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를 선택한 그들의 마케팅 전략 – 홈쇼핑 편

지난 1995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TV 홈쇼핑은 오프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데 익숙하던 고객들에게 신선한 변화를 만들었다. 집에서 TV를 통해 물건을 확인하고 원하는 물건을 현장에 가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초창기 TV 홈쇼핑 업체들은 케이블 방송의 채널을 확보,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방송 장비, 채널 프로그램 구성, 상품 구색 다양화 등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다. 특히 1997년 불어닥친 IMF 경제위기라는 파도 앞에서 위축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잡기 위해 TV 홈쇼핑 업체들은 판매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시장에 가서 사는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편리하게 전화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TV 홈쇼핑 시장은 소비자에게 분명한 구매 채널로 발돋움하기 시작한다.

TV가 판매의 주 채널이던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국내에 인터넷 보급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같은 시기 태동하던 인터넷 쇼핑몰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TV 홈쇼핑 업체들도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기존의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의 결합형태의 새로운 인터넷방송쇼핑몰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

이 시기부터 국내 대표 TV 홈쇼핑 업체들은 자체 인터넷 쇼핑몰을 각기 선보이면서 온라인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CJ ENM 오쇼핑부문의 전신인 CJ39쇼핑은 2000년, 인터넷쇼핑몰 ‘i39’를 오픈해 생활전문 인터넷쇼핑몰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이에 질세라 같은 해 현대홈쇼핑 역시 ‘e현대백화점’의 문을 열었다. GS홈쇼핑의 전신인 LG홈쇼핑도 같은 해 ‘엘지이숍’이라는 이름의 인터넷쇼핑몰을 선보였으며 롯데홈쇼핑의 전신인 우리홈쇼핑은 이듬해인 2001년 우리닷컴이라는 이름으로 홈쇼핑의 개국과 동시에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를 시작했다.

90년대, TV 채널을 통한 판매에 집중했던 홈쇼핑업체들은 이 시기부터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잡기 위한 뜨거운 마케팅 경쟁을 펼치게 된다. 온라인 시장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홈쇼핑 업체들이 선택한 마케팅 방법은 바로 인터넷 쇼핑몰의 강화.

먼저 현대백화점은 백화점과 홈쇼핑의 인터넷 쇼핑몰 브랜드였던 e현대백화점을 2002년, 지금의 ‘Hmall’로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TV 광고도 실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인다. CJ ENM 오쇼핑부문의 전신인 CJ39쇼핑도 같은 해 자체 쇼핑몰이던 CJ몰과 홈쇼핑 채널 인터넷 쇼핑몰인 i39를 CJ몰로 통합, 기존 CJ몰의 인프라에 i39의 인터넷사업 역량을 더해 온라인 시장에서 앞서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강화와 함께 홈쇼핑업체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2003년, 업계 최초로 온라인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e메일 상품권’을 선보였으며 이듬해에는 TV홈쇼핑 방송 전에 인터넷을 통해 동일 상품을 미리 주문할 수 있는 ‘미리주문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은 2003년, Hmall에 해외 명품관을 개설했으며 2007년에는 인터넷을 통한 라이브 방송을 오픈,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고객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GS홈쇼핑은 2006년 자사 인터넷 쇼핑몰인 GS이숍에 업계 최초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오픈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인터넷 쇼핑몰 디앤샵을 인수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롯데홈쇼핑은 2008년 롯데슈퍼를 롯데아이몰에 입점시켜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매장과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홈쇼핑 업체들의 온라인 중심 마케팅에 언제부턴가 금이 가기 시작한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지난 2006년, e마켓플레이스 ‘엠플온라인’을 전격 오픈해 온라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질세라 GS홈쇼핑도 오픈마켓 ‘GS이스토어’를 선보여 온라인 시장 점령을 위한 치열한 오픈마켓 전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내놓았던 그들의 마케팅은 실패로 그 끝맺음을 맺고 말았다. 엠플온라인은 사업부진으로 인해 약 350억 원의 손실을 남기며 2년 만에 자취를 감췄고 GS이스토어 역시 개설 3년 만에 약 116억 원의 손실과 함께 소비자 곁을 떠나고 만 것.

