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수욱 서울대 교수

2020년 벽두부터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발병과 확산으로 산업시장이 어디서나 손쉽게 살 수 있던 마스크 한 장 구입하기 어려운 공급망 붕괴 시대를 맞고 있다. 더욱 당혹스러운 건 이런현상이 언제 또 있었나 싶을 만큼 일상과 산업현장에서 지금까지 상상도, 경험도 하지 못한 혼돈 상황이 진정되길 무한정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당장의 산업시장 마비와 향후 이번 사태가 가져올 후 폭풍이다.

산업콘텐츠 융합경영학회 회장이며 SCM 전문가인 서울대 김수욱 교수는 “이번 계기로 사회뿐 아니라 산업시장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 해질 것”이며 “반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발병과 확산에 따른 국내외 산업시장의 공급망 관리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김수욱 교수가 진단하는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이 깊은 수렁에 빠진 국내 산업시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식 낮고 조급한 공급망 전략, 기회 아이템으로 전환해야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의 사전적 의미는 ‘제품생산을 위한 프로세스를 공급자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이동하는 진행과정을 감독하는 것으로, 부품조달에서 생산계획·납품·재고관리까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관리 솔루션(두산 백과)’이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전 세계 산업시장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면서 공급망의 중요성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공급망이 산업시장에서 필수 구축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임에도 대다수 기업들이 허술하고, 안이하게 평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발병과 확산에 따른 현재의 공급망 문제는 당장 현실에서 마스크 수급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며 “작지만 전체 산업현장에서의 공급망의 차질이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상적인 공급망의 경우 적정시기에 적정 물량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만, 당장 우리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스크 부족 상황만 봐도 공급망 붕괴에 따른 문제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시장의 SCM 구축 인식은 낮다”고 꼬집으며 “이 같은 인식부족은 우리 국민성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단한 SCM 구축을 위해서는 SCM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긴 안목을 가지고 꾸준한 투자와 관리를 해야 하지만 국내 산업시장의 경우 ‘빨리 빨리’ 문화로 투자대비 빠른 효과를 요구하다 보니 최적화된 SCM 구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SCM의 투자대비 효과를 보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하지만, 쓴 소리를 하자면 국내 중소기업들 가운데 전후방 공급망을 커버할 수 있는 SCM 구축 기업은 없으며, 대책도 개념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대한민국 산업시장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국내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장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서 보다 공고한 SCM 구축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망 관련 ‘정보와 자금 운영’ 헤게모니 쥐어야
그럼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붕괴 상황은 어느 정도일까? 김 교수는 “현 상황이 위기이긴 하지만 기회”라며 “나쁜뉴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산업현장의 SCM 붕괴로 전체 산업이 멈춘 상황이지만, 좋은 뉴스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계 모두가 같은 상황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인 셈이다.

김 교수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헤게모니를 잡아야 한다”며 “첫째가 정보 분야에서의 헤게모니를 쥐는 것이며, 둘째는 파이낸싱인 자금운영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관련 정보에 대한 주도권의 경우 빠르게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우리의 경쟁력인 IT기술력을 기반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 정보망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공급망의 전체 관리의 주도권을 가지고 큰 그림에서 조정해야 한다. 특히 기술 우위에 있는 정보기술로 공급자와 수요자를 적재적소에 연결, 시장을 주도하는 헤게모니를 강조했다. 두 번째인 자금관리 헤게모니는 더욱 중요하다.

