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능력치 이미 한계, 성수기 때 터미널 마비사태 발생할 수도

작년 추석 성수기 당시 발생한 택배대란으로 많은 제조, 유통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며칠이 지나도 발송한 상품은 배송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엄청난 고객 클레임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발송 물량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 화주업체들은 택배업체들의 정중한 집하 거부로 발송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렇게 발생한 택배대란 사태는 추석 성수기가 한참 지나서야 겨우 안정화를 이뤘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각 업체들의 택배터미널 과부하에서 비롯됐다. 택배업체들이 하루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은 일정 범위 내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 이상을 받아들었다가 탈이 났다. 박스가 쌓여가자 본사 직원들까지 택배터미널 분류작업 현장에 투입됐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물량을 싣고 도착한 간선차량들이 상품을 하차하는데 걸린 시간은 최소 하루 이상이었다. 고기와 과일 등 온도에 민감한 상품이 변질되는 사고도 많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추석 성수기 때는 사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작년 대비 크게 늘어난 택배물동량으로 택배업체들이 하루 동안 처리할 수 있는 터미널 능력치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며, 성수기 물량 증가분을 받을 경우 또 한 번의 택배대란 발생은 자명한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성수기 이후 택배터미널을 확대한 택배업체들은 많지 않다. 최근 CJ대한통운이 100억 원 정도를 투자해 청원 지역에 터미널을 확보 중이고, 한진은 대전 중부터미널 확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수기 물량 처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일부 대기업 택배업체들은 저단가 또는 부피가 큰 이형 상품 등을 줄이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추석 성수기가 다가올수록 한숨만 늘어난다. 현재로서는 답이 없는 상태다. 내부적으로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현실적 대안을 결코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떤 업체든 한 곳만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물량이 많이 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 택배대란을 겪었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벌써부터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쉽사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특정 택배업체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답답함을 호소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한 대형 화주 관계자는 “택배업체를 한 군데가 아닌 두 군데 이상과 거래하기 위한 시스템 연동을 추진 중에 있다”며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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