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공표 시간 못 지켜 모든 일정 지연…주요 주체들 반발 계속

2020년 물류시장의 최대 화두인 ‘안전운임제’가 지난 12일 안전운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컨테이너는 1km당 평균 2,033원 및 시멘트는 1km당 평균 899원 및 957원으로 공표됐다. 하지만 주관 부서인 국토교통부의 기존 계획과 달리 12월을 며칠 남겨둔 시점까지도 상세 구간별 안전운송운임 및 안전위탁운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최종 운임 공표가 늦어지면서 물류현장의 혼란을 가속하고 있다. 1월 1일 정상 시행에 의문을 보이고 있는 안전운임제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점검해 봤다.

늦어진 발표, 홍보 기간 없이 시행돼 물류현장 혼란 불가피
안전운임제의 근거법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조의 4(화물자동차 안전운송원가 및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의 공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월 31일까지 심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운송품목에 대하여 다음 연도에 적용할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원가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안전운임위원회는 첫해부터 안전운송원가를 제 일정에 맞춰 공표하지 못했다. 참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지난 12일이 돼서야 표결을 마쳤다. 한번 늦어진 일정은 계속 늦춰져 시행 1주일 전에도 전체 2,500개 구간에 대한 구간별 세부 운임표는 발표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공표를 10월 31일로 정한 것은 제도 도입에 따른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2달간의 홍보 기간을 둔 것”이라며 “이 기간에 화주, 운송업체, 일선 차주까지 모두가 안전운임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당장 1월 1일 시행하면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밝혔다.

이와 함께 “안전운임제 도입 첫해이기 때문에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며 “안전운임제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서로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추측성 정보, 부정확한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사실과 다른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며 향후 2개월 정도의 홍보 기간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월 1일 시행도 중요하지만, 안전운임제가 제대로 뿌리내려야만 향후 논의도 수월해질 수 있다”라며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양해를 구해 일시적으로 제도 시행을 늦추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안전운임제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화주(수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대로는 시행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안전운임제는 수출, 수입시장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수출의 경우 국내적인 문제여서 그나마 수월하지만, 수입화물의 경우 여러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국내로 선박을 통해 컨테이너를 운송할 경우 1개월에서 1개월 반 정도가 걸린다. 만약 지난해 12월 중순쯤 유럽에서 출발한 선박은 1월이 되어야 국내에 도착한다. 이렇게 도착한 컨테이너를 전국으로 운송할 때 안전운임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한 “계속 최종 구간 운임이 늦어지면서 일선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초 보장했던 운임 수준 벗어나, 대다수 운송회사 ‘거부’

안전운임제의 운임은 어떻게 결정된 걸까. 안전운임위원회에 참여한 관계자는 “안전운임제는 정률제도 정액제도 아닌, 운송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요소가 혼합되어 특별한 기준 없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부가 처음 밝힌 기준이 계속 변경돼 논의가 어려웠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운송운임을 만들 당시 운송사들의 원가를 제외하고 1.3%의 수익을 책정했다”며 “이는 운송사가 원한 수익률이 아니라 한국교통연구원(KOTI)이 운송사들의 회계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취합해 적정선의 수익률을 만들어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준에 대해 그는 “운송사들은 국토부가 자료를 분석해 도출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회의에 참석했지만, 회의가 거듭될수록 최초 수익률 기준이 수정되면서 최종 운임이 결정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안전운임위원회 참석한 운송사 대표는 “최종 의결을 거친 안전운임제는 마지막 합의에 어려움을 겪자 두 마리의 고래(화주, 일선 차주) 주장만을 수용하고, 중간 접점의 새우(운송사)를 희생시키는 방식을 택했다”며 “이 때문에 운송사 대표위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운송사들의 불만으로 운송사에 운임을 받아야 하는 일선 화물 차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송사들, 법적 운임 지급하지만 추후 행정,법적 대응 나설 것
운송사 대표들은 여전히 공표된 안전운임제가 불합리하다며, 만약 이대로 시행되면 한 달간의 시행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정부를 대상으로 행정적,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컨테이너 운송업체 A 대표는 “정부가 공표한 운임을 지급할 경우 국내 운수회사 중 어느 곳도 살아남기 힘들지만 안전운임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당장은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정도 지급한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따져, 추후 정부를 대상으로 행정적인 대응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서 합리적인 안전운임제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수업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사항으로는 환적화물에 대한 운임이다. 운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결정된 항만 내 환적화물 운송운임의 경우 운임을 지급하는 해운사의 참여 없이 결정돼 또 다른 논란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적화물이란 수출입 화물을 취급하는 항만, 부두 내에서 A 배가 가져온 화물은 B 배로 옮겨 싣는 작업으로 화물 환적 시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번에 공표된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는다. 환적화물의 경우 화주가 해운사지만 이번 안전운임위원회 대표위원에는 선정되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환적화물 운송운임 논의 시 해운사 측 대표가 반드시 참여했어야 했다”며 “해운업계 의견 없이 결정된 운임에 과연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운임제가 법령으로 정해져 있고, 이를 어길 시 처벌이 강해 당장은 이를 수용하겠지만 운송사와 마찬가지로 선 시행 후 대응의 방식을 통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월 1일 시행하는 2020년 안전운임제는 시행 후 행정적, 법적 후폭풍에 몸살을 앓게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시장 운임 수준에 따라 물류산업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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