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33

지난 호 기고문에서 1,435mm의 표준궤와 3가지 협궤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번 호에서는 4가지 광궤에 대하여 살펴본다.

4가지 광궤
1,435mm보다 넓은 궤간은 4가지다. 1,676mm의 인도궤, 1,668mm의 이베리아 궤, 1,600mm의 아일랜드 궤, 1,520mm의 러시아 궤다. 광궤는 표준궤보다 토지와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하다.

1,676mm의 인도 궤
가장 넓은 궤간이다. 1845년 인도에서는 영국에 의하여 동인도철도회사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인도는 아시아 최초로 철로를 깔았다. 1853년 뭄바이 항구 지역 34km 구간에 인도 궤가 깔린 것이다. 영국은 자국에는 표준궤를 설치했지만 식민지인 인도에는 폭이 넓은 인도 궤를 깔았다.

영국은 인도의 차, 커피, 면화, 원료를 자국에 대량으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넓은 궤를 까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인도 궤의 열차 차량은 높고 넓다. 따라서 인도 궤는 여객이나 화물을 대량으로 운송하면서 땅이 넓은 지역에 적합하다. 인도에는 일부 구간에 표준궤와 미터궤도 있는 삼궤 보유국이다.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에도 인도 궤가 깔렸다. 방글라데시는 미터궤가 주류지만, 인도궤도 있다. 그리고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미터궤와 표준궤도 있지만, 인도 궤가 주류다.

1,668mm 이베리아 궤
이베리아 반도는 유럽의 남서쪽 끝에 위치한 반도다. 아프리카, 지중해, 대서양이 만나는 교차점으로 스페인, 포르투갈이 위치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1,688mm를 깔았기에 이베리아 궤라고 부르지만, 스페인 궤라고 부를 수 있다.

19세기 중반에 스페인이 1,672mm를 깔았고, 포르투갈은 1,664mm를 깔았는데, 철도 궤간에서 8mm의 차이는 서로 호환이 가능한 최대치다. 그래서 두 나라는 그 중간인 1,668mm를 이베리아 반도의 표준으로 채택하였다.

스페인 철로는 약 16,050km가 깔렸는데 여러 운영업체들이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스페인은 11,829km의 스페인 궤가 있고, 표준궤와 미터궤도 있는 삼궤 보유국이다. 스페인 궤와 표준궤를 오갈 때 궤 간 가변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는 철도 차량이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차량의 바퀴가 조금씩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기술이다. 하지만 차량 바퀴에 대한 투자비용이 많고 궤를 전환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1990년대 이후 스페인 마드리드와 프랑스 파리를 잇는 고속철도에는 표준궤를 적용하여 효율성을 높였다.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는 표준궤다.

1,600mm 아일랜드 궤
1834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과 항구를 잇는 첫 철로가 표준궤로 깔렸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여러 궤간이 논의되었는데 결국 1843년 1,600mm를 표준으로 지정하였고 더블린과 항구를 잇는 1,435mm는 1,600mm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1,600mm를 아일랜드 궤라고 부른다. 한편 영국은 1846년에 1,435mm를 표준궤로 지정하였다.

영국식 표준궤를 도입한 국가는 많았지만 아일랜드 궤를 도입한 국가는 거의 없었다. 1854년 호주의 동남쪽에 위치한 빅토리아주를 중심으로 한 3,000km 구간에 아일랜드 궤가 설치되었다. 호주는 대부분 표준궤와 케이프 궤지만 빅토리아주 인근에는 아일랜드 궤가 깔렸다. 따라서 아일랜드 궤를 ‘빅토리아 궤’라고도 부른다. 최근 들어 호주는 빅토리아 궤를 표준궤로 변경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브라질은 1854년 철로를 까는 초창기에 1,600mm의 아일랜드 궤를 깔았으며 거리는 5,000km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총 30,000km의 브라질 철로에서 무려 24,000km가 미터궤이고, 표준궤도 있다. 브라질도 삼궤 보유국이다.

1,520mm 러시아 궤
니콜라이 1세는 1825년부터 1855년까지 재위한 차르(군주)였다. 그는 항구이면서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의 궁전에서 약 20km 남쪽에 떨어진 휴양지까지 왕족과 귀족들을 데리고 이동하기 위해 철도를 깔았다. 1837년의 일인데 1,829mm의 상당히 넓은 궤간으로 깔았다. 철도 궤간이 넓어 편안하고 차폭도 넓었겠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 러시아는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약 700km에 철로를 깔기로 한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파벨 멜니코프(1804~1880)가 철도 책임자로 선정되었다. 그는 이미 깔려있는 1,829mm가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연구차 미국으로 기술 견학을 갔다. 당시 미국에는 이미 1,435mm와 1,520mm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멜니코프는 넓은 궤가 드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에게 적합하다고 보았다. 1842년 1,520mm가 러시아의 표준으로 결정되었다. 1851년에 페테르부르그~모스크바 철로가 완공되었다.

러시아 궤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17개 국가에 퍼져나갔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몽골이다. 그리고 폴란드 남부의 ‘카토비체~리보프’ 지역을 잇는 400km구간과 북한의 북동부인 나진~핫산의 50km구간이다. 러시아 궤는 무려 약 230,000km이나 깔렸으며 약 20,000개의 유라시아 역들을 촘촘하게 연결한다. ‘러시아 궤는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라시아 대륙에는 협궤가 일부 있지만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표준궤가 대세다. 하지만, 러시아 궤. 스페인 궤. 인도 궤. 아일랜드 궤와 같은 광궤도 존재감이 크다. 유라시아에서 광궤는 표준궤와 쌍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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