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출범 태생부터 달라, 기대만큼 효과는 미지수

▲ UPS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상품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 국가, 어느 업종에서든 사측에게 노동조합은 불편한 존재인 반면, 노동자 입장에선 사측과의 관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유일한 대응 무기다. 국내 물류 산업시장도 최근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동조합 결성여부로 노사 간 주도권 논란이 서비스 파행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선진 물류시장에서 물류기업들에게 노동조합은 양면의 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 물류기업 아마존과 전통의 글로벌 물류기업 UPS(United Parcel Service)의 경우 전혀 다른 노조형태를 보여 주목된다.

유통기업이면서도 거대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 여전히 최대 고용주면서 노동조합이 없다. 하지만 조만간 노동조합 결성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 내 물류기업 중 최대 노동조합 조직을 갖고 있는 특송 종합물류기업 UPS의 경우 노조 덕분에 종사원들의 처우가 좋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시간제 근로자의 낮은 임금, 불가능한 생산성 요구 등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막 노동조합 결성을 앞두고 있는 아마존과 전통의 노조를 갖고 있는 UPS에게 노동조합은 각각 어떻게 태동됐으며,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그 의미를 알아봤다.

 ◆양대 물류기업, 노조 태생과 전략 모두 달라

최근 미국의 유통 물류산업시장에서 최대 고용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마존이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아마존에는 별도의 노동조합이 없었다. 반면 미국 물류시장 최고 기업인 UPS에는 Teamsters라는 노조가 오래전에 조직, 운영되고 있어 아마존은 이를 벤치마킹해 노동조합 결성을 앞두고 사측과 적극적인 근로조건 개선 요구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노동 전문가들은 “미국 물류기업 가운데 최대 노동조합을 갖고 있는 UPS의 노동 현실을 보면 아마존의 노동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노동환경 개선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UPS의 경우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시간제 근로자들의 낮은 임금, 불가능한 생산성 요구 등으로 열악한 근로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UPS는 과연 어떤 형태로 노동조합을 운영해 왔을까? 그 동안 자사 경영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은둔 전략을 구사하며 성장한 UPS는 전 세계 44만 명에 달하는 고용과 하루 270만 건의 배송 물량을 처리하는 거대 물류기업이다. 지난 1907년 설립, 110년에 역사를 가진 UPS는 ‘조용한 거인’이란 별명으로 미국 GDP의 6%를 매일 움직이며, 전 세계 GDP의 2%를 UPS의 물류시스템을 통해 운반한다.

이 거대 기업 근로자들은 직종별로 다양한 노동조합에 의해 조직화되어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시간제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UPS 노조인 Teamsters에 속하는 근로자들 중 전체 근로자의 약 55%로 추측되는 시간제 근로자의 초임은 겨우 시간당 10~11 달러 정도며, 지난 30년간 시간제 직종의 초임은 시간당 8~8.3 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간제 근로자들의 낮은 임금과 과도한 생산성의 요구는 UPS의 80 ~ 90년대의 성장을 이루는데 중요한 요소였으며, 또 반대로 강한 노조 설립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반면 이제 노동조합 설립을 코앞에 둔 아마존은 오프라인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의 성장전력을 적극 추구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기업으로 빠르고 정확한 물류서비스를 위해 도심 위주의 물류거점 입지 전략을 표방한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노동조합 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마존의 경우 외곽 물류거점 전략으로 노동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월마트 사례와 달리 도심 거점을 선택했다.

 ◆아마존 노조 결성 코앞, 기대만큼 현실 달라

미국은 최근 전체 유통산업은 이제 거대 물류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표적인 물류 기업인 아마존과 UPS의 상황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오는 2018년까지 1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겠다는 아마존의 계획을 고려하면 물류부문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노동운동은 여러 차례 비슷한 사례를 겪어왔지만, 아마존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는 평가다.

그 원인으로 아마존의 급성장이 물류산업의 혁명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는 미국 내의 가장 큰 민간 부문 기업이자 25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을 갖고 있는 UPS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물류산업에서 미국 내 최대 기업인 UPS 근로자들은 아마존과 달리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으며, 노조는 이러한 힘을 배경으로 경영진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해 왔다. 하지만 UPS의 이면을 보면 급성장하고 있는 아마존의 위협과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시간제 및 비정규직에 적용되는 낮은 임금, 불가능한 수준의 생산성 향상 및 노조원이 아닌 이들과의 하청계약 등 노조에게 공격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UPS 노조인 Teamsters United는 사측과의 새 계약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Teamsters United의 총회장 후보인 프레드 주커맨은 노조원들에게 “스스로를 위해 싸워야 할 것”이라고 언급, 노사간 긴장이 흐르는 상황이다.

한편 UPS 사측은 앞으로의 계약 협상에서도 아마존과의 경쟁을 핑계로 Teamsters United의 요구 조건들을 포기하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 사간 갈등은 향후 UPS 사업운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소며, 급격하게 늘어나는 아마존 고용 인력에게는 이런 상황이 향후 아마존이 결성할 노조 내에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는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

아마존과 UPS 모두 거대 인력을 고용하는 물류기업인 만큼 이들에게 노동조합은 어쩔수 없이 함께 가야할 존재다. 조만간 노동조합결성을 앞둔 아마존이 노동자들과 얼마나 현명한 협상력을 발휘할지에 따라 향후 사업성패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또 거대 노조와 끊임없는 협상에 나서는 UPS 역시 아마존의 위협을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내며 현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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