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 번호 안정적 공급, 육상운송 시장 변곡점 맞아

▲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택배 자가용 차량 전경.
# 1. 서울에서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김치열(49,가명)씨는 얼마 전 관할 구청으로부터 차량 운행정지 처분 통보와 함께 등록증을 반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벌써 두 번째다.
마른하늘의 불벼락이라고, 지난 달 80세의 어머니가 눈길에 넘어져 다리가 골절, 예상치 못한 병원비까지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인데, 이번 단속으로 기한 내 벌금(약 450만원)을 내야 할지, 아님 차량 운행을 정지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벌금을 내자니 당장 병원비가 걱정이고, 차량운행을 정지하면 생계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 2. 경기도에서 정기화물택배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훈 사장(가명, 영업소장) 역시 지난 달 중순 카파라치로 부터 자가용 유상운송에 따른 고발장이 접수돼 영업소에서 운영하는 6대 자가용 카고 화물차 중 2대에 대해 60일 운행 정지처분을 받았다.

▲ P식품 회사의 자가용 물류배송 차량 전경.
당장 연말연시 물량 증가로 차량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자가용 불법 유상운행으로 용달차 1회 사용 때 마다 대당 1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렇게 손해 보는 비용만 하루 수 십만원. 그나마 가까운 곳은 용차를 수배해서 급한 배송에 나서지만, 원거리는 비용이 높아 차량 구하기도 쉽지 않아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이 영업소장은 차라리 벌금으로 결정, 결국 차량 2대에 대해 1천 만원에 가까운 과태료를 지불하고 조만간 공급될 택배차량 전용 ‘배’자 영업용 번호를 받겠다고 회사에 1순위로 이름을 올려놨다.

◆안정적 ‘배’ 번호 공급 뒤, 자가용 유상운송 강력 단속

이처럼 새해 육상 물류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항목이 ‘자가용 유상운송 불법운행’ 논란이다. 당장 생활 물류로 대표되는 택배산업 현장 곳곳에서 자가용 운행은 일상화됐지만 물류현장 어느 누구도 법 위반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자가용 유상운송이 적발될 경우 벌금과 함께 운행 정지등 택배현장 관계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

히 자가용 택배차량 운전자 및 이와 직 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택배 영업소와 차량 직접 소유 차주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택배화물 개당 수수료가 1천원에 못 미쳐 하루 몇 만원이 아쉬운 상황에서 자가용 유상운행 단속이 강화되면 적게는 수 십 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이 훌쩍 넘는 과태료 혹은 30일에서 60일 운행 정치처분으로 당장 고된 물류현장 관계자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밖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여타 산업계의 자가용 불법 유상운송 단속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산업시장 전반의 물류비용에 인상도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회사가 1톤 이하의 화물차 20대 이상을 직접 구입하고, 4대 보험 지급 등을 통한 직접 운전자를 고용해 자가용 화물운송 서비스의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이 범주를 벗어나는 다른 유상 운송 행위는 모두 불법인 만큼 향후 엄격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산업 시장 전반에서 무감각적으로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한 유상 운송 서비스는 물류현장 곳곳에서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식음료 배송뿐 아니라 일반 제조 기업들의 경우도 직접운송의 명분으로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한 물류 서비스를 공공연히 제공하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불법 유상운송”이란 해석을 내 놓고 있다. 여기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회사가 직접 구입한 자가용 화물차가 아닌 별도의 지입 운수회사를 내세워 자가용 화물차 지입을 통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있을 국토교통부의 영업용 화물차 공급고시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자가용 유상 화물운송 단속이 이루어 질 시점에 산업 시장뿐 아니라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

▲ H유통회사의 자가용 배송차량.
◆물류비 인상 불가피, 1톤 화물차 번호가격 출렁

지난해 11월 발표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서 국토교통부는 지속적인 물동량 증가에 따라 택배차량 전용 영업용 화물차 번호(배) 신규증차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당장 1월 중으로 ‘택배용 차량 번호판(‘배’)’ 허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며, 이후 불법증차 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동안의 자가용 유상운송 단속은 택배 영업용 화물차 증차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명무실했다”며 “하지만 1월 중으로 발표된 차량 공급 고시를 통해 충분한 택배 전용 ‘배’ 번호가 공급되면, 상반기 중으로 강력한 자가용 유상운송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가용 유상운송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앞서 공급 고시를 통해 안정적인 택배 영업용 화물차 번호인 ‘배’ 번호 공급을 우선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당장 택배업계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암묵적으로 운영되던 모든 자가용 택배차량들은 ‘배’ 번호를 받아 합법적 서비스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일반 화물운송 시장은 영업용 화물차 부족으로 당분간 몸살을 앓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암묵적인 자가용 유상운송 서비스로 기존 육상물류시장에서 저가경쟁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 화물연대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이 부분도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톤 영업용 화물차 번호에 암묵적으로 거래되는 번호 프리미엄은 당장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A 운수회사 박철영 대표는 “현재 1톤 일반 화물 영업용 번호의 경우 적게는 22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며 “택배 전용 ‘배’자 번호가 공급되면 현재 일반 영업용 번호로 운영되고 있는 화물차 번호가 시장에 나오면서 영업용 번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변동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과 수요가 큰 폭의 변동이 없을 전만이어서 육상 물류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2018년 육상화물운송시장은 1월 국토부의 공급 고시 발표와 더불어 또 한 차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또 지난 2016년 나왔던 화물자동차 선진화 법안과 지난해 관련법 개정안 등에 대해 상반기 내 육상물류 업계의 공청회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시장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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