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상반기 대비 올해 13.67% 증가, 하반기는 더 증가할 듯

20년 넘게 매년 10%이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을 아는가?

정답은 바로 택배산업이다. 높은 성과를 내는 다른 산업군도 여럿 존재하지만 택배산업처럼 꾸준히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는 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의 크기가 점차 소형화되면서 택배 물동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상반기 택배 물동량, “크게 늘었으나 단가는 하락”
2017년 상반기 택배산업의 시장 규모는 2조 4,861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 대비 2조 2,522억 원보다 약 10% 증가한 것이다. 쿠팡을 비롯한 일부 유통업체들의 자체 배송인프라를 구축했으나 택배산업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택배 물동량은 11억 1,127만 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6년 상반기에 기록한 9억 7,890만개보다 13.67% 늘어난 것으로, 1인 가구 확대, 모바일쇼핑 활성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CJ대한통운, 한진 등을 비롯한 상위 5개사의 2017년 상반기 물동량은 9억 4,623만개로, 2016년 상반기 8억 1,707만개보다 약 15.8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택배산업에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에 현재의 흐름이 지속되면,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 택배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택배 단가, “사상 첫 2,200원대 추락”
택배 물동량이 증가함에 따라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택배업체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환경이 나빠지는 대표적인 이유는 택배 단가 하락을 꼽을 수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택배업체들의 평균 택배 단가는 2,235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상반기 택배의 평균 단가는 2,302원으로, 67원이나 감소한 셈이다. 특히 택배 단가가 2,200원대를 기록한 것은 택배산업 역사상 처음이다.

단가의 하락은 택배산업의 경영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택배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크게 감소했으며, 일부는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업계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물동량 확보를 위해 영업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자신들의 고객사를 방어하려는 택배업체들 간의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택배 단가 역시 하락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저단가 경쟁보다 화주기업들의 택배업체 줄세우기식 입찰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택배업체 입찰이 업계에서 큰 논란으로 떠올랐는데, 당시 소셜커머스 업체는 3개 이상의 택배업체와 접촉한 뒤 B택배업체의 택배단가와 C택배업체의 제시액을 알려주고 맞춰줄 수 있느냐는 식으로 줄타기를 하며 택배단가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여러 화주기업은 택배업체 3곳만 불러 모으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택배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화주기업들의 마인드도 문제지만 화주기업들이 이렇게 쉬운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만들어준 택배업체들의 자세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택배시장, 상반기 성장세 넘어설 듯
택배전문가들은 하반기 택배시장은 상반기 택배시장의 성장률인 13%보다 더욱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 년 중 가장 많은 물동량이 발생하는 추석 성수기가 9월 말부터 진행될 예정인데다 최근에는 생수는 물론 간편가정식제품(HMR)의 택배 배송 건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올해 초 생수배송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생수 택배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간편가정식제품의 배송을 위한 새벽배송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한진은 도서택배 시장 등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하반기에는 냉장냉동제품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판매 전략이 강화되는 만큼 이를 위한 타깃 맞춤형 택배서비스를 선보이는 택배업체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택배산업 핫이슈

1. KG로지스의 KGB택배 인수

2014년 동부택배를 45억 원에 인수한 뒤 이듬해 계열 물류기업인 KG옐로우캡과 합병시켜 출범한 KG로지스가 지난 2월 6일 KGB택배를 인수하면서 택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봤지만 인수 후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인수는 KG로지스가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품질향상과 매출 규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으로 KG로지스의 장지휘 대표는 인수 당시 “KGB택배 인수로 양사가 영위하고 있는 동일한 사업영역인 개별 소비자들 간 C2C 택배시장에서 안정적인 대리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천, 군포, 옥천, 세종, 원주, 대구, 광주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물류터미널을 활용해 일일 택배처리 물량이 기존 50만개에서 100만개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합병작업을 마무리한 KG로지스는 지난 7월 택배안심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올바를 택배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오래전부터 택배시장에 관심을 가져왔던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그동안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할 의사를 보이면 업계에서 반발하는 등 진출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농협의 택배진출은 여러 가지로 성공요소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이번 농협의 택배진출은 M&A를 통한 직접 진출이 아닌 기존 택배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진출로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창출보다 농민들의 물류 효율화라는 대의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1인 가구 확산 등으로 인해 농민들의 사업 환경도 B2B에서 B2C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상황도 농협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소형화물의 증가로 이어져 택배를 활용하는 것이 배송에 효율성과 안정성을 더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전국 단위 조합들의 참여가 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농협의 택배서비스 개시 시점은 10월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업 연착륙을 위해 전국 단위조합을 돌면서 택배사업을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 택배업계 VS 쿠팡, 법적싸움에서 쿠팡 ‘승’

지난 7월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쿠팡의 자가 배송에 대한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결과는 쿠팡의 완승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이환승 부장판사)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10개 택배업체가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을 상대로 낸 운송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단순히 쿠팡의 ‘승’으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문에서 ‘단지 운송인 스스로 필요에 의해 화물을 운송한 경우 화물자동차법상의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을 영위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적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화운법상 운송 물류서비스는 해석 여하에 따라 합법도 될 수 있고, 불법도 될 수 있다.

아직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만일 항소하지 않고 이대로 판결이 확정된다면 화물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는 자가 배송이 가능하다는 판례를 남기게 된다. 이러한 판례가 향후 물류산업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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