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는 없지만 데이터로는 존재

국내에 108만평, 37만평, 20만평, 16만평이 되는 축산물 위생법에 따른 축산물 보관 창고가 있을까? 또 11만평이 되는 냉동·냉장창고가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현실에서는 없지만 데이터 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물류창고업 정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류창고의 데이터이다.

물류창고 등록 데이터를 살펴보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하고 있는 K사의 물류창고 면적이 상당히 크게 나와 있다. 무려 108만평 이상이 된다. 실제로 표기되어 있는 면적은 축산물위생법에 따른 축산물 보관창고로 3,591,689㎡로, 평으로 환산하면 1,088,391평이다. 하지만 이 물류센터의 전체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또 광주광역시에 위치해 있는 C사의 축산물 위생법에 따른 축산물 보관창고는 1,242,870㎡로 나타나 있다. 이를 평수로 계산해 보면 376,627평이다.

충북 청주에도 이와 같은 물류창고가 등록되어 있다. 이 물류센터도 축산물위생법에 따른 축산물 보관창고로 면적이 627,300㎡(203,727평)로 M사가 등록했다. 또 이천시에 위치하고 있는 W사도 축산물위생법에 따른 축산물 보관창고를 무려 530,249㎡(160,682평)를 등록한 것으로 확인 됐다. 축산물 보관창고가 대부분 냉동·냉장창고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면적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남 해남군에는 물류시설법에 따른 냉동·냉장창고가 대규모 면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창고는 D사가 등록한 것으로 물류시설법에 따른 냉동·냉장창고 377,952㎡(114,531평)로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정도 규모의 물류창고는 현재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연면적을 자랑하는 물류센터는 동탄물류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 물류센터로 연면적이 486,623㎡(약 147,400평)이며 이는 상온창고다. 냉동·냉장 물류창고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면적이 가장 큰 물류창고는 오산에 있는 물류창고로 연면적 200,291㎡(60,696평)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대형 면적이 등록되어 있을까? 이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이든, 등록을 하는 과정이든, 그 과정상에서 소수점이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창고업 등록제에 다른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소수점 두 번째 자리까지 표기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자료를 살펴보면 소수점이 없이 등록이 되어 있다. 소수점을 찍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등록면적으로 바뀐다. K사는 10,883평, C사는 3,766평, M사는 2,037평, W사는 1,606평, D사는 1,145평 정도 수준이다.

어느 단계에서의 실수든 소수점을 찍지 않는 것이 상당히 다른 데이터를 양산하고 있으며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100만평과 만평의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면적이 위의 기업들처럼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수준으로 나온다면 잘못된 것을 수정할 수 있다. 실제 이번 물류신문에서 물류창고업 등록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일부 수정해 데이터를 정리했다.

하지만 면적이 크지 않은 물류창고는 실제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서는 수정하기 어렵다. 즉 100평 정도의 물류창고가 10,000평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잘못된 데이터를 발견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이터를 통한 정보 외곡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또 중복이 의심되는 데이터나 이미 사라진 기업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는 것도 상당하다. 이유가 무엇이든 물류창고 등록에 대한 데이터로서는 신뢰도가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물류창고의 데이터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물류창고 등록제에 대한 자료이다. 물론 국내 물류창고가 얼마나 공급됐는지? 그리고 각 지역마다 얼마나 물류창고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며 운영되고 있는 물류창고의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타법에 의한 물류창고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단 한 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창고업에 등록되어 있는 기본데이터가 정확하다는 전제 조건이다. 창고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누락되거나 잘못 입력된다면 사실 창고업 등록을 통해 등록된 자료의 신뢰성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데이터를 빼면 물류창고에 대해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이러한 물류창고업 등록 데이터는 여러 곳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되고 있다. 물류창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물류창고 현황에 대해 강의하는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창고업 등록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류신문사도 창고업 등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년 한 번씩 국내 물류창고에 대한 현황이나 변화 사항들을 체크해 기사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자료를 정리하면서 누락되거나 삭제되지 않은 데이터들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일일이 현재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알면서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확인 할 수 없지만 잘못된 데이터를 어떠한 필터링 없이 그대로 제공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창고업 등록제라는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창고업 등록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를 떠나 이렇게 잘못된 정보의 집합소가 된다면 아무 쓸모없는 정보 또는 등록제가 될 것이고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로 남겨질 것이다. 이에 따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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