김 교수는 “플러스 F(Financial) SCM 전략은 글로벌 산업시장에서 우리 물류업계가 그 동안 놓치고 있던 영역”이라며 “전 세계 공급망에서의 환율전략과 자재와 완제품 공급 시차에 따른 자금의 흐름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관리능력에 따라 글로벌 SCM 경쟁력이 생기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격 경쟁력은 최종 상품의 경쟁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SCM 관점에서 파이낸싱 부문에서의 금융 SCM 경쟁력은 현 위기상황을 기회요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국내 공급망 시장의 사고 경직성이 금융부문을 보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급망을 단순히 공학적으로 미시적(MICRO)인 부문의 나무로만 보고 숲을 안보는 것이 문제며, 향후 기술적 공급망이 아닌 전략적 관점에서 공급망 관리가 연구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전문가가 없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정부 규제 풀고, 기업 오너들의 긴 안목 투자 나서라
통상 위기가 오면 대다수 기업들은 당장 닥친 현상에만 매몰돼 문제만 보고, 기회는 없다고 변명으로 일관한다. 지금의 산업시장처럼 모두가 어렵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을 뿐 해법은 없이 남 탓만 하거나, ‘정중동’ 자세만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이런 자세는 당장 쏟아지는 빗줄기를 모면할 순 있지만, 위기 이후 도약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현재의 위기 때 과감하고 섬세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현 위기에서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앞서 김수욱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붕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두 가지 헤게모니를 제시했다. 위기 때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정부는 자금 지원을 넘어 기업들의 공급망 상에 지불해야 하는 자금집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게 하고, 비대면 형태로 전환되는 산업시장에 맞춰 규제 역시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당장 의료시장에서의 비대면 원격진료 시스템은 정부 규제로 수년째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의료 대란은 공급망 부문에서 전문가가 정보망을 장악해 일관된 방향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전문가 부재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 역시 공급망 부재상황에서 답이 없다고 넋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럼 현 공급망 부재에서 당장 취할수 있는 단기 처방은 무엇이 있을까? 김 교수는 “의료대란뿐 아니라 전체 산업에서의 구태의연한 유통시스템이 문제”라며 “쉽지 않지만 주요산업의 유통 현황을 꼼꼼히 분석, 지금부터라도 보다 효율성을 찾는 시스템 연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대 중국 의존도를 낮추라고 조언했다. 마스크 원자재부터 중국에서 생산되는 각종 부품과 원자재의 경우 지금처럼 공급망이 붕괴되면 산업현장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는다. 김 교수는 “전체 공급망에서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손쉬운 중국과 일본 등의 공급망에서 대체될 수 있는 공급망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미 반도체에서 일본으로부터 공급망 위기를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손쉽고, 달콤한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공급망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發 SCM 붕괴위기 해법 ‘이것’
非관련 부문 사업 다각화와 긴 안목 기반한 투자

김수욱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 산업시장에서 이번 위기를 훌륭히 헷징하고 있는 기업들은 아마존과 구글 정도”라며 “이들의 특징은 기존 업종의 관련된 사업다각화가 아니라 현재 영위하고 있는 업종과 전혀 다른 비관련부문에서의 다각화에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시장에서 예를 들면 CJ그룹을 들 수 있다. CJ그룹의 모태는 제일제당인 식자재 제조업이다. 하지만 CJ그룹은 관련 업종과 전혀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물류산업과 같은 비관련 사업다각화를 이뤄내, 현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붕괴 리스크를 헷징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역시 모태 사업인 온라인 유통과 인터넷 검색산업과 전혀 관련 없는 헬스케어 및 물류사업, 인공지능 개발과 자율주행 자동차 제조에 대한 투자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헷징하고 있다.

“위 사례처럼 향후 산업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국면을 돌파하고, 기업 영속성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현재 영위하고 있는 쉽고 편한 연관 산업들에서 탈피, 비관련 업종의 사업 다각화만이 위기를 헷징하는 대안”이라고 김수욱 교수는 설명했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포인트는 비관련 업종으로의 사업 다각화며, 지금의 동종 업종에서 벗어나 황무지인 타 사업군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전략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어렵지만, 미래 기업으로 생존하려면 비관련 업종에서의 과감한 다각화전략이 최상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관련 업종 다각화, IT기술 발전 따라 더 쉬워
여기서 김 교수는 한 가지 팁을 더했다. 이 같은 위기 헷징 방안의 경우 기존엔 진입장벽이 높아 쉽게 비관련 업종으로 시장 입성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비관련 신규 업종으로의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졌으며, 충분한 연착륙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김 교수는 그 대표적 사례가 ‘다음 카카오의 카카오 뱅크’라고 말했다. 금융과 전혀 관련없는 기업군이 금융산업으로의 진출은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이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진입장벽을 일거에 넘어선 가장 큰 배경은 카카오의 정보통신시장의 기술 우위 덕분이다.

위기는 항상 있어왔다. 또 위기는 누구에겐 기회가 되기도, 또 누구에겐 무덤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현 산업시장에서의 공급망 위기는 과감하고, 보다 공격적인 마인드를 통해 기회요인으로 전환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바둑에서 승리하려면 적어도 5 ~ 6수 정도의 앞을 보는 수가 필요하다. 산업시장에서의 SCM구축을 단순 보관, 운송으로 생각했지만, 이제 유통산업과 물류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산업이 됐다. 이제부터라도 현재의 산업에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 미시적인 시각이 아닌 거시적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 동안 공들였던 댐이 터진 후 수습방안을 마련하기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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