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10

소련은 70년을 존속한 후, 1991년 해체되었다.
소련은 러시아를 포함한 15개의 독립국가로 분리 독립하였고, 그 중 12개국은 독립국가연합,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를 구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다.

발트해 3국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는 독립국가연합으로 가지 않고, 2004년 유럽연합으로 갔다. 투르크메니스탄은 2005년에 준회원국으로 전환하였고,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CIS를 탈퇴했고, 우크라이나는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 자치공화국을 병합한 이후 탈퇴한 셈이 되었다.

현재 CIS는 회원국의 친목 모임 수준이지만 물류적으로는 그 의미가 크다. ‘회원국간 역내 원산지 증명서(Certificate of Origin)’를 제출하고, 역내 직운송 및 역내 송금하면 수입 통관 시 부가세만 부과되고 관세는 없거나 우대관세율이 적용된다.
원산지 증명서 중에서 CIS역내 간 발행하는 것을 ’ST-1‘라고 한다. 관세혜택으로 인하여 CIS 역내 교류는 지금도 활발하다.
 
회색통관 시대를 지나다
CIS에 속한 국가들은 역내 교류를 기본으로 하지만 독일, 터키, 중국, 한국 등 CIS 이외에서 오는 화물들을 수입해야 했다. 그러나 CIS 초기 시점에 어느 회사도 수입 관세를 제대로 내려 하지 않았다.

CIS 국가들은 회색통관(비정상적인 통관)이 판쳤다. 핀란드와 독일, 라트비아, 두바이를 통한 역외 무역, 역외 거래, 역외 송금, 역외 물류가 만연했다. 한국과 중국 수출자들이 화물을 역외 지대에 운송해 놓아두면 러시아를 포함한 CIS 수입자들은 트럭으로 가져갔다. 수입자는 관세를 줄여서 신고하고 세관은 이를 묵인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CIS 국가들 대부분은 가격을 낮추어서 통관했다. 시베리아 철도는 모스크바가 아닌 핀란드를 오갔으며, 중국철도는 변조된 서류와 함께 중앙아시아로 화물을 운반했다. 2007년이 되자 CIS 국가들은 세관검사를 강화했고 역내 거래, 역내 무역이 되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시베리아 철도는 핀란드가 아닌 모스크바로 들어왔고, 중국횡단철도는 제대로 된 서류로 운반하기 시작했다.

삼국 관세동맹
2010년 1월 1일.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삼국이 관세동맹을 체결하였다, 세 나라는 CIS에 속했기 때문에 관세가 없었다. 따라서 세 국가가 체결한 것만 가지고는 역내 교역량에 있어서 파급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 하지만 삼국동맹은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관세율을 합리적, 객관적으로 만들면서 수입관세를 낮추게 만들었는데, 수입 물동량을 증가시켰다. 그리고 동일한 관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삼국은 통관 절차가 없어지고 그냥 수입 신고만 하면 되었다.

세 나라의 시장을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만들었기에 거대한 공동 시장이 되었다. 따라서 러시아 생산품이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로 흘러가고, 벨라루스나 카자흐스탄의 생산품도 러시아 시장으로 들어갔다. 세 국가 간 교역량은 늘어났다. 특히 다른 두 나라에 비하여, 러시아 생산품이 강세를 띠었다. 역내에서의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러시아 생산품의 비중이 높아져갔다. 2011년 7월에는 비록 원산지가 역외더라도 역내 소비를 위한 경우에는 통관 절차를 없애기까지 했다.

삼국 관세동맹은 여러 가지를 변화시켰다. 첫째, 삼국 간 통관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둘째, 관세 적용이 보다 선진화, 투명화 되었으며 셋째, 러시아 상품의 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시켰고 넷째, 삼국 간 생산 인력의 이동으로, 노동 시장이 개방되었으며, 마지막으로 유라시아 경제연합이라는 큰 틀에 들어가기 위한 실험을 마쳤다.

유라시아 경제연합
2015년 1월 1일,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3개 관세동맹 국가들은  ‘유라시아 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을 출발시켰다. 유라시아 경제연합은 영어 약자로 EEU 또는 EAEU라고 표기한다.

유럽연합(EU)을 롤모델로 하여 ‘상품, 자본, 노동,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그 목표로 한다. 이후 아르메니아와 키르기스스탄도 2015년에 잇따라 가입하여 총 5개의 회원국이 되었다. 인구 약 1억 8천만 명, GDP 약 2조 달러,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15%, 가스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몰도바가 2017년 4월부터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몰도바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추가로 가입한다면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유라시아 경제연합은 2015년 5월 처음으로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였으며, 인도와 이스라엘, 중국, 이란, 한국 등과 FTA를 검토 중이다.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회원국들은 삼국 관세동맹의 틀을 이어받아 다음과 같이 적용받는다.

첫째, 수입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통관 절차는 생략한다. 국경에는 출입국 관리만 하며, 세관 검사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역내 트럭으로 운송하는 경우에는 국제 보세 운송(TIR)을 사용할 수 없고, 철도로 운송하는 경우에는 임시보세장치장(SVH)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둘째, 부가세는 각 나라별 세율에 따라 지불하므로, 회원국 간 수출입을 하게 되면 부가세 차액만큼 추가 지불 또는 환급받을 수 있다. 수입자는 수입국 부가세를 일단 지불하고 부가세를 조정 받을 수 있다. 개인들은 굳이 신고할 필요는 없다.

셋째, 수입 품목에 대하여 회원국들은 동일 관세율을 적용한다.
유라시아 경제연합은 사람과 화물의 이동을 쉽고 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알마티에서 모스크바나 민스크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입국 신고는 하지만, 세관 검사는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화물의 교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관 심사가 없어지다 보니, 역내 운송료가 저렴해졌다. 또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각 나라들은 외국인 투자를 보다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통관절차가 사라지고, 운송일수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재고와 금융 부담, 통관 비용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통관업체는 반절 정도가 사라졌다. 따라서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출범은 중국, EU로부터의 수입 물동량을 줄이고, 역내 교역을 대폭 증가시켰다. 예를 들면 롯데제과, 엘지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로 운송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예전에는 중국, 독일, 터키, 한국에서 가져갔던 제품들이다. 생산성, 인구, 소비 시장, 경제 규모 등을 보았을 때, 경제연합 5개국 중에서 러시아가 월등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러시아 중심의 교역 구도가 형성되었다.

유라시아 경제연합 역내 물류가 활성화되었지만, 다른 회원국을 통하여 수입한 후 일부 서류 내용을 바꾸어서 우회 운송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유럽연합과 유라시아 경제연합은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은 단일통화인 유로를 사용하기에 역내 어디에서든 통관이 가능하지만, 유라시아 경제연합에서는 5개의 나라가 각각 다른 통화를 사용하기에 해당 국가에 등록된 업체만이 통관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단일 통화 사용을 추진할 수도 있다. 

유럽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이 된 유럽연합(EU)이 있고,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에는 러시아가 중심이 된 유라시아 경제연합(EEU)이 있다. 유라시아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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