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특성상 바이러스에 취약·관리도 허술…“무조건 비난은 과해” 목소리도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올해 1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와 국민의 빠른 대처로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코로나19는 신천지, 병원, 이태원 클럽 등 다양한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나며 불씨가 꺼질 듯하면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는 동안 다행히 확진자 뉴스가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말 그대로 ‘집단감염’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온 장소가 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우려했던 그곳에서 결국 확진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물류센터’이다.

부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지난달 23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장지동에 있는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그리고 우려했던 대로 쿠팡물류센터에 드리운 코로나19의 그림자는 빠르게 추가 확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5일도 채 지나지 않아 최소 90여 명의 집단 감염자를 발생시킨 것. 이에 여러 언론으로부터 쿠팡의 미흡한 센터 내 관리와 후속 대처가 집단감염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업계는 물류센터 내 집단감염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야말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물류센터
물류센터는 제조공장 등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손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여러 작업 공간 중 대표적인 곳이다. 하지만 문제는 제조공장 등과 비교해 물류센터는 그 크기와 근로자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에 있다. 이번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부천 쿠팡물류센터의 경우 지하 1층, 지상 7층에 건물면적만 3만 3,000여㎡에 달한다. 큰 규모와 더불어 근로자의 수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고양시에 따르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쿠팡 물류센터 관련 검사 대상만 무려 1,601명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좁은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것이 코로나 확산에 치명적인 환경이라고 누차 발표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물류센터의 근무 환경은 ‘그야말로’ 코로나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물류센터의 업무 특성상,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다양한 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재택근무제도 활용할 수 없어 집단감염으로부터의 위험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화 키운 미흡한 인력·방역 관리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물류센터 내 근무 환경의 특성에 더해 미흡한 센터 내 인력과 방역관리는 물류센터발 코로나 확진 사태의 불씨를 키우고 말았다.

제2의 아마존을 꿈꾸며 지난 몇 년간 지속해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인프라를 확장해 온 쿠팡. ‘로켓배송’ 등 타 업체와 비교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며 쿠팡 고객을 빠르게 늘리는 데 성공한 쿠팡의 하루 평균 상품 출고 수는 약 300만 개에 이른다. 쿠팡은 이 수많은 물량을 하루 안에 처리하기 위해 다수의 단기 근로자들을 채용해왔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상당수는 2개 또는 3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단기 근로자들이다. 지난 27일,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여성의 경우 쿠팡 물류센터와 인근 초등학교 지원 인력으로 단기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쿠팡은 이와 같은 단기 근로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었을까? 실제 쿠팡 물류센터에서 단기 근무를 했던 근로자에 따르면 대부분 원하는 출근 날짜 하루 전 신청을 받고 근무 날짜 역시 정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분증 확인과 같은 기본적인 인력관리 절차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관리 역시 허술했다. 특히 수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일하는 물류센터의 경우 방역지침은 더욱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사람 간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환기 등 기본적인 방역 사항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쿠팡 부천물류센터 근무자는 “센터 내에서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흡연실과 식당 등에서도 마스크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더욱 실질적인 방역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류센터의 특성상 수 시간 동안 마스크와 장갑 등 방역물품을 착용한 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특히 지난 2018년에 이어 또다시 강력한 무더위를 예고하고 있는 이번 여름의 경우 더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기적인 체온 체크도 마찬가지. 1,000여 명 이상이 근무하는 물류센터에서 몇 시간마다 정기적으로 전체 인원의 체온을 체크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인 방역지침을 물류센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근무 환경을 감안했을 때 쉽지 않다”라면서 “물류센터에 적합한 실질적인 방역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류센터에 찍힌 코로나 낙인, 과연 옳은가?
최근 발생한 물류센터 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꺼져가던 불씨를 키운 범인으로 물류센터가 비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와 같이 물류센터를 코로나 확산의 범인으로 낙인찍는 것은 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근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국내의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소비자들은 비대면 구매라는 안전한 경로의 구매패턴을 활용하고 있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는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고 이를 통해 사회적 집단감염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대면 구매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물류센터’이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구매패턴에 정착에 따라 주문량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약 100만 건 이상 증가했다. 특히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등 쿠팡의 중심축을 이루는 빠른 배송 서비스는 코로나로 집에 머물러 있는 소비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다른 배송업체들 역시 다르지 않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확진자가 발생했던 마켓컬리, SSG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SSG,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오아시스 등 다양한 배송업체들은 최선의 물류서비스를 통해 코로나로부터 소비자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물류센터가 멈추면 배송 서비스 역시 멈출 수밖에 없다”면서 “배송이 소비패턴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센터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정당한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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