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갑에 의한, 갑을 위한 ‘도급계약서’

# 도급업체 영업부 ㄱ부장은 5개월 전 맺은 도급계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화주기업인 A기업은 물류센터에 운영에 관한 도급계약을 물량을 기준으로 했다. 문제는 최초 계약이 일 물동량 1,000건에 대한 계약으로 그에 맞는 금액을 제시했고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을 해보니 일 물동량이 평균적으로 1,300건 정도 나오는 것. 계약상에는 15%정도까지는 변동에 대한 비용을 받기로 되어 있으나 그 금액이 최대치로 계약이 되어 있었다. A기업의 물류담당자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조만간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벌써 5개월째 많으면 많았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도급업체는 지속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 ㄱ부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흰머리만 늘어가고 있다.

물류센터를 운영에 관한 도급계약은 물량도급과 인도급으로 나뉜다. 물량도급의 경우 도급업체는 원청이 제시한 물량을 기준으로 그에 맞는 인원을 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견적을 제출한다. 하지만 위의 사례 같이 화주기업이 꼼수를 통해 물동량을 줄여서 계약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보전해 주지 않는 방법으로 도급업체를 어렵게 하고 있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또 이와 반대로 계약 물량보다 현저히 적은 물량으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도급업체 담당자들은 계약서에 있는 물량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변동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현저히 많은 물동량, 현저히 부족한 물동량은 운영에 어려움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급 공식 : 간섭은 하되 모든 책임은 도급업체로
앞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물류 도급시장에서는 수많은 위법한 사항들이 너무나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도급업체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원청업체들이 도급이라는 미명하에 책임은 도급업체로 넘기고 있지만 원인제공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원청 기업에서 운영상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 계약의 경우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인력 규모를 산정하고 운영해야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데 인력의 수를 원청이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경우 대부분 도급업체에서 산정한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넣으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불만을 토로 했다. 이어 그는 “물량도급의 경우 인원에 대한 내용을 특정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직접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도급업체와 상관없는 일까지 책임지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이 케이스가 장비 이상이나 차량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로, 이로 발생한 손실도 도급업체에서 모두 감당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작업 도중에 장비가 서거나 차량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작업을 하지 못해도 모든 손실을 도급업체가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우 도급업체가 원인제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원청 기업과 협의를 통해 손실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 제기를 할 경우 페널티를 주던가 다른 문제를 제기시켜 괴롭히기 때문이다. 즉 도급사에서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한 관계자는 “문제제기를 해봤지만 책임질 사람들이 많고 문제가 복잡하니까 도급사에서 처리하고 말아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인도급의 경우도 물량도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급은 사람 수를 정해놓기 때문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물량도급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 물량이 늘어날 경우 인력의 증가를 인정하지 않거나 사람을 늘리지 않아 발생하는 기존 인력의 추가 수당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고 누락시키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한 경우가 금액을 적정하게 산정하지 않고 그에 대한 책임을 도급업체에 넘기는 경우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청에서 간접비를 포함하지 않고 직접비만을 인정하거나 간접비를 인정하는 경우도 전체가 아닌 일부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도급업체에서는 위법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모든 피해는 현장 근로자에게
물량도급과 인도급 형태 모두 원인 제공자가 누구이든 도급업체는 원청에게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계약서에 대한 검토가 정확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갑이 제시한 계약서를 검토해서 의견을 다는 순간 배제 된다고 이야기 한다. 때문에 제시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거나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원청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법무팀의 확정까지 받아온 계약서에 대해 도급업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부터 계약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계약서에는 서로 약속 된 내용에 중요한 문제가 발생되면 이를 해지 할 수 있는 요건들이 포함 되어 있다. 하지만 도급계약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 현업의 담당자들의 이야기이다. 즉 화주기업이든 물류기업이든 원청의 요구사항만 들어있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 원청의, 원청에 의한, 원청을 위한 계약서인 것이다.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계약의 문제로 인해 1차적인 피해는 1차 도급업체가 받지만 결국 이러한 모든 피해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간다는 점에서 도급계약서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 된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도급계약에 일부 항목들에 있어서는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준다는 원청, 못 받는다는 현장 근로자
원청기업은 대부분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는 대답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받거나 일부는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고 답한다. 두 이야기가 다른 이유는 원청에서 최저임금의 직접비만을 계산하거나 간접비 전부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 도급업체 관계자는 “간접비는 4대보험, 퇴직급, 주휴수당, 모집비용 등으로 최소 직접비의 약 25~30%가 들어간다. 하지만 많이 인정해주는 경우가 20%내외 이거나 인정 안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접비에서 간접비를 녹일 수밖에 없고 이는 위법한 상황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더 준다는 원청 기업의 이야기는 맞지만 간접비와 도급업체의 수익을 제하고 나면 직접 근로자가 받는 금액은 최저임금이거나 그보다 적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운영 중에 발생하는 리스크를 1차 도급업체가 떠안음으로서 발생하는 비용도 결국 현장 근로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줄이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양쪽의 이야기가 모두 맞기도 하지만 모두 틀리기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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