아서 잘 나가던 시절의 대목과는 엄연히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목은 대목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경기 침체기에는 더더욱 경쟁이 심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예전처럼 오프라인 행사로 대목 장사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오프라인 행사도 가장 많은 시기다.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물동량이 증가될 수 밖에 없고, 온라인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TV홈쇼핑과 모바일 쇼핑으로 더욱 더 집중화 되고 있는 온라인 쇼핑에 너나 할 것 없이 치중하는 형국인지라 이번 추석의 택배물동량은 그 어느 때보다 틀림없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정리해 보면 올해 추석 택배 물동량은 사회적 이슈를 제외하면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쇼핑의 집중화로 인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물동량지수 사상 최고치 기록
필자가 2012년부터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단초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명절 택배물동량지수다.

택배물동량지수는 택배물동량의 증감 현황을 지수화 한 것으로 전년대비 택배물동량이 어떤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보기 위해 만든 일종의 트렌드 지표라 할 수 있다. 전년 동기간 명절을 비교하여 수요가 가장 많은 물동량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2012년부터 측정해오고 있다. 택배물동량지수는 2012년 설의 택배물동량을 기준치 1로 보고 다음 명절의 물동량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를 지수화 한 것이다.

이번 추석 택배물동량지수는 2.2다. 2012년부터 택배물동량지수를 측정해왔지만 지수가 2를 돌파한 것은 이번 추석이 처음이다. 2012년을 기점으로 4년 6개월 만에 우리나라의 명절 택배물동량이 2.2배 증가한 것이다. 필자도 깜짝 놀랐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라고 봐도 무방한 수치다. 올해 설과 비교해 봐도 지수로는 0.59점이 상승한 것이고, 이를 퍼센트화 하면 36.5%가 증가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렇게 많이 택배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택배물동량의 증가를 예상은 했지만 그 수준이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진다.

왜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2012년 택배 인프라와 현재 택배 인프라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게 된다. 택배 인프라에 해당하는 중계터미널, 간선 차량, 택배지점, 택배기사가 지금의 택배 물동량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지를 점검해보면 된다.

특히 택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계터미널이다. 중계터미널에는 엄연히 하루 처리 물동량이 존재한다. 하루 처리 물동량이 100인데 명절 특수기를 감안해서 130까지 능력을 상승시킨다고 해도 그 이상 초과하는 물동량이 들어오면 중계터미널은 과부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명절 특수기 중계터미널의 능력을 130까지 상승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기간 가능한 방법은 사람 밖에 없다. 지금 모든 택배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우려가 되는 것은 추석을 기점으로 택배 물동량은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보면 현재 택배 인프라 수준은 계속해서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심각하지만 해답은 너무나 간단 명료하다. 구조적으로 안 되는 것을 무조건 된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중계터미널의 수준에 맞게 물동량을 조절해야 하고, 오늘 집화하면 내일 배송되는 하루 배송 체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배송리드타임에 따라 택배 요금 체계도 세분화 되어야 한다.

이번 추석 택배물동량 증가의 여파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우리 택배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는 자명해 보인다. 그래서 지금은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 생각은 언제나 첫째도 고객이요 둘째도 고객이요 마지막도 고객일 때 답이 나온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