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물류산업의 과제 -

다소 충격적인 그래프 하나를 보자. 이 그래프가 나타내고자 하는 요지는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이 한계치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물류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물동량이 고갈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프의 출처는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이 지난 10월 발표한 이슈리포트(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 소프트 파워)의 내용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S-Curve상 이론적 한계치에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굳이 ‘이론적 한계치’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물류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래프의 하강 곡선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국내 주력산업이었던 조선업과 해운업 등이 쇠퇴하고,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도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벌어진 한진해운 사태는 국내 물류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앞으로 더욱더 확산될 것이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 2차 산업혁명에서 뒤떨어진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세계무대에 우뚝 섰다. 국내 물류산업 역시 IT와 접목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와 변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목에 다다르자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3차 산업혁명의 영역인 스마트폰 등의 부문에서 애플,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기에 바빠 미래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다. 이미 미국의 구글이나 테슬라모터스, 애플 같은 기업들은 전기차를 만들고 있고 중국 기업들도 전기차 부문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가고 있다.

전 세계를 하나의 상권으로 가두는 미국 아마존닷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같은 인터넷 기업들의 행보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다. 이들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점점 제조업 영역까지 치고 들어오고 있다.
일본도 3차 산업혁명에서는 한 발 늦었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공격적으로 선제 투자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으로 5년 후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
4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인 2020년까지 남은 기간은 5년이 채 못 된다. 국내 물류산업은 멀리 볼 것도 없이 눈 앞에 다가온 5년 후의 변화에 일단 주목해야 한다.

다보스포럼은 15개 주요 선진국, 신흥국 기타 지역에서 9개 산업부문에 걸쳐 1,300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총 371개의 세계적 조직의 최고 인사책임자(CHRO)와 고위 인재 전략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하는 변화 요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인구, 사회, 경제적인 영향으로 ‘작업환경의 변화와 노동 유연화’(44%), 신흥시장 중산층의 성장(23%), 기후변화와 자연자원의 제약과 녹색경제로의 이행(23%), 지정학적 변동성의 확대(21%)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기술적인 영향으로는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기술(34%), 컴퓨터의 처리 능력과 빅데이터의 확대(26%), 신에너지 공급과 기술(22%), 사물인터넷(14%), 크라우드소싱, 공유경제와 개인간(p2p) 플랫폼(12%)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위에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의 영향들을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5~2017년 사이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적인 영향은 사물인터넷(IoT), 첨단 제조업과 3D 프린팅, 신에너지 공급과 기술로 분석되고 인구, 사회, 경제적 영향은 평균수명 증가와 고령화 사회, 윤리와 프라이버시 문제에 기반한 소비자의 우려 증가, 여성의 사회적 열망과 경제력 상승 등이다. 2018~2020년에 나타날 영향은 첨단 로봇공학과 자율주행차량,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첨단소재, 생명공학과 유전체학(Genomics)인 것으로 예상됐다.

다보스포럼의 조사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가까운 미래에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AI 등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를 가능케 하는 혁신적인 기술적 환경을 야기하고, 3D 프린팅 및 첨단 기술 등이 제조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관점의 물류 프레임 전략 시급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국내 물류산업의 현 상황을 비추어볼 때 미래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주제다. 세계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받은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고, 도미노 현상으로 수출 물동량에 매달려 있는 물류산업이 맞는 충격파는 2배, 3배가 되고 있다.

앞으로 5년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는가에 따라 산업 생태계가 소멸되느냐, 살아남느냐가 결정된다고 경고한다.

이런 경고는 물류산업 전체가 새겨야할 메시지다. 다행히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3차 산업혁명의 성공이 가져다 준 열매가 아직 남아 있다.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치밀한 전략을 준비한다면 물류산업에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선도 전략이 필요하며, 물류산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란 큰 흐름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물류 프레임이 필요하다.

세계적 디자이너인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은 애플이 아이폰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한 예를 들어 ‘빅 디자인’론을 설파하고 있다.

기존의 디자인이 제품 하나하나를 디자인하는 ‘스몰 디자인’이었다면 앞으로의 디자인은 작은 디자인이 모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업의 큰 그림, 즉 ‘빅 디자인’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빅 디자인의 최종 목적은 사용자 입장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사용자를 위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하며, 제조사와 유통사 등 다른 기업과 협업해 빅 비즈니스, 즉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좋은 예가 애플의 아이폰이다.

물류산업 관점에서 ‘빅 디자인’론을 받아들인다면 택배, 보관, 3PL, 해운, 항공 등 기능별 또는 업종별로 분리돼 있는 현재의 물류산업(스몰 디자인)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틀에서 새로운 프레임(빅 디자인)으로 묶어 빅 비즈니스(신신장)을 창출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국내 경제·산업에서 국내 물류산업의 위상은 3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착돼 있다. 국가 경제의 근간이면서 각 산업별로 물류가 들어가지 않는 부분이 없지만 여전히 ‘하위’에 머물러 있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물류산업에 새로운 프레임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제에 공감한다면 ‘하위’에 있는 물류산업을 ‘상위’로 끌어올리는 ‘빅 디자인’으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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