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병 입 생수에서 ‘9병 입’ 생수 상품 내놓고 상생 마케팅

‘등골 브레이커’를 아시나요? 이 문구는 수년 전 한 유명 의류브랜드를 지칭한 것이다. 가격 이 높은 제품을 부모재력과 상관없이 대다수 중고생들이 구입하면서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한 데 따른 비아냥거림이었다.

택배현장에서도 이처럼 배송기사들의 등골을 휘청하게 하는 등골브레이커 제품을 상생 명목으로 내놓고 ‘지옥의 생수’라는 별명을 얻은 상품이 있다. 제품의 주인공은 대기업인 동원그룹 식품 계열사 ‘동원 F&B’ 샘물. 동원F&B가 택배근로자들에게 등골 브레이커란 오명을 받는 이유는 1천원의 배송비를 지불하면서 통상 2리터 생수 6개 묶음의 상품에서 상생이란 명목으로 9개 묶음 상품을 내놓고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번에 배송해야 할 6개 묶음 12KG의 생수를 동원F&B는 ‘상생’이란 미명하에 9개 묶음 18KG 상품으로 출시, 배송비는 6묶음 상품 배송료를 지불해 원성을 사고 있는 셈이다. 택배현장에서는 12KG 생수를 18KG으로 바꿔 놓고 무슨 근거로 택배근로자들과 상생한다는 건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택배시장의 ‘계륵’ 같은 존재인 국내 생수 택배서비스 현장에서 고충을 겪고 있는 서비스 환경의 문제점들과 대안을 알아봤다.

마진작고 물류 어렵지만, 페트생수 판매 급성장 

유통 물류시장에서 2리터 6개 입 페트 생수는 없어서는 안 되지만, 수익과 물류서비스가 어려운 ‘계륵’ 같은 존재다. 일반 정수기 불신으로 시작된 페트생수 판매 확대는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생활 문화패턴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일상에서 가장 필요한 생수는 페트병으로 바뀌면서 큰 폭의 판매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싸고 편리한 페트생수 구입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은 높아졌지만, 이를 보관하고 배송하는 물류업계, 특히 택배업체들에게 생수 배송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온라인 유통시장에서도 페트병 생수의 경우 판매수익은 작지만 미끼상품으로 꼭 갖춰야 할 대표 상품 중 하나다.

현재 국내 생수판매 시장에서 페트병 생수를 제조, 판매하고 있는 업체만약 40여개에 달한다. 이들 중 가장 판매비중이 큰 제주삼다수의 경우 약 4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이어 농심 백산수가 9%, 롯데 아이시스 9%, CJ제일제당에서 계열 분리된 스파클과 동원F&B의 동원샘물 5~6% 등의 순이다. 이외에도 풀무원 샘물과 네슬레 외 크리스탈 생수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생수업계 A 대리점 대표자는 “최근 마시는 생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가정의 경우 대용량 생수(18.9 리터) 구입이 보편화됐지만, 급속한 인구변화에 따라 2리터 페트병 생수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페트생수 판매증가의 또 다른 배경으로 “택배 배송시스템이 최적화되면서 그때그때 마실 소량의 생수가 필요한 고객들의 경우 온라인 몰에서 손쉽게 구입하고 있다”며 “먹기도 편하고, 문 앞까지 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받을 수 있어 페트병 생수판매는 더욱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2L 생수 1개 수수료 166원, 12KG 1묶음 1 천원이 물류비

# A 택배기사 김종호(43, 가명)씨가 오늘 배송해야 할 페트별 생수는 총 290 묶음. 무거운 생수를 매일 배송하지만 오전부터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세대 연립주택 4층에 6개 묶음 생수 3~4박스를 배달하고 내려올 때면 계단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곤 한다. 새벽부터 오후 2~3시까지 하루 배송을 마치면 김씨의 온몸은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느낌이다.

물량이 많은 한 여름의 경우 티셔츠를 2~3개씩 갈아입는 일은 다 반사다. 아내와 사별한 뒤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간 딸과 생활하는 김씨는 힘들어도 땀범벅인 티셔츠를 들고 집으로 오면 성실하게 잘 크고 있는 딸 덕분에 피로가 사라지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제부터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기 시작하면서 병원에 가 봐야 하지만, 도무지 짬을 낼 수가 없어 파스와 근육이완제를 수시로 복용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렇게 2리터 생수 1개의 무게는 2KG. 2리터 6개의 페트병 생수 한 묶음의 무게만 12KG다. 김씨가 하루 배송하는 생수 무게만 무려 3.6 톤에 달하며, 리터로는 3480리터에 이른다. 통상 배송지역과 근로자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하루 배송물량은 2리터 생수 6개 묶음 250개에서 300여개. 또 1회 배송하는 무게의 경우 페트 생수를 구입하는 고객들의 주문량이 평균 3~4개 묶음인 만큼 한번 주문에 배송되는 생수 무게만 48KG에 이른다. 20KG 쌀 1포대를 훌 쩍 넘는 무게다.

온라인 G9몰에서 2리터 6개 묶음 상품 4개 (24병)의 가격은 가장 비싼 삼다수가 2만4160원, 티몬이 2만2100원. 이처럼 제품 가격은 저렴하지만, 중량물 택배를 업계에서는 일명 ‘똥 짐’으로 일컬으며, 모든 택배기업들이 취급조차 꺼린다.

앞서 지적한데로 문제는 온라인 시장에서 2리터 6개 묶음 생수 2개(12병)판매가의 경우 적게는 9천원 에서 1만 1천원 정도로 배송수수료는 2천 원에 불과하다. 6 개입 1묶음 생수 4개(48KG)를 배송해야 4천원의 수입을 얻 는다. 2리터 생수 한병 당 가격은 900원에서 1천원, 배송수 수료는 166원 꼴인 셈이다.

그러면 통상 20KG 쌀 2포대를 정기화물택배로 배송하면 어느 정도 운임을 지불할까? 통상 대신정기화물 혹은 경동택배의 경우 이 정도 무게의 상품에 대한 배송비는 1만원 ~1만2천원의 택배비를 지불해야 한다. 48KG 생수를 전담 배송하면 택배비는 고작 4000원. 생수는 여타 중량물 택배 배송비에 4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