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경쟁력 위해 꼭 필요” vs “10명 중 8~9명은 일자리 상실”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항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어느 정도나 될까? 이와 관련해 부산항이 스마트항만으로 바뀌면 10명 중 8~9명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 임동우 원장(부산외대 교수)은 지난 3월 5일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자동화 터미널의 항만인력 대응 방안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에서 “부산항이 완전 무인 자동화 되면 하역 야드 노동자 2205명 중 1947명(88.3%)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보고회는 부산항운노조 의뢰로 지난해 11월부터 중국과 네덜란드 등 무인자동화 항만을 조사한 뒤 열린 것이다.

이날 보고회에서 임 원장은 “무인 자동화 항만이 마치 항만 경쟁력을 무조건 담보하는 만능열쇠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도 “스마트 항만이 도입돼 생산성이 나아진다면 정부 정책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만 현재 해외 선진 스마트 항만들의 사례를 보면 시기상조다. 더욱이 항만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정책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며칠 뒤인 3월 16일,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을 위해 부산항 신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의식한 듯 “항만자동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추세이나, 일자리 감소에 대한 걱정도 있으므로 두 가지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실직자 없는 항만자동화를 꼭 이루겠다”라고 밝히면서 “기존 근로자들의 정년과 자동화 일정을 연계하거나 직종 전환을 위한 재교육 등 대안을 철저히 마련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해양수산부의 기본 입장은 기존 일자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가운데 자동화 항만 구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항운노조 등 이해관계자와 적극 협력해 나간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열렸던 자동화 항만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임현철 해양수산부 항만국장은 “앞으로도 노사정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등 실직자 없는 항만 자동화를 이루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사라질 일자리 대신 고부가가치 일자리 만드는 준비 필요 해외 자동화터미널의 경우 기존 항만노동인력을 로보틱 장비 모니터링, 원격운전 보조, 고도화 시스템 유지보수, IT관리 같은 고부가가치 항만인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RWG(R ot t erd a m World Gateway) 터미널은 직무의 전환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완전무인자동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로봇이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항운노조를 가진 미국의 롱비치 자동화터미널은 완전무인항만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기존 인력을 고도화장비 유지보수 및 원격제어운전 인력으로 전환했다. 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항만의 자동화는 기존 항만 노동인력의 일자리를 소멸하는 한편, 자동화 항만의 유지보수 측면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자동화 터미널이 보편화 될 경우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직군은 고도화된 자동화 유지보 수 인력이 될 전망이다. 재래식 터미널 장비들이 고장을 일으키면 작업자가 결함을 해결하거나 운영프로세스 상 예외 처리가 가능하다. 반면 자동화 터미널 장비는 고장이나 예외상황 발생 시 터미널 생산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자동화 항만에 대한 유지보수는 기존 재래식 터미널보다 더 중요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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