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으로 출발해 AI·IoT·자율배송·로봇자유자재로 활용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유통업체 오카도(Ocado)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자율배송 등 리테일테크의 핵심 기술(트렌드)을 모두 활용 중인 ‘종합선물’ 같은 기업이다.

오카도는 2000년 4월 설립된 온라인 전문기업으로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만으로 이익을 낸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 회사가 기존 대형마트의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과감하게 차별화 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오카도는 복잡한 유통 과정을 단순화하여 대형 물류센터에서 직배송 되는 시스템으로 빠르고 정확한 배송에 주력했다. 그 배후에는 로봇·AI를 활용한 ‘리테일테크 혁신’이 있었다.

오카도는 기존 업체들이 쓰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 대신 무인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물류 생산성이 무려 45%나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급기야 2011년 회사설립 이후 최초로 영업흑자를 달성한 뒤 지금까지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오카도는 지난 2002년 이후 2700만 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여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약 20%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카도의 혁신을 견인하는 스마트 플랫폼 ‘OSP’
오카도는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오카도의 CEO 팀 스테이너는 자사의 핵심 성공 요소로 기술 혁신과 스마트 솔루션을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OSP’라 불리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cado Smart Platform)이다.

OSP는 온라인 소매업 운영을 위한 오카도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솔루션으로 주문에서 배송까지 모든 주문 이행 프로세스를 위한 SW와 HW를 포함하는 것이다. 적용 범위는 주문 접수부터 주문 처리, 라스트 마일 서비스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커버한다.

주문 접수는 편리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웹, 모바일, 태블릿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e-Commerce 소프트웨어 제공하고 있다.

주문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로봇이다. 오카도의 물류센터인 CFC(Customer Fulfillment Centre)에서는 자동화된 로봇이 그리드 모양의 스마트 플랫폼 위를 다니며 주문을 처리한다.

사실 오카도도 첫 번째와 두 번째 물류센터에는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했었다. 하지만 순차적 처리 방식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자 세 번째 물류센터부터는 컨베이어벨트 대신 바둑판 모양(그리드)의 독창적인 스마트 플랫폼’을 개발해 설치했다. 바둑판 모양의 스마트 플랫폼 칸칸마다에는 6.3m 깊이의 박스 속에 고기, 우유, 세제 등의 상품이 쌓여 있고 로봇이 이 그리드 위를 다니며 주문을 처리하는 것이다. 로봇은 공간 효율을 감안해 직육면체의 바디에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든 달릴 수 있는 바퀴가 달려 있다.

이 로봇들은 4G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제어되는데 수천 개의 로봇이 움직이는데도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초당 300만 회에 달하는 계산에 의해 움직임이 최적화되어 작동하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로봇이 스토리지에서 고객 주문을 구성하는 식료품을 검색하여 자동으로 배달할 장바구니를 구성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라스트 마일 서비스 단계에서는 배송 차량에서 수집된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도출하고, 실시간으로 위치 확인이 가능한 SW를 활용해 질 높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3D 물류 조망 시스템’이란 것이 있다. 물류센터 안의 모든 상황이 3D 게임기술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되며, 실시간 물류 상황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물류시스템이 위성항법시스템과 접목되어 있어 고객은 구글 지도를 통해 주문한 상품의 배송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 할 수 있다.

OSP는 이미지 인식,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자동 번역, 챗봇 빌더 등을 제공하는 구글 클라우드의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객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TensorFlow다. TensorFlow는 구글이 제공하는 기계학습과 딥러닝에 활용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인데 오카도는 이것을 활용해 우선순위에 따라 고객 전자 메일에 태그를 지정하고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또 고객의 실수(예 : 잘못된 개인정보 입력, 만료된 카드 사용)나 혹은 온라인 사기로 주문 처리가 되어 배송은 되었으나 지불되지 않은 사례 등의 오류를 방지하는데도 이 TensorFlow를 활용해 사기 방지 모델 개발했다.

OSP에 적용된 지능화 기술은 알고리즘 및 스마트 최적화를 위해 초당 4백만 라우팅을 계산한다. 이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재고를 모니터링하고 모든 창고의 판매 예측을 계산하는 것이다. 창고에 제품을 보충하는 시스템은 폐기물은 최소화하고, 제품 수명 및 가용성은 극대화하는 조건으로 공급 업체에게 재고를 자동으로 재 주문 한다.

