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3% “우리나라, 세계 선진항만 대비 스마트항만 준비사항 미흡”

항만의 자동화를 처음 주도한 것은 유럽이었고 현재는 중국이 대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를 ‘먼 미래의 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개발 및 도입 계획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 1월 열린 ‘2018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발표한 설문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항만에 비해 스마트항만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드러나고 있다.

KMI가 항만물류 전문가 25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전문가의 53%가 “우리나라 항만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 사항이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항만~내륙물류 정보 연계(응답자의 63%)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 늦은 이유…노동시장 유연성 부족·데이터 연계 미흡 때문
스마트항만 도입이 늦은 가장 큰 이유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도입되면서 일어날 항만 직무 변화에 대한 노동시장의 준비와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 이유는 타 업체와 데이터 연계를 할 만큼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플랫폼 설계능력의 부족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IoT를 활용한 정보 수집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있었다.

굳이 이런 설문결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내 해운항만 물류산업은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기술적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받아 왔다. 예를 들면, 기존 정보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자동화, 원격제어, 실시간 화물관리, 선박 위치 추적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데이터 공유와 접근성이 떨어진다. 장비, 기계 같은 물리적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해운항만물류산업은 물리적 자동화뿐만 아니라 논리적 자동화(빅데이터,Machine Learning, AI 등)를 통해 새로운 항만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항만자동화=스마트항만…? 잘못된 인식 때문에 로드맵 부재
문재인 정부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핵심 경제정책의 하나로 ‘스마트해상물류’를 선정했다. 스마트해상물류는 자율운항 선박과 초고속 해상교통망(e-Navigation), 스마트항만을 연계하여 해상물류를 첨단화하는 과제이며, 그 중에서도 육·해상 물류의 중심인 항만의 스마트화가 핵심과제로 꼽힌다. 여기에는 스마트항만 실현을 위해 터미널 간 화물정보공유시스템(부산항 대상)을 구축하고, 신규터미널의 하역 자동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스마트항만을 제한된 의미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만자동화 및 터미널 간 화물정보공유시스템 구축은 스마트항만을 구성하는 일부에 불과하며, 항만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이런 지적의 근거다.

스마트항만은 항만 내 정보공유를 넘어 항만, 화물, 교통망, 운송수단 등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시스템 간 정보 교류 등을 통한 의사결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친환경, 지속가능성, 배후도시와의 연계 등도 스마트항만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기능이자 역할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 하에 수립된 종합적인 로드맵이 없이‘하역자동화’ 같이 제한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항만자동화를 스마트항만 구축과 동일한 의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다 보니 스마트항만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역시 우리나라 항만을 진정한 스마트항만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항만, 해운, 내륙운송 등 물류망 전체를 아우르는 중장기 로드맵과 세부 추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스마트항만 로드맵을 수립할 때는 항만산업의 구조, 선박의 발전 수준, 기후변화, 배후도시의 변화 등 해운~항만~내륙운송과 관련한 산업 전반의 생태계와 장기적인 변화, 효과까지 충분히 전망하고 고려해 세부 추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닥쳐올 미래의 핵심기술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로테르담항의 경우, 높은 에너지 사용료, 인건비 및 임대료의 개선 필요성과 유럽 최대 항만으로서의 입지, 석유화학 단지 조성, 높은 인구밀집도 등 해당지역의 환경적 특징을 고려하여 스마트항만 로드맵을 수립했다.

부산신항만과 인천신항, 기술력은 중국의 절반 수준
부산항 신항과 인천 신항 등은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항만임에도 컨테이너를 쌓아두었다가 반출하는 터미널 배후의 ‘야드’ 부문만 자동화 설비(야드 크레인:ATC)를 갖춘 반 자동(semi-automated) 항만이다. 이 때문에 자동화 시스템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항 신항 신규 공급 부두(2-4, 2-5단계) 운영시스템 결정 단계에서부터 완전자동화 터미널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기존 부두도 반자동화 도입 및 조기완료 등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신항만과 인천신항은 야드 작업에 자동화 야드 크레인을 적용한 반자동화 터미널로 완전무인화의 가장 핵심인 안벽크레인의 무인화, 무인 AGV를 이용한 컨테이너 자동운반이 불가능해 운영비용 절감 측면에서 경쟁항만에 비해 매우 불리한 처지에 있다. 기술력 수준으로는 중국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친환경 측면에서도 컨테이너 이송작업 시 디젤을 사용하는 야드 트럭을 운용하고 있어 각종 오염 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생산성도 안벽크레인 1대당 30move/hr 수준으로 중국(청도, 양산항 4단계) 및 유럽(RWG)의 목표치에 비해 65%수준에 불과하다. (부산신항만 A터미널의 최대수준으로 안벽장비 5대 투입, QC 1대당 30move/hr의 생산성으로 산정한 값임) 완전무인자동화는 많은 투자비를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 : Global Terminal Operator)들이 완전무인자동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10년 이내에 메가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완전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항만 노동 인력의 직무 전환 등 일자리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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