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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의 반란, ‘뭉쳐야’ 항만 물류 환경 바꿀 수 있어

기사승인 2018.07.27  09: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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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상운송 물류시장에 '쎈놈' 출현, 물류적폐 개선 할 터

[인터뷰/ 부산항운수협동조합 이길영 이사장]

   
 
  ▲ 이길영 부산항운수협동조합 이사장.  
 
부산항 환적화물 물류서비스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중소 컨테이너 운송사와 개별차주들인 ‘을’들의 반란이 본격화되면서 화물연대 그 이상의 파괴력을 갖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최근 국내 유통업계의 대표 ‘을’인 편의점들과 더 약자인 ‘병’의 편의점 알바들 간 갈등이 아닌 부산항 ‘갑’지위의 외국계 선사들을 정조준하고 있어 더 주목된다. 따라서 새로 출범한 부산항운수협동조합(이사장, 이길영 이하 부운협)이 제 역할에 나설 경우 향후 부산항 환적 물류시장과 국내 컨테이너 운송업계는 물론 국내 육상물류시장은 새 물류환경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반란의 주역은 지난 달 출범한 부운협. 부운협 이길영 이사장은 “세계 3위의 무역항인 부산항이 최적화된 환적 운송체계에도 불구하고, 24시간 현장을 지키는 근로자들의 경우 수년째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항만 마비와 부산항의 물류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며 “이번 협동조합 출범을 계기로 부산항의 물류환경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부산항과 신항을 비롯한 전체 컨테이너운송 차주들과 중소 운수사들의 부운협 참여율에 따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의 물류환경 개선이 가능하다”며 “개별 차주들 뿐 아니라 화물연대 차주들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만 지금의 물류적폐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치열한 물류현장 부산항을 기점으로 전격 출범을 알린 부산항운수협동조합의 출범 배경과 향후 운영 전략을 부산항 내 자리한 부운협 사무실에서 이길영 이사장을 만났다.

   
 
   
 
컨테이너 운송시장 최초의 협동조합 출범은 ‘필연’

지난 2003년 국내 산업을 일순간 마비시켰던 컨테이너 운송차량들(화물연대)의 대규모 파업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산업현장 곳곳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번 인터뷰에 ‘반란’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부운협 출범을 이 단어로 설명하기 다소 과격하지만, 현 상황을 가장 이해하기 쉬운 단어라고 생각해서다. 참고로 반란의 국어사전 해석은 ‘정부 혹은 지도자 따위에 반대해 내란을 일으킴’이다. 결국 부운협 출범은 육상운송시장의 내란인 셈과 유사하다.

이길영 이사장에게 부운협을 맡게 된 이유를 묻자 “40여년 가까이 이 업종에 몸담았고, 이제 은퇴를 앞둔 시점에 마지막으로 그 동안 함께 했던 물류산업에 대한 예의였다”며 “이 업에서 일하며 얻은 사적 이익과 자산을 물류현장에 제대로 환원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70세를 바라보는 이 이사장의 인터뷰 첫 마디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없는 열악한 국내 육상운송 물류시장을 바꾸고, 현장 근로자들의 환경을 업그레드 하고자 하는 지독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사장은 “부산항 환적화물 물류비용은 5년째 동결돼 비용을 당장 약 20% 내외로 인상해야 하지만, 1인 개별 차주 혹은 중소 운수사들 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며 “환적화물 물류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운송현장의 관계자 모두가 함께하는 운수협동조합 결성만이 최후 수단이었다”고 부운협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이번에 출범한 부산항운수협동조합은 지난해 7월, 열악한 부산항 환적화물 물류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되던 운송거부 때 관련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1년여의 치열한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그럼 부운협의 설립 배경은 무엇일까? 부산항은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70% 이상을 처리하며 지난해 개항 140여년 만에 2,000만 TEU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문제는 이 같은 대외적 성과에도 이를 운송하는 관련 운송업체, 차주들은 대부분 영세해 줄도산 직전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구조에 있다. 이 이사장은 “부산항만공사(BPA)의 경우 연간 380억이 넘는 국고 보조금으로 외국 선사들의 대규모 물량을 유치했지만, 이들은 물량을 무기로 최저가 경쟁 입찰을 내고, 1군 대기업 운송사(13여 개)들은 원가이하 운임으로 물량을 수주한다. 이 때문에 최종 서비스를 하는 차주 및 중소 운수업체들은 지난 5년 동안 운송료 인상은커녕 운송 원가에도 못 미치는 비용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현재 환적화물운송 차주들의 임금은 연 4천 만원에도 못 미친다”며 “주 52시간 근로 제한덕분에 부산항에서 일하는 운전자들이 타 운수업종으로 대거 이동하면 부산항의 물류서비스 질은 추락하고, 선사들은 부산항을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 시내버스 운전자들의  연봉이 5천 만원을 넘는데, 격일로 24시간을 일하는 ITT(타 부두 화물운송)차량 운전기사의 연봉은 3천 만원 수준이다.

