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법 정의 필요, 이해관계자 의견 합의 우선해야

택배산업을 비롯해 이륜 및 소화물 물류서비스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생활물류법 제정에 첫 걸음은 뗐지만, 입법까지 험난한 과정만 남아 향후 관련 법안 제정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 제정의 다양한 현장 의견 합의와 더불어 큰 틀에서의 법 제정을 우선하고, 세부 안은 추후 논의과정을 거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법 제정에서 앞서 가장 먼저 명확한 생활물류법 정의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활물류법 제정의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논의되고, 올해 3월 야심차게 추진하겠다던 정부의 발표이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 과정과 향후 법 제정에 대해 세부 내용이 없어 시장관계자들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더 실망스러운 점은 법안을 추진 중인 정부 관계자조차 향후 일정을 내 놓지 못하고, 비관적 전망을 내 놓고 있어 논란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처럼 지지부진하자 생활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전국 서비스산업 노동조합연맹을 필두로 생활물류법 제정에 대한 토론회를 통해 법 제정안과 향후 반영되어야 할 현장의 의견만을 쏟아 냈다.

이번에 열린 토론회의 의미와 내용을 정리하고, 표류중인 생활물류법 제정에 대한 토론회 발제내용을 정리해 향후 진행될 법안의 행배를 전망해 봤다.

지지부진 법제정 논의 본격화, 물류현장 의견 청취
지난달 14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연맹과 국토교통위원회 박홍근 의원(민주당)이 주최한 ‘생활물류산업 발전과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법 과제’ 토론회는 말 그대로 지지부진한 법 제정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업계의 열망에 기초한다. 반면 법 제정 현실은 물류현장 관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도 불구, 윤곽은 고사하고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식물국회 덕분에 안팎으로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사실 이번 토론회 개최 배경은 지난해 하반기 정부주도로 진행되던 생활물류법 제정에서 서비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향후 법안 제정 일정조차 깜깜한 상황을 타계하고자 하는 업계의 요구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토론회가 논의의 물고를 튼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한편 법 제정을 주도해온 국토부 물류정책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문 연구기관에 관련법 제정을 위한 현장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법 초안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정작 관련법과 직접 연관된 현장 관계자들은 관련법의 윤곽은 고사하고 개괄적 내용조차 몰라 이에 대한 논란은 커져 왔다.

이날 토론회는 박홍근 의원의 인사말과 강규혁 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의 인사말로 시작, ‘생활물류산업의 성장과 산업법의 필요성’에 대해 최시영(아주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의 발제와 ‘생활물류서비스 발전과 종사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과제’에 대해 김성혁(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의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특히 생활물류법 제정안에 대한 발제 후 갖은 토론회는 신태중 노동권익센터 연구원을 비롯해 이륜 물류플랫폼 운영사인 매쉬코리아 이승엽 정책실장, 전국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김영태 퀵서비스노조 위원장, 그리고 국토부 이성훈 물류정책과장이 자리해 각각의 의견을 밝혔으며, 모처럼만에 물류현장과 정부관계자의 입장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생활물류법 정의 명확히 하고, 기존 ‘화운법’과 차별화해야
토론회 첫 인사말에 나선 박홍근 의원은 “택배와 퀵서비스 등으로 대표되는 생활물류 서비스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2배 이상 급격히 성장했다”며 “제정될 법안이 ‘산업육성을 위한 법인지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것인지, 또 ‘제정법’이 좋을지, ‘개정법’이 낳을지에 대한 각 단체의 입장과 이견을 조정해 입법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생활물류법이 기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운법)과 산업적 차이를 명확히 하는 등 구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제정 법안은 이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에 첫 발표자인 신태중 서울노동권인센터 연구원은 “택배와 퀵 배송서비스등 소비자들과 밀접한 연관 산업이 본격화한지 25년이 넘었고 그 동안 비약적 성장을 이어왔지만, 관련법은 고사하고 법적 기반조차 전무한 상황”이라며 “새 법안이 타 화물업종과 경쟁 및 보완관계가 있는 만큼 이들과의 갈등과 분쟁의 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하루 빨리 관련 법 제정을 통해 근로자들의 안전망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륜 물류서비스 플랫폼 기업 메쉬코리아 이승엽 정책실장은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법 기준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 식음료 배송시장 규모만 15조원에 달할 만큼 성장했음에도 현장에서 이런 저런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면 일반 규제 샌드박스로 문의하라 한다”며 “애초 기준도, 법도 없는 시장에 어떤 근거로 규제를 완화해 달라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초기 논의되던 생활물류법은 시장 진흥을 위한 법안이었던 만큼 새 법안 역시 규제법이 아닌 산업 진흥에 기반한 법안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완 전국택배 노조위원장은 “특수고용직인 택배근로자들의 경우 근로기준법, 노조법 등 일반 노동자들이 누리는 사회보장 관련 제도에 사각지대에 있다”며 “관련 법 부재에 따른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관련 법안 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택배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라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최소한의 휴식, 고용보장 등이 필요한 만큼 생활물류법 제정을 통한 처우개선과 택배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질서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태 퀵서비스 노조위원장은 “관련 법 부재로 이륜 물류시장의 요금기준이 없어 다단계를 통한 최종요금이 낮아 위험한 배송에 나설 수밖에 없고, 시장 규모 역시 정확한 실태파악이 안되면서 각종 폐해가 난무 한다”며 “말 그대로 18만여 명의 이륜 물류근로자들의 경우 자본가들이 일선 근로자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기름진 밭으로 전락, 관련 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륜 물류시장 진입의 불특정 다수의 근로자들은 노동 거래가 플랫폼에서 이뤄지면서 직업에 대한 의식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제공, 서비스 질 저하와 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법 기반 하에서 최소한의 교육이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영세한 사업 기반에 정부 지원을 통한 체계적인 서비스 시스템 구축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장급성장 따른 관련 법 절실, 이해 당사자 합의 우선해야
법안 제정에 주체인 물류정책과 이성훈 과장은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에 따른 물류서비스의 형태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합당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기존 화물운송시장과의 차별화도 이뤄야 해 법안 제정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륜배송도 급성장하면서 이들 일자리를 어떻게 양질화할지 고민”이라며 “통상 법안은 만들면 규제가 되는 만큼 새 법을 어떻게 제도화해 시장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입법 현실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성훈 과장은 “현재 생활물류법 입법이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국회 상황이 녹녹치 않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 12월에는 마무리가 되어야 입법이 가능한데, 남은 기간도 짧고, 시간도 촉박해 입법 전략이 중요해 졌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이 과장은 “새 법안 상정에 앞서 입법 과정에서 사업자와 노동자들의 갈등부분도 있다”며 “택배 표준운임등과 근무환경 개선 범위 규정 및 기타 노사 간 합의가 절실한 만큼 이에 대한 갈등 해소가 우선되어야 입법도 수월해 진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생활물류법 제정안 발제에 나섰던 최시영 교수는 “법제정에 따른 이해 당사자 간 의견 일치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노사의 의견 합의뿐 아니라 이를 기반 한 법안 제정 여론 조성도 급선무인 만큼 다소 미진하더라도 우선 법안을 상정하고 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도한 생활물류법 제정은 그 동안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근로환경의 부당에도 대응하지 못한 일선 근로자들을 제도권 내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었다. 늦었지만 그 동안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해온 생활물류시장의 근로자들과 사업자가 정부와 법의 테두리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절실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