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관리부터 결제·배송까지 모두 無人으로…기술한계·고용문제 해결이 과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대규모로 출현하면서 유통산업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생태계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를 일컬어 ‘新유통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신유통시대를 규정하는 상징적인 단어가 ‘스마트’다. 그래서 신유통시대를 스마트 유통시대라고 불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유통의 가장 큰 특징으로 ‘스마트 매장의 확산’을 꼽는다. 스마트 매장의 특징은 무인(無人) 점포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리테일의 특성 상 결제 단계에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바코드 스캔을 등을 통해 계산원 없이 구매자가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에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과 딥러닝(Deep Learning)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면서 아예 계산대 자체를 없앤 무인 편의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초로 완전 무인화를 실현시킨 아마존(Amazon) 무인 편의점인 '아마존 고(Amazon go)'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 고는 지난 2016년 말 아마존은 본사 건물에 설치됐다. 아마존 고에서는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는 대신 아마존 앱과 매장 내 인공지능 카메라가 이를 대신한다. 재고 관리와 상품 진열도 앱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1호 매장은 사내 직원만 이용할 수 있으며 아마존은 베타 테스트 후 상용화 시킬 계획이다.

월마트는 50개 점포에서 매장 관리용 AI 로봇 보사노바(bossanova)를 도입했으며, 로봇 이외에도 120개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바코드 스캔 결제 시스템 시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마트 카트’와 ‘드론 조수’ 등의 개념이 들어간 특허를 신청하기도 했다.

아마존 고 외에도 타오카페, 빙고박스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점포가 등장했지만 업체별로 무인화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소비자의 결제 편의성이란 측면에서만 보면 아마존 고와 알리바바의 타오카페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 된 무인점포 빙고박스는 아마존 고와 타오카페 수준의 결제 편의성은 제공하지 못하지만 운영이 편리하고 개점 비용이 적게 든다는 차이가 있다.

사실 스마트 매장에 사용되는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차나 드론 기술, 컴퓨터 비전,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활용되는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 리테일 영역에서 활용되는 것뿐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아마존 고와 같이 소비자 결제 편의성이 혁신적으로 뛰어 나거나 빙고박스처럼 상용화된 모델은 없지만 IT기술의 급속한 전파와 최저임금 인상 같은 사회적 이슈로 인해 무인에 방점이 찍힌 스마트 점포의 수요 증가와 상용화가 예상된다.

중국, ‘슈퍼마켓+레스토랑+물류센터’ 결합 매장 인기
중국에서는 완전 스마트 매장과 기존 매장 사이에 존재하는 신유통 형식의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슈퍼마켓과 레스토랑, 물류센터를 결합한 형태의 매장이 그것인데 슈퍼마켓 사업을 영위하는 JD, Alibaba, Tencent 같은 업체들이 이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련 형태의 매장은 전면에는 슈퍼마켓을 내세우고(오프라인), 결제와 취식 등 매장 체험은 모바일을 통해 할 수 있고(온라인), 후면에는 창고를 세워(물류) 활용하는 방식이다. 즉, 매장이 쇼룸, 체험 공간, 물류센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유통매장 등장의 효과? 자동화 물류설비 증가 전망
스마트 매장이나 신유통 형태의 슈퍼마켓은 단순히 소비자 접점의 유통 환경·구조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론 유통산업의 연관 산업인 물류산업에도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효과가 자동화 물류 설비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유통 슈퍼마켓 점포는 대부분 3~5㎞ 반경에서 30분~1시간 안에 고객의 집까지 상품을 배달해주고 있기 때문에 물류 설비가 필요하다. 중국의 신선식품 전문 유통 스마트 마트인 허마셴셩에서 이런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허마션셩은 상품을 집하하기 위해 점포 내 OHT(Over Head Transport) 설비를 도입해 운반을 자동화하고 점포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도미노 효과는 또 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 고에서 사용한 대부분의 기술이 자율주행차에도 적용되는 기술이라 두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중일 무인 편의점 비교
중국 시장에서 무인 편의점은 굉장히 활성화 돼 있는 편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Alibaba), JD 닷컴(JD.COM)은 QR 코드와 초소형 칩을 활용한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통 스타트업 빙고박스(Bingobox)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100여 개의 무인 편의점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무인점포가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 고 공개 이후 상용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빙고박스다
.
빙고박스는 2016년 8월 1호점을 개점한 이후 현재 160여 개 매장을 중국 전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빙고박스 입장은 편의점 문 앞의 QR코드 스캔을 통해 가능하며 제품에 부착된 RFID를 통해 계산대에서 자동 계산된다.

