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떨기 전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생존전략을 잡아라

올해 2월, 한 회사의 투자 유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물류 업계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 일이 있었다. 주인공은 디지털 포워딩 분야의 스타트업인 Flexport였다. 이 회사는 Softbank의 Vision Fund로부터 33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물류 업계는 2013년 설립돼 고작 6년 밖에 안 된 회사가 이런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배경에 주목했다. Flexport는 포워딩 비즈니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2018년 한 해에만 5천억 원이라는 매출을 달성, 해상운송 포워딩 기준 세계 11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생긴지 6년 밖에 안 된 기업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을 활용하면 스타트업 수준을 뛰어 넘어 스케일업(중견 기업)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사실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물류 산업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133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JD Logistics, Manbang Group, Gojek 등의 유통 및 라스트마일 물류 분야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유럽에서도 나타난다. 해상운송 포워딩, 공급망 모니터링(Supply Chain Visibility), 화물운송 중개,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에서 2백만 유로 이상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으며, 53개 이상의 물류 분야 스타트업들은 1억 6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물류 스타트업들이 이렇게 성장 할 수 있는 이유는 앞선 Flexport의 사례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 때문이다.

비즈니스 생태계의 근본을 바꾸는 트렌드의 등장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면 기업들은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라고 할 수 있으며 기업들은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생존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을 선택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자율주행, 드론, 로봇, 인공지능, 3D 등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대표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시장에서 기존 기술들을 단순히 대체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생태계의 근본 자체를 바꿀 뿐만 아니라 인간 일자리와 직업의 변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들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주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IDC는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외부 생태계)의 파괴적인 변화에 적응하거나 이를 추진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정의하고 있다. IBM에서는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A.T. Kearney는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신기술로 촉발 되는 경영 환경상의 변화 동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현행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한 신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으로 설명하고 있다.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공통점은 기업이 주체라는 것과 기업들이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들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진행돼왔다.

첫째는 업무 최적화다. 기업의 내부 운영과 관리를 위한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디지털화함으로써 업무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동시에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 그것이다. 업무 최적화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표준화와 관리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이야말로 이런 상황에 가장 적격이다.

두 번째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혁신이다. 기업 중심의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고객중심의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얼마나 많은 디지털 포메이션 기술이 이를 위해 쓰이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마지막은 제품(서비스) 혁신이다. 기존 제품에 대한 가치사슬분석과 기업의 핵심 경쟁우위를 파악한 후,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이 세 가지 영역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후의 우열 없이 똑같이 중요하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하는 화주산업… 유통·물류에도 영향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미 각 산업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선진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사업의 프로세스는 물론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야는 화주산업인 제조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 팩토리다.

스마트 팩토리는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물리적인 제조공정의 기계설비 또는 생산 공장을 IoT(사물인터넷)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발생되는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한다.

기존의 물리적 제조공정을 자동화 지능화로 디지털화할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이를 재현하는 궁극적인 디지털화가 바로 스마트 팩토리다.

스마트 팩토리의 진짜 진가는 제조 과정에서만 발휘되는 게 아니라 생산 이후에도 나타난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산된 제품은 기본적으로 사물인터넷이 적용되기 때문에 여기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고장에 대한 사전적 예방과 원격 서비스를 통한 유지 관리가 가능해진다. 스마트 제품을 기반으로 종전보다 발달된 새로운 추가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의 수익모델이 기존에 물리적인 제품을 단순 일회성으로 판매하는 것에서 스마트 제품을 통해 각종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화주기업의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 및 물류기업의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쟁이 아닌 파이를 키우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의 진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기존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데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물류 스타트업의 성장이 물류 산업 전체의 성장 전략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자동화, 로봇화, 인공지능은 전 산업에서 급부상하는 기술로 도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가능한 범위 내의 모든 것들이 자동화, 디지털화 될 것이다. 로봇화는 기계학습에 중점을 두면서 데이터의 학습과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물류는 예측 가능성과 효율적인 흐름 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자동화, 로봇화, 인공지능의 도입은 물류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미래 물류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향상시키는 핵심 원동력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소형센서가 부착된 기기들이 서로 통신을 주고받고 인간과의 상호작용 없이 데이터를 수집·저장·교환해 지능적인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물류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사물인터넷은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물류 산업을 근본부터 혁신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 내에서 정보를 보유·공유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단일 주체에 의해 제어되거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때문에 블록체인은 물류분야에서 화물 운송업체의 투명성 제고, 정보중단의 최소화, 중개자 배제 등을 통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목적지까지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은 인간을 태우고 이동하는 자율주행 차량과 상품을 싣고 운반하는 배달로봇이라는 두 방향으로 크기 진화하고 있다. 이중 배달로봇은 자율주행 차량이라는 물리적 장치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운송 수단이다. 배달로봇은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높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배달 서비스의 주도 및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류 인건비는 상승하는 반면 첨단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배달로봇의 도입 비용은 낮아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배달로봇의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열 가지 기술보다 한 명의 사람이 더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은 변화하는 공급망의 경쟁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핵심 솔루션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물류 산업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Walmart는 지난 2016년 온라인 유통 스타트업 Jet.com을 33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이 인수는 Jet.com 자체를 인수하려는 게 아니라 다른 숨은 목적이 있었다. Jet.com의 창업자 Marc Lore를 스카우트하려는 게 인수의 진짜 목적이었다.

