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25

이번 호는 카프카즈(코카서스) 남부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과 물류에 대하여 알아본다.

아제르바이잔
‘아제르’는 ‘불’, ‘바이’는 ‘신성한’, ‘잔’은 ‘땅’을 의미하는데, 아제르바이잔은 ‘신성한 불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다. ‘아제르바이잔’은 카프카즈 산맥의 남쪽에 위치하면서 카스피해의 서쪽에 있다. 북으로는 러시아, 남으로는 이란, 서쪽으로는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를 경계로 하며, 카스피해 너머로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있다. 카스피해가 내해이므로 아제르바이잔은 유라시아의 내륙국이라고 할 수 있다.

바쿠 항구, 카스피해의 검은 진주
바쿠(Baku)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이면서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다. 바쿠는 ‘카스피해의 검은 진주’라고 불리는데. 석유가 많이 나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유전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몰렸고, 카프카즈에서는 가장 큰 대도시가 되었는데. 인구가 약 350만 명이 넘는다.

지도를 잘 들여다보면 카스피해에서 불룩 튀어나와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반도인 셈이다. 바쿠를 표현하는 단어는 많다. 저녁 풍경이 아름답기에 ‘야경의 도시’, 가스에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기에 ‘불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야경이 아름답고, 석유-가스 지역이라서 불이 붙으면 꺼지기 어려운 지역이다.

터키 VS 러시아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시간동안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아왔기에 민족과 언어가 투르크 계열이며 이슬람교를 믿고 ‘작은 터키’라고 불린다. 하지만 1828년 러시아가 남진했을 때 점령당했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서야 아제르바이잔은 독립하게 된다. 러시아와 모스크바는 약 170년 간 아제르바이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러시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터키, 중국, 유럽,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집중한다.

바쿠, 어떻게 운송해야 하나? 
한국·중국에서는 통상 이란의 반다르압바스를 통해서 바로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로 운송할 수 있었는데,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이란 루트가 막혔다. 따라서 조지아의 포티 항구에서 양하한 후 트럭이나 철도를 타고 바쿠로 운송한다. 흑해에 위치한 포티 항구에서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바쿠까지는 900km다. 부산, 상해에서 포티까지만 가는데도 약 50여일이 걸린다. 따라서 이란을 관통할 때보다 시간은 20여일 이상 더 늘었고, 물류비도 50% 정도 증가했다. 이란 제재로 인해 아제르바이잔의 물류가 피해를 본 것이다.

최근 중국 화물은 카스피해 연안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즉, 중국에서 출발해 카자흐스탄을 관통하면 카스피해의 악타우 항구가 나온다. 악타우 항구에서 카스피해를 건너 바쿠 항구로 들어오는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해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악타우~바쿠를 연결하는 화물 유인책을 고민하고 있다. 물론 북쪽의 러시아나 남쪽의 이란과는 국경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아제르바이잔으로 직접 운송한다.

2016년 바쿠에 갔을 때 물류업계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현재 정부에서 물류를 중요한 국가 정책으로 설정했는데, 과연 아제르바이잔이 ‘물류’ 국가가 될 수 있겠느냐고. 나는 ‘이런 내륙국가가 석유나 팔면 되지 지리적으로, 물류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나라가 무슨 물류국가를 꿈꾼단 말인가?’하고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해답은 바로 카스피해와 이란에 있었다.

바쿠 항구, 카스피해 동서 횡단을 장악하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될 때 중앙아시아의 많은 화차들은 카자흐스탄으로 귀속된 반면 카스피해의 대부분의 선박들은 아제르바이잔으로 귀속되었다. 카스피해의 안보나 군사는 러시아가 장악하지만, 카스피해 선박은 바쿠가 장악하고 있다.

카스피해와 접하는 나라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이 있는데. 카스피해는 바쿠 항구와 카자흐스탄 아티라우, 악타우 항구,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바쉬 항구를 연결할 때에 주로 사용된다. 즉, 바쿠 항구가 카스피해 동서 횡단의 핵심 축이다.

바람의 도시-바쿠, 레일페리가 오간다
일반 화물선들은 컨테이너나 트럭을 실은 채 카스피해를 오간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카스피해에는 선박 안에 철로가 깔려 있는 레일페리가 활발하다. 남카프카즈와 중앙아시아는 모두 광궤가 깔려 있기에 육지 위에 화물이나 컨테이너를 내려놓지 않고도 화차가 승용차나 트럭처럼 레일페리를 타고 카스피해를 건널 수 있다. 레일페리는 바쿠 물류, 카스피해 물류의 멋이다.

바쿠는 항상 강한 바람이 부는데 겨울에는 특히 심하다. 이에 카스피해를 통해 물류를 운송할 때는 선사나 물류업체가 말하는 날짜보다 대략 일주일 정도는 늦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북남수송로, 러시아~바쿠~이란
러시아와 이란은 수에즈 운하를 통하거나, 카스피해 남북을 종단하거나 카자흐스탄을 경유해서 운송했다. 그런데 지도를 잘 살펴보면 모스크바와 테헤란 간 최단 거리는 카스피해의 서쪽 해안을 따라서 가는 길이다.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 항구~모스크바~아제르바이잔의 바쿠~이란의 테헤란~반다르아바스 항구까지는 약 5,000km인데 최단거리다.

문제는 이란과 아제르바이잔 사이 172km의 이란 구간 철로가 끊겨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구간 철로 건설비용의 절반을 투자해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단절된 철로를 연결한 이 루트를 ‘북남수송로(North-South Transportation Corridor)’라고 부르는데, 2000년에 주창되어 2002년에 서명했다. 그러나 11억불 정도 밖에 비용이 들지 않는데도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 러시아 제재의 영향이 적지 않은 탓인지 완공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최근 지어진 카스피해 동쪽 연안을 따라서 (이란)~투크르메니스탄~카자흐스탄~(러시아) 철로를 사용해도 된다. 물론 1,000km 정도 돌아가는 셈이고 카자흐스탄이 통과 철송료를 높게 받지만 모스크바나 유럽으로 향하는 철로가 끊긴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란이 카스피해 서쪽을 따라서 아제르바이잔의 철로에 직접 닿으면, 이란이 카스피해 동쪽을 거치는 것보다 모스크바 및 유럽과 1,000km 더 가까워지고, 러시아도 이란, 중동, 인도가 그만큼 가까워진다. 바쿠가 중요해졌다.

이란 제재와 바쿠  
미국의 이란 제재로 많은 선사, 운송사, 화주들이 이란을 거치지 않으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러시아를 거치지 않으려 하고, 러시아는 유럽의 일부 품목에 대하여 운송을 제재하려고 한다. 이란과 러시아를 피해 중앙아시아로 저렴하고 빠르게 가는 방법은 바로 카스피해의 동서를 횡단하는 것이다.

터키, 유럽, 우크라이나와 중앙아시아 간에는 바쿠와 카스피해를 통한 운송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이 가장 크다. 화주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1)이를 고려하지 않고 이란을 관통하는 트럭을 사용하는 화주들도 있고, 2)제재를 감안해 이란 도로를 관통하면서도 이란 세관 스템프를 찍지 않는 트럭을 사용하는 화주들도 있다. 3)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카스피해를 관통하는 트럭을 주문하는 화주들이 있다. 바쿠를 거치지 않고는 카스피해를 관통할 수 없다.

따라서 이란 제재로 인해 이란 관통 루트를 사용할 수 없는 아제르바이잔은 물류의 오지가 되었지만, 반대로 이란 제재로 인하여 아제르바이잔의 카스피해 물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카스피해의 바쿠, 중앙아시아와 유럽/터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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