빙고박스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호점 개점 후 1년 반이 지난 현시점까지 상용화된 무인점포는 빙고박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빙고박스는 올해 말까지 전국 무인 편의점을 5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은 구인난과 편의점시장의 포화 문제를 해결할 방편으로 자동결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약 2700억 원, 패밀리마트는 약 1100억 원을 투자해 자동결제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일본 5대 편의점 업체는 2025년까지 전국 5만 개 점포에 무인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편의점 업계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다. 이마트 24의 경우 전국 6곳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신용카드로 출입, 결제가 가능하지만 자동결제 시스템이 아닌 무인 계산기를 통해 결제가 이루어지는 수준이다.

CU의 경우는 자체 결제 앱(CU Buy-Self)을 개발해 QR코드와 상품 바코드 스캔을 통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른 업체의 무인 편의점과 달리 계산대 없이 앱을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의 편의성 증가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절감된다는 점에서 무인점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한계도 분명하다. 기술적 한계로 인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스캔하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시범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특히 특정 카드사의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등 결제 방식이 까다로워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사례 ① : 무인 편의점의 대표주자 '아마존 고'
'No Lines No Checkouts' 실현한 미래형 무인 식료품점
비밀은 자율주행차량에 활용되는 것과 동일한 기술 적용에 있어

지난 1월, 아마존은 1년간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꼼꼼 숨겨왔던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를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약 50평 규모의 이 아마존 고는 미래의 편의점이나 소매점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아마존 고는 '노 라인 노 체크아웃(No Lines No Checkouts)'이란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계산원, 계산대, 대기줄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형 쇼핑 공간이다. 아마존 고에 출입하기 위해선 먼저 아마존고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은 후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매장 입구에서 교통카드처럼 스마트폰을 기계에 인식시켜 QR코트를 스캔하면 입장이 된다. 가족, 친구와 함께 입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사용자의 계정에 장바구니가 생성된다.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집어 들거나 가방에 넣으면 천장에 설치된 수백 개의 카메라와 센서들이 물건이 소비자에게 옮겨졌다는 사실을 촬영하고 인식하게 된다. 이후 소비자는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매장 밖으로 나가면 등록한 본인의 계정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영수증은 앱을 통해 확인한다.

아마존 측은 아마존 고에 적용된 기술에 대해 "컴퓨터 비전과 머신 러닝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이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에 대해서는 대부분 함구하고 있다. 다만,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적용했다고 일부 밝히고 있다.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이란 매장 천장에 부착된 인공 지능 센서가 이용객의 이동경로를 추적해 구매 제품을 인식하는 최첨단 기술로 컴퓨터 비전, 딥러닝 알고리즘, 센서 퓨전(Sensor Fusion) 등 자율주행차량에 활용되는 것과 동일한 기술이다.

아마존 고는 원래 2017년 첫 오픈 예정이었지만 시스템 오류로 한 차례 연기됐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재 아마존 고 매장 내 동시 수용 가능한 인원은 100여명 수준이지만 향후 점차 수용 가능 인원을 늘려갈 계획이다. 또한 매장 수도 올해에만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 등에 6개 이상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 사례 ② : 신유통 대표 모델로 급부상한 ‘허마셴셩’
‘판매플랫폼-결제-물류배송’ 통합한 신선식품 전문유통 스마트 마트
자동 운송 시스템으로 주문제품 10분 내 출고-30분 안에 배송 완료

최근 신유통의 대표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는 독특한 이름의 스마트 마트가 있다. 중국의 신선식품 전문유통 스마트 마트인 ‘허마셴셩’이 그 주인공이다.

허마셴셩은 알리바바가 인수해 신유통 실험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회원제 신선제품 매장으로, ‘판매플랫폼-결제-물류배송’을 통합한 형태로 운영된다.

오프라인 매장은 전시·판매, 창고, 배달 센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매장에 있는 제품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주문까지 가능하다.

4500m² 규모의 매장 안에 300m²의 물류센터(거점)와 자동화 운송 시스템을 함께 운영하는데 오프라인 주문과 동시에 결제(모바일), 물류, 배송 등을 통합해 진행된다.