Marc Lore는 2005년 아기용 기저귀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Diapers.com을 창업했는데, 2011년 5.45억 달러에 회사를 Amazon에 매각하고 2년간 Amazon에서 근무했다. 그 후 Amazon을 넘어서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2014년 Jet.com을 창업했다. Walmart는 Jet.com 인수 이후 Marc Lore를 Walmart 온라인 비즈니스 리더로 임명했다. 이후 Walmart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기존의 전년 대비 7% 내외 성장에서 40% 이상의 고성장을 이뤄냈다.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첨단 기술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밝은 인재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천대학교 송상화 교수(동북아물류대학원)는 삼성SDS가 발행하는 ‘i4L White Paper’에 기고한 <물류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2019.6) 보고서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존의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디지털 인재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해외에서는 스타트업의 디지털 인재가 이직하는 것을 프로 스포츠 스타급 선수들의 이적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앞서 예를 든 Walmart와 Marc Lore의 케이스처럼 인재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 인수합병도 한 방법이다.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 경쟁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물류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서비스가 아니라 ‘데이터’라는 주장도 있다. 물류 산업의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 활용하는 하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기업 간 경쟁의 핵심 차별성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서비스도 이 데이터에 기반해 나오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폭넓고 깊은 레벨의 데이터를 가진 디지털 물류 기업은 새로운 알고리즘을 통해 기존의 물류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송상화 교수는 “빅데이터 확보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알고리즘 개발 역량과 함께 고객 서비스 차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커피만 마시지 말고 스타벅스에서 배워라!
스타벅스와 디지털?

얼핏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둘을 전문가들을 다른 눈으로 본다. 스타벅스야 말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장 먼저 도입하여 성장과 수익을 창출한 선도 기업이라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디지털 기술과 휴대폰을 연결해 고객이 긴 줄을 서지 않고 주문이나 결재를 하고, 수집된 고객 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메뉴를 경험하게 하는 비즈니스 변신에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어렵게만 느껴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쉬운 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제 선택이 아닌 모든 기업이 생존하려면 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 되었다. 

경계를 벗어난 새로운 경쟁의 시대 도래
물류기업 간 경쟁은 옛말… 산업·업종 뛰어넘는 생존전략 필요

중국 온라인 유통 시장의 강자인 Alibaba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JD.com이 바로 그 겁 없는 도전자다. JD.com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인 드론 배송, 물류로봇 기반 창고 시스템 등을 통해 주요 도시에서 당일 배송이 가능한 풀필먼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JD.com은 온라인 유통 업자지만 기존 물류 기업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물류 기술을 접목하면서 디지털 물류 시대에 물류 기업의 경쟁자로 등장했다.

Amazon 역시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D+1일 특송 서비스를 표준 온라인 배송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풀필먼트 창고 아웃소싱 서비스를 온라인 유통기업에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를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물류 기업 입장에선 Amazon이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경쟁은 말 그대로 국경이 없어진다. 즉, 물류 산업의 경쟁 역시 물류 기업 간의 경쟁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업종과 지역을 벗어난 새로운 경쟁 시대를 맞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 기술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해가 쉽다.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기술은 산업 분야와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다. 때문에 디지털 기술의 특성을 이해하는 기업은 산업·업종 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분야로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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