온라인 시장 중심의 마케팅의 실패가 이어지면서 홈쇼핑 업체들은 점점 커지는 모바일 시장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그들이 주목했던 모바일 시장은 성장을 거듭해 나가 이제는 TV나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 사업자의 방송 취급액 비중은 약 51%를 기록, 2017년보다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TV를 통한 판매가 점차 줄어들고 그 자리를 모바일을 통한 판매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 중심 마케팅의 실패와 모바일 시장의 확대라는 환경의 변화 속에서 홈쇼핑업계는 어떤 답을 찾았을까? 모든 답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가 바라볼 때 대부분의 TV 홈쇼핑업체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품질과 가격에서는 이제 큰 차이를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이제 물류가 된 것. 간단하게 말해 이제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신이 구매한 물품을 받는 것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홈쇼핑 업체들은 달라진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물류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선보이게 된다.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전국 당일 배송 서비스인 ‘신데렐라 배송서비스’를 시작해 홈쇼핑업계 당일 배송의 포문을 열었던 CJ ENM 오쇼핑부문은 2017년, 전국 230여 곳의 무인택배함을 활용한 안심 배송서비스를 실시, 속도와 함께 안정성도 장착했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이에 친환경이라는 카드도 꺼내들었다. 2018년에는 업계 최초로 배송 상품에 친환경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기 시작해 친환경 배송서비스의 시작을 알렸고 이어 올해 4월에는 업계 최초로 테이프 없는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도입해 그 움직임을 이어갔다.

한편 오는 9월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24시간 내 배송서비스를 시작한다. 직배송 비율을 50%까지 높이고 출고시간을 심야로 확대해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는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배송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CJ ENM 오쇼핑부문은 경기도 광주에 자체 통합물류센터를 오픈해 전담 배송조직을 확보할 방침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7년, 배송상품의 다양화를 위해 업계 최초로 ‘가정간편식 정기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같은 해 8월에는 여성고객들을 위한 무인 택배함을 활용한 ‘여성 안심 배송 서비스’를 도입, 롯데홈쇼핑을 이용하는 여성 고객들의 편의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신선식품에 업계 최초로 ‘친환경 아이스팩’을 도입해 친환경 물류 마케팅을 전개했다. 올해 7월에는 롯데몰에 새벽배송 전문관을 오픈, 고객들이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등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2013년, 배송 체계의 원활화를 위해 물류센터의 물류 시스템을 재정비했던 GS홈쇼핑은 2017년에 GS25와 손잡고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본격 시작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편의점에 상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어 같은 해 5월에는 900억여 원을 투자해 경기도 군포에 자동화 설비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물동량을 예측하고 재고를 관리할 수 있는 첨단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밝혔다. GS홈쇼핑은 올 연말 본격 가동될 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배송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한편 배송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2015년, 우정사업본부와의 업무제휴 협약을 통해 우체국택배를 통한 안전한 맞춤형 택배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지난 2003년부터 운영돼 오던 여성 택배기사 서비스인 ‘드림배송’의 배송 인원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해 안전성을 높였다. 2017년에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으며 지속적인 서비스지역 확장을 통해 올해 2월에는 당일 배송 서비스지역을 지방 소재 17개 시까지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배송 서비스가 충분히 연착륙했다고 판단한 현대홈쇼핑은 올해 3월, ‘H딜리버리’라는 이름의 배송 브랜드를 출시해 패션·식품 상품에 특화된 배송서비스의 운영을 시작했다. ‘H딜리버리’는 △오후 1시 전에 주문한 패션 상품을 3~5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H익스프레스’ △오후 4~6시에 주문한 식품 상품을 5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H퀵’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체적인 배송 브랜드를 통해 빠르고 안전한 배송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현대홈쇼핑은 올해 4월에는 친환경 배송박스를 본격 도입, 친환경 배송시스템 구축에도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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