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위원회 구성됐지만 무산…현재 운송원가 검증 및 분석 중

물류신문은 지난 4월 ‘육상물류시장 ‘안전운임제’ 본격 논의, ‘와글와글’’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표준운임제(안전운임제) 제정 일정과 쟁점을 소개했다. 당시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현재 운송원가 조사를 마치고 자료검증 및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운송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표준운임제’ 도입이 현실화함에 따라 예상대로 이해관계자들의 실력행사도 일어나고 있다.

표준운임제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화물연대는 지난 6월 1일 부산 신항 삼거리에서 ‘표준운임제 전면 실시’를 촉구하는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화물연대는 2020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표준운임제가 대해 대형 화물운송사측과 화주 고객입장만을 대변하지 말고 일선 화물 차주가 만족할 수 있는 요금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입까지 6개월도 남지 않은 표준운임제의 역사를 돌아보고, 공론화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제도변화와 당시 쟁점들을 점검해 봤다.

외환위기, 화물운송 시장 혼란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건 중 하나는 IMF 외환위기다. 모든 산업이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시장이 변했다. 물류시장 또한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많은 실직자가 발생했고, 이들은 화물자동차 운송시장에 뛰어들었다. 과잉공급으로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전락한다. 이는 화물차주들의 과당경쟁으로 이어졌으며 시장질서 왜곡 등 화물자동차 운송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이 같은 시장의 혼란은 급기야 2003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으로 이어졌으며, 운송물류시장 자율운임 대신 강제적인 표준운임의 도입과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공론화됐다.

하지만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의 구조개선 조치의 일환으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했다. 당시 법 개정을 통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했으며 연간 1조 6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유가보조금도 함께 도입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화물자동차의 과잉공급에 따른 과당경쟁 및 다단계 운송거래 등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20여 년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이다.

‘화물운송시장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위원회’ 구성됐지만…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의 개입으로 화물운송업계 이해 당사자들은 갈등을 숨긴 체 불안한 동거를 이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 분출된 표준운임제 요구에 다음 정부인 이명박 정부는 표준운임제가 ‘反 시장적’인 제도로 규제 완화의 흐름에 역행하고 시장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묵살, 제도 시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5월 경유 가격의 급등으로 화물운송시장의 수익구조는 악화됐다. 이는 6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로 이어지는 등 국내 육상화물 운송물류시장은 또다시 폭풍에 휩싸인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연례행사처럼 되자 이명박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의 적정운임 형성을 유도하고 화물운송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표준운임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에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을 포함해 총 14인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화물운송시장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당시 위원회에 참여한 화주단체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운송 표준운임을 결정 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은 반시장적이며 세계적 규제 완화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운송사업자 단체와 차주 단체는 현행 자율운임제로 인한 저 운임 구조가 표준운임제 도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한편 2008년 12월에는 민·관·정이 참여하는 ‘화물운송시장 제도개선 특별대책반’이 구성됐다. 특별대책반 활동을 통해 다단계 하청 화물운송구조와 운임왜곡현상 지입제 위주의 운송시장 구조로 인한 부실운송업체의 증가 등 화물운송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했다.

또 한 번의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화물운송시장은 여전히 복잡한 이해관계와 경직된 제도가 시장의 효율을 저해하고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경쟁력을 약화와 물류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탄핵과 조기대선, 표준운임제 도입 앞당겨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8월, 정부는 화물운송업계 및 차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물류산업 육성과 시장발전에 저해가 되는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소형화물차의 시장진입 규제 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법·제도가 개정되면 화물노동자에 대한 물류대기업의 착취가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폐지하고 △수급조절 총량 유지 △표준운임제 법제화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과적 근절을 위한 도로법 개정을 요구했다.

다시 한번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는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화물차 운행 안전을 위해 과적 단속 강화, 지입차주의 운송 계약 안정성 확보 방안 마련 등 두 가지에 합의하고 파업을 철회했다. 수십 년간 주장해온 표준운임제 도입과 같은 굵직한 사안의 합의는 하지 못했다.

기약 없을 것 같은 표준운임제 도입은 탄핵정국으로 인한 조기대선으로 성큼 다가왔다. 당시 유력대선주자였던 문재인 후보는 표준운임제 도입을 공약했으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당선 이후 발표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에 표준운임제가 다시 포함됐으며 표준운임제 도입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돼 운영 중이다.

외환위기 이후 무분별한 난입으로 혼탁해진 화물운송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력이 시장의 불만을 잠시 잠재우는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도입을 준비 중인 표준운임제가 시장의 모든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이해당사자가 적극 참여와 서로를 이해하고 상생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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