주력 취급 품목이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신속하고 안전한 배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허마셴셩은 천장의 레일과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매장과 물류센터를 연결시키고 이를 배달 시스템과 연동시켰다. 이런 자동 운송 시스템 덕분에 고객이 주문한 제품은 10분 내로 출고되어 30분 안에(3㎞이내 기준) 배송이 이뤄진다.

결제는 온·오프라인 매장 모두 오직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로만 가능하다.

온·오프라인에서 수집된 고객 데이터는 고객의 구매 패턴을 축척, 분석 하고 나아가 유통 플랫폼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데 활용된다.

■ 국내에서는…? 편의점 매장 ‘도우미’로 출근하는 ‘인공지능’ 등장
SK텔레콤, CU 편의점 100곳에 AI 서비스 ‘누구’ 제공
물류차량 위치 확인 등 200여 가지 질문에 대답… 신입 근무자도 업무 효율 높여

“아리아, CU 배송차량 위치 알려줘?”
“현재 저온 배송 차량은 2개 점포 전에 있으며, 도착 예정 시간은 11시30분입니다.”
통신사의 인공지능(AI) 서비스와 리테일 매장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SK텔레콤은 지난 7월 초, 자사의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가 24시간 편의점인 ‘CU(씨유·BGF리테일)’에 배치돼 매장 근무자를 돕는 ‘도우미’로 활용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집안과 차안에서 주로 사용되던 인공지능 서비스가 집밖으로 나와 편의점이라는 기업 서비스(B2B) 영역에 첫 적용되는 셈이다.

‘누구’는 CU 전국 100개 매장에 도입된다. 편의점 계산대 옆에 배치돼 매장 근무자들이 묻는 약 200여 가지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매장 근무자가 편의점 운영 과정에서 궁금한 사항이 발생하면 본사에 직접 문의하거나 컴퓨터에서 찾아봐야 했지만, 이제는 근무자가 ‘누구’에게 질문하고 ‘누구’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정보를 찾아 답변하게 된다.

이번 서비스 적용으로 ‘누구’는 하루에도 3번 이상 편의점을 찾아오는 냉장·냉동·주류 물류차량의 위치 확인은 물론, 본사가 보내는 공지사항부터 조작 매뉴얼에 대한 문의까지 총 200여 가지 질문에 대답하게 된다.

도시락 재고가 떨어진 걸 확인한 매장 근무자가 “아리아, CU 배송차량 위치 알려줘?”라고 물으면 “현재 저온 배송 차량은 2개 점포 전에 있으며, 도착 예정 시간은 11시30분입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누구’는 물류센터 및 편의점 기기·전자제품·내부시설 A/S 전화번호도 가르쳐준다.
밤낮으로 근무자가 교체되는 것은 물론 수시로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가 진행되는 24시간 편의점에서, 신입 근무자들이 ‘누구’를 통해 매장 운영 매뉴얼 및 노하우를 쉽게 익힐 수 있어 업무 효율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매장에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일자리 감소 문제 심각한 사회이슈로 등장할 듯

스마트 점포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일자리 감소’ 문제다.
경제 전문지 Bloomberg는 아마존 고의 등장으로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2.3%(350만 명)에 해당하는 계산원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실업률이 6.3%까지 증가해 4년간 노동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기술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아마존 고가 무인 편의점의 대표 모델로 불리지만 현재 인공지능 판독 문제로 매장 내 한 번에 입장 가능한 인원을 100여 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월마트, Costco 등과 같은 대형 유통망에 확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이런 문제는 점점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계산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지능적 범죄에 대응하는 것도 소소한(?) 과제다.

현대백화점, ‘아마존 고(Amazon GO)’ 모델 들여온다

2020년에 무인 자동화·드론배달 기술 도입한
‘미래형 유통매장’ 오픈 계획

국내 유통업계에도 ‘아마존 고(Amazon GO)’ 모델이 들어온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8월20일 아마존의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미래형 유통매장 구현을 위한 전략적 협력 협약(SC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WS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부로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현대백화점은 AWS와 손잡고 2020년 하반기 서울 여의도 파크원 부지에 개장하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에 아마존의 클라우드, 무인 자동화, 드론 배달 기술 등을 적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매장 구성부터 서비스까지 백화점과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 운영 전반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미래형 유통매장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이번 협약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아마존 고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소비자가 쇼핑을 한 뒤 그냥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 기술을 활용한 무인 슈퍼마켓, 드론을 활용한 야외 매장 내 식음료 배달, 아마존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 안내 시스템 구축 등을 계획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