이 이사장은 “5년째 이어지는 운송비 동결은 화주와 선사들에게는 만성적인 터미널 작업 지연을, 또 중소 운수회사에겐 운전자를 구하지 못해 차량을 세워 놓거나 매각하거나 타 업종으로 이직해 악순환의 연속으로 숨넘어가기 일보직전”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운협 출범은 의도적 운송 거부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운송거부 환경을 사전에 막기 위한 필연인 셈이란 설명이다.

   
 
   
 
부운협 조합원 500명만 되면, 당장 20% 운임인상 가능 

이 이사장은 “당장 최소 200명 이상의 신규 운전자들이 충원 되어야 안정적 환적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최소 연봉 4천 만원을 맞춰야 인력 이탈 방지와 신규 인력 충원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 당장 운임 20%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의 물류비용 인상 배경은 이미 지난해 BPA에서 외주 용역을 통해 최종 17% 가량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보고서에 근거한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부산항 이용 선사들에게 20% 비용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이사장은 ‘이에 대한 해법이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20% 인상분을 당장 선사에서 받을 수는 없는 만큼 선사 부담 분 5%, BPA 보조금 5%, 그리고 부운협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물량이 확보되면 통합 배차 시스템을 통해 공차운행을 줄이고, 운송효율을 높여 10% 비용을 절감분을 모두 합산할 경우 20% 인상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예전에는 운전자 1인당 20회 운송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력 부족과 운영효율이 떨어져 12~13회 정도에 그친다”며 “부운협이 활성화되면 선사와의 운임 협상력을 높이고, ITT(타 부두운송)공동배차 센타 운영을 통해 환적화물을 한곳으로 모아 공동 배차, 차량 회전율과 공차율을 낮춰 운송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서는 부운협 가입 차주들과 운수회사들이 늘어나야 한다. 이 이사장은 “당장 부운협에 500명의 조합원만 가입하면 지금이라도 운임의 20%를 인상 할 수 있다”며 “조합원 출신과 상관없이 화물연대여도 좋고, 일반 차주여도 상관없이 컨테이너운송 차주와 운수회사들의 단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럼 말대로 과연 부운협의 운임 20% 인상은 가능할까? 이 같은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현 부산항 환적화물 운송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부산항 환적화물은 1군 대기업 운송사 별로 나뉘어 있고, 이 물량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차율만 70%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은 부산항 ITT 환적화물운송에 대한 통합적이고 계획적인 통제 부재로 경쟁국 항만들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

이 이사장은 “부운협이 ITT통합배차센터를 운영하면 이를 통해 지금의 운송사 별 흩어져 있는 환적화물을 통합, 배차효율을 높여 지금의 70% 공차율을 20% 이내로 줄일 수 있다”며 “이러면 운행시간 감소, 연료 감소 등으로 차량지출 비용은 줄고, 수입은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종 난제인 선사 부담 증가분 5% 인상 요구를 거부할 경우 부운협을 통해 운임 인상 거부 선사에 대한 서비스를 멈추면 협상력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조합이 연착륙만 되면 고착화된 선사들의 ‘갑’ 횡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부운협 운영 전략에 대해 이 이사장은 “부운협 운영은 조합원들이 내는 5%의 회비로 운영되며, 조합원이 늘어나 운영비보다 납부되는 회비가 많아지면 지속적으로 회비 인하에도 나설 계획”이라며 “기업이익을 최우선하는 기존 물류업체들과 달리 조합원 모두가 부운협 주인이자 주주인 만큼 조합의 투명한 운영과 상호신뢰가 이뤄지면 부운협의 위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자신은 부운협에서 월급 한푼 가져가는 것 없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해 온 컨테이너 운수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고, 부산항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든 뒤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작년 7월, 부산항 운수종사자 1,500여명이 참여해 서명운동과 파업에 나선다는 단체행동이 없었으면 지금의 부산항운수협동조합 출범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 때 한 목소리로 환경개선을 요구해 1VAN 당 2천원의 한시적 지원이라는 성과를 얻어 약 7~8억 원을 조만간 지급 할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한마음으로 뭉치기 전에 아무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던 만큼 현재의 운송환경 개선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 바로 부산항운수협동조합인 셈이다.

이제 부산항을 비롯해 국내 물류시장은 물리적 한계를 맞으며, 새로운 물류환경이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이번 부운협 출범이 기존 불법 파업으로 얼룩진 시장 변화의 방법이 아닌 순수 운수업 관련 협동조합을 통해 물류시장 적폐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 본다.

부산 신선대부두= 손정우 기자

손정우 기자 2315news@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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