초당 수백만 개의 경로 계산하고 자율배송 트럭도 운영
오카도는 60만 명이 넘는 고객에게 식료품 제공하고 있다. 이때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만해도 어마어마한데 오카도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활용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사물인터넷도 오카도가 활용하는 기술 중 하나다. 오카도가 운영하는 배달 트럭에는 식료품 저장에 필요한 설비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정보를 클라우드에 스트리밍하는 광범위 센서 및 컴퓨팅 장치가 내장돼 있다.

이 저전력 임베디드 센서는 차량 위치, 휠의 속도, 연료 소비, 엔진 회전 수, 기어 변경, 제동 및 코너링 속도, 도로의 충돌, 온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오카도는 배달 트럭에서 수집한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여 초당 수백만 개의 경로를 계산해 운전자에게 최적의 배달 경로를 제시하는 라우팅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오카도는 ‘CargoPod’라는 자율주행 배송 트럭도 운용하고 있다. CargoPod은 영국 기술기업 Oxbotica와 오카도가 협업하여 개발한 것으로 지난해 7월 런던 동남쪽 그리니치 지역에서 시험 운행에 성공한 바 있다.

CargoPod은 전기차로 제작되어 친환경적이며, 여러 센서를 이용해 GPS의 도움 없이도 도로를 주행하여 목적지까지 가는 게 가능하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8개 택배함 중 배송 상품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어 배달을 완료한다.

인간의 손 닮은 그리퍼 로봇과 협업 로봇 개발에도 참여
비정형 물체를 최적의 형태로 잡는 피킹 기술은 현재 로봇산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전문가들도 “물류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피킹 기술, 즉 그리퍼(gripper) 기술의 확보는 미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승리하는 핵심 요소”라고 평가한다. 아마존이 매년 피킹 챌린지 대회(APC)를 열어 가장 우수한 그리퍼 로봇을 개발한 연구진을 선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카도가 취급하는 상품의 객수만도 5만여 개에 달한다. 그러니 로봇을 도입해도 상품마다 피킹 방법이 달라 로봇을 도입해 얻으려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카도 역시 상품에 따라 최적의 피킹을 할 수 있는 그리퍼 로봇 ‘RBO Hand 2’를 개발했다. 모양이 제각각인 과일을 쉽게 집을 수 있는 이 로봇은 독일 베를린기술대(TUB)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섬세한 피킹 데이터 수집을 위해 사람이 착용하는 장갑 모양을 하고 있다.

‘인간과 협업하는 로봇’이란 콘셉트 역시 오카도가 구현하는 기술 중 하나다. '세컨드핸즈(SecondHands)'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세컨드핸즈 프로젝트는 EU에서 840만 달러의 자금을 받아 독일의 카를스루에 공과대학(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을 중심으로 스위스 EPFL, 칼리지 런던대(UCL), 로마 사피엔자 대학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 ‘두 번째 손’ 역할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ARMAR-6'이다. 이 로봇은 오카도의 물류창고에서 사람을 도와 고객이 주문한 식료품의 배송 업무와 창고 자동화 설비의 유지 및 보수를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아마존이 도입한 로봇이 창고에서 물건을 신속하게 가져오는 용도로 제한되어 있는 반면, ARMAR-6는 사람의 보조 역할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ARMAR-6는 작업자의 음성에 즉시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때문에 단순 반복되는 공정에 투입되지 않고 작업자의 일을 돕는 서포터 역할을 수행하는데 적합하다. 또 매우 높은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이나 체력적으로 힘든 업무까지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ARMAR-6는 현재 약 5만 개의 식료품을 직접 개별 포장하는 능력까지 학습하고 있다. 오카도는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ARMAR-6의 도움으로 물류창고 운영의 효율성과 식료품의 체계적인 보관 능력을 끌어올리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로봇은 프로토 타입으로 오카도의 창고에서 테스트가 진행 인데, 오는 2020년까지 개발 과제를 완료하고 2025년에 실제 물류센터에 배치할 계획이다.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파는 업체로 시작한 오카도는 지금은 독자적인 유통·물류 기술을 앞세워 자체 솔루션을 판매하는 ICT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모리슨(영국), 카지노(프랑스), ICA(스웨덴), 소비스(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를 대표하는 유통업체들이 이미 오카도의 물류 기술을 도입했으며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Kroger)도 자사의 20개 배송센터에 오카도의 로봇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이마트도 온라인 물류센터 구상에 오카도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카도는 자사의 유통 솔루션 기술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채널(Blog, Podcast, 보고서 등)을 통해 기술력과 솔루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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