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예상 속 불안한 외부요인 마주한 항공·해운

2019년 항공·해운기업들의 한 해를 알기 위해 ‘자본주의 꽃’으로 불리는 주가를 살펴보면 항공, 해운기업들의 주가는 제자리걸음 또는 하락했다. 이는 매출과 이익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예상외의 실적을 기록한 기업도 있지만 많은 기업이 매출이 줄거나 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이 경영권 이슈, 인수합병(M&A) 등 외부요인이 작용으로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2020년 항공, 해운업계의 전망은 어떨까? 항공의 경우 글로벌 화물 물동량의 감소 폭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물동량이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다. 특히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클라우드, 5G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해 수출량 증가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

해운의 경우 초미의 관심사인 ‘IMO 2020’이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IMO 2020’ 시행으로 해운사들은 강화된 황산화물 배출 규제 대응에 따른 비용 보전을 위해 업계 전반에 걸친 운임 인상이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또한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벌크선의 6%, 컨테이너선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선 중심의 폐선 증가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가운데 항공, 해운산업 수익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한 치 앞을 전망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일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 군부실세 카셈 솔레이미니 쿠르드 사령관이 사망했다. 이에 지난해 평균 65달러 선을 유지하던 브렌트유가 70달러로 상승하는 등 향후 중동정세에 따라 국제유가가 항공, 해운산업은 물론 모든 산업의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해운 ‘치킨게임’ 경쟁력 갖추게 돼
2011년 머스크는 데일리 머스크(Daily Maersk)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아시아-유럽 항로에 약 70여 척의 대형 컨테이선을 투입해 주요 항만에 매일 기항하는 서비스로 머스크는 당시 세계 최대 크기인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운송 비용을 30% 가까이 낮추면서 규모의 경제 이점을 증명, 치킨게임에 나섰다. 머스크의 치킨게임은 당시 세계 7위, 국내 1위 한진해운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이를 본 세계 선사들이 대형 선박 발주에 매달리고 있으며 머스크는 아직도 치킨게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 2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차례로 인수한다. 머스크 주도로 이어져 온 치킨게임에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오는 4월부터는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인어스’ 정회원으로 합류해 최적화된 네트워크 구성과 경쟁력 있는 서비스 실현에 나설 계획이다.

‘IMO 2020’ 대응에 따라 성패 갈릴 듯
지난 몇 년간 머스크의 치킨게임 외에도 해운시장의 주요 화두는 ‘IMO 2020’ 환경규제다. 1월 1일을 기점으로 시행 중인 이번 규제의 가장 큰 특징은 신규로 건조되는 선박뿐만 아니라 기존에 운항하고 있는 선박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에 얼마나 많은 폐선이 발생할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또한 ‘IMO 2020’을 대비 상황에 따라 수익률도 갈릴 예정이다. 현재 선사들은 크게 3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스크러버(Scrubber)를 선박에 장착해 기존 고유황유(HFO)를 계속 사용 △친환경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으로 변경 △기존 고유황유(HSFO)를 저유황유(LSFO)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머스크는 저유황유만 사용하겠다고 했던 계획을 변경해 50척 이상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계획이며 MSC는 200척 이상에 스크러버를 설치해 운용할 계획이다. 벌크선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탱커선사들의 경우 조금은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선사들도 큰 방향성을 저유황유를 중심으로 사용하고 일부 선대에 스크러버를 설치해 사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현대상선은 기존 보유한 사선 선대 22척 중 17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계획이다. 팬오션은 장기운송계약을 수송하는 선박 중 총 10척의 선박에 대해 스크러버를 설치해 운용할 계획이며 대한해운은 POSCO와 맺어진 장기운송계약 2척에 대해서만 스크러버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바이오유 투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머스크는 연료에 바이오 선박유를 20% 혼합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중국 상하이 구간에서 사용하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항공, 4분기부터 회복세…반도체 중심 회복세 기대
지난해 항공사들은 반일정서 확대에 따른 출국객 감소, 화물 부진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전 세계 항공화물은 6,120만 톤으로 3.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물동량도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상승세는 이어져 올해 세계 항공화물 물량은 지난해보다 2% 증가한 6,240만 톤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기저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지만 절대 물동량 감소세가 멈추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해 한국발 수출 회복은 더 가시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물동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운임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보다 3%가량 감소할 것이며 운임하락 여파로 항공화물 매출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연간 화물매출액은 1,012억 2,000만 달러로 올해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 중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은 아시아나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5월부터는 HDC 간판을 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범 현대가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주인이 된 만큼 항공물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에서 지원사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무역 분쟁, 불안정한 중동정세 등 외부요인은 ‘불안’
항공과 해운은 그 어떤 산업보다 외부요인이 큰 산업으로 특히 국제유가와 환율 등에 영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며 중국과 대립했다. 이 같은 미·중무역 분쟁의 영향으로 지난 몇 년간은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협의에 합의했으며 오는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서명할 예정이다.

미·중무역 분쟁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중동 이슈가 불거졌다. 지난 3일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군부실세 카셈 솔레이미니 쿠르드 사령관이 사망했다. 이란은 보복을 다짐하며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등 전쟁 가능성이 커져 국제유가가 출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전쟁보다는 경제제재로 선회했다. 향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화 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일어날 경우 국제유가 등에 영향을 미쳐 항공, 해운업을 넘어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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