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노동자 vs 법안 개정 당국 … 팽팽한 기 싸움

지난 2004년 이후 14년 간 지속되어온 화물차 증차 금지가 지난해 1톤 이하 영업용 화물차에 한해 직영 운영할 경우 증차 허용을 할 수 있는 화물운송 선진화 법안 발표됐지만, 법제화를 앞두고 여전히 표류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8.30 화물운송선진화법안’은 대통령 탄핵 일정과 맞물려 올해도 물류현장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법제화 나선 정부안에 대해 화물연대를 포함한 육상운송 물류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이 추가되면서 애초 정부가 내 놓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사법)개정안은 또 다시 원점으로 회귀, 기약 없는 미아신세로 전락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희망을 갖고 육상물류시장 선진화 법안 개정을 기다리던 예비 사업자들에겐 당분간 사업용 화물차 번호(노란색)에 대한 권리금이 여전히 시장 진입에 걸림돌로 남게 됐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논란을 거듭했던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개선방향은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육상화물운송 현장에서 선진화 법안 표류에 따른 혼란과 논란이 일고 있는 대표 법안들은 무엇인지 시장 개선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육상물류시장 발잔안?, 제자리로 회귀

지난해 발표된 화물운송선진화법안이 장기 표류되자, 현 육상운송시장에서 1톤 사업용 화물차 번호판(노란색)가격은 예전과 유사한 수준인 약 2300여 만 원 가량에서 거래되고 있다. 물류현장에서 한때 증차가 풀릴 것이란 이유로 영업용 번호 가격이 요동쳤지만, 최근에는 가격인상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검토한 화물차 증차를 위한 법안 개정이 논의되는 시점에 요동을 치던 영업용 번호에 대한 권리금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이 덕분(?)에 대 내외적인 육상물류시장은 큰 동요 없이 안정화를 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일반 서민들의 육상물류 서비스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 현 번호 운영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며, 일부 관계자들은 “정부의 증차 금지에 따라 영업용 번호판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구입한 만큼 1톤 이하 차량에 대해서도 증차를 허용하면 안 된다”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상황이다. 특히 번호판과 더불어 현 육상운송시장에서의 지입제 폐지 논의도 그 어느 때 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직접 운송 물량은 없이 영업용 번호만을 임대해 지입료만 챙기는 무늬만 운수회사들에 대한 개선방안도 속속 나오고 있어 대통령 탄핵 결정이후 이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 간의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가 직영운영(4대 보험지급, 직접 고용)에 한해 1톤 이하 차량에 대한 영업용 번호증차 역시 법안상정은 고사하고, 공청회조차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회가 내놓은 8.30 화물운송선진화법은 국회 국토위 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못되고, 이대로 폐기될 운명을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연출한 배경은 육상운송 선진화 핵심방안 3가지가 정부가 내 놓은 대책안에서 빠졌기 때문. 화사법 개선의 핵심 내용은 화물노동자 수탈 방지와 노예계약 제도로 지목된 지입제 폐지, 2008년 정부가 약속한 표준운임제 도입인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8.30 대책에는 이에 대한 논의가 모두 빠져 있어 물류 현장의 거센 반발을 샀다. 따라서 물류현장에서는 3가지 사안을 포함한 새로운 법안 마련과 전면적인 법안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물류현장 의견과 정부 개정안, 건건이 엇갈려

화사법 개정에는 현재 국토위 소속 국회위원들이 내놓은 법안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들 법안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개정안들이어서 국토위 교통법안소위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법률개정안 공청회’개최를 통해 이해 당사자들과 함께 사회적 공론화를 한 후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주목할 육상운송물류시장에 대한 입법안들 중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은 화물연대와 함께 마련한 최인호 의원(더불어 민주당)안과 지난해 정부가 내 놓은 화물운송선진화법을 그대로 입법한 이헌승 의원(자유 한국당) 안이다.

최인호 의원이 낸 안의 6개 주요 법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위·수탁차주 신규 허가 및 기존 운송사업자의 허가대수에서 제외 항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입장은 수용 곤란이다.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사업자의 사업권을 회수하는 것이 법원판례로 인정받고 있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 초래할 수 있다는데 근거한다. 특히 이 개정안은 지난 2014년 2월 이미경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19대 국회에서 폐기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검토의견을 보면 화물운수업계가 가장 큰 폐단으로 지적한 지입제 폐지와 차주인 화물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항목이란 주장이다.

두 번째, 표준운임위원회 설치 및 강제력 있는 표준운임제 도입 건이다. 이 안 역시 국토부 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강제운임 성격을 갖고 있어 시장경제 및 사적 자치의 원칙을 위배해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사회적 갈등만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모든 이해관계단체가 동의한 8.30 대책에 따른 프랑스식 ‘참고원가제’가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화물 차주들을 위한 실질적 대책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세 번째 운송사업자의 금품수령 행위 금지 및 대기료 지급 건. 이 안은 1997년 합법화된 지입제 폐지를 위해 위·수탁차주의 지입료 금지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법안이다. 즉 ‘을’의 위치인 지입차주의 차량 대기 발생에 따른 피해를 운송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과도하다면, 원인 제공자인 화주나 항만물류 운영자에게 부과해야 한다는 것.
네 번째 항목은 업무개시 명령제도 및 위반 시 제재 규정 삭제다. 이는 현행법 상 업무개시명령제도의 경우 의료법 제59조와 약사법 제70조의 업무개시명령제도를 참고해 합헌과 위헌론이 대립하고 있다. 다섯 번째 항목은 국토부장관이 고시한 표준 위·수탁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한 국토부 입장은 지입차주 보호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우선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당사자 간 합의 시 미사용 가능토록 수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항목은 운송사업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위·수탁계약 해지 불가다. 이에 대한 내용 역시 국토부는 현재 계약갱신 청구권이 보장된 6년 이후에는 지입차주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사업자가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사법 개정안,  고양이 목 방울 누가 다나?

최인호 의원이 낸 화사법 개정안은 물류현장에서 그 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안을 그대로 담았다. 반면 정부 입장은 이들 법안 중 지입제 폐지와 표준운임제 도입은 일관되게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밖에 대기료 부과건과 위 수탁계약서 사용 의무화와 이 계약서에 대한 일방적 해지불가 등의 입법안은 정부와의 협상 여지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육상화물운송시장에 주도권을 정부와 운송사업자들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집입제 폐지는 수많은 껍데기 운수사업자에겐 칼날이 될 것이며, 표준운임제 도입 역시 화주들에겐 직접적인 물류비 인상으로 나타나는 요인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현장의 노동자들과 물류비용을 지급하는 고객사인 화주, 그리고 이들을 조율해야 하는 정부, 그리고 자본가들인 운수사업자들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을 당장 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장기간 육상화물운송시장의 개선은 제자리만 맴돌고, 힘없는 약자들만이 희생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지, 기존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기득권이 공평까지는 아니더라도, 합리적 수준에서 조율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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