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월마트 등 아마존에 맞서 발상전환으로 차별화·생존력 UP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온라인 장터 즉, 오픈마켓은 배송 서비스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공룡’으로 표현되는 아마존이 바로 이 온라인 배송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중소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이베이(eBay)와 쇼피파이(Shopify) 등의 오픈마켓 유통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매장·픽업·배송 기능을 모두 갖춘 종합 유통업체로 유통 산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머지않은 장래에 유통시장은 아마존과 다른 모든 업체들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공포감 섞인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이베이나 쇼피파이 등 기존 오픈마켓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물류 분야는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이제 아마존이라는 존재 앞에서 생존하려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베이는 관리 배송, 쇼피파이는 풀필먼트 서비스 개시
이베이의 선택은 관리배송(Managed Delivery) 서비스다. 관리 배송은 판매자의 상품 보관 및 배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행하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주문 처리 서비스로 이베이는 2020년부터 이 서비스를 본격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베이는 지난 1년간 독일과 호주에서 관리 배송 서비스의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중소 판매자들이 상품을 이베이와 계약을 체결한 물류업체들을 통해 지금보다 더 신속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배송 리드타임(lead time)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베이는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창고 위치를 전략적으로 결정한 뒤, 물류 관련 인프라를 자체 보유하는 대신 자사와 계약을 체결한 제3자 물류 업체들을 활용해 판매자들에게 관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관리 배송 서비스를 받는 판매자들은 자사 상품이 어디에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 추적할 수 있으며, 구매자들 역시 구매 진행 상황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이베이 측은 이러한 배송 관리 서비스가 전자제품·가정용품·패션용품 같은 인기 상품을 대량 판매하는 업체들에게 ‘경쟁적 가격 물류 솔루션(competitively priced logistics solution)’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베이는 전통적으로 가급적 물류 분야는 판매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비개입(hands-off)’ 정책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아마존의 위협이 가시화되자 배송 정책을 바꾼 것이다. 현재 이베이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하루 150만여 상품을 배송하고 있는데 향후 이베이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40~50%가 관리 배송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쇼피파이 역시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안으로 온라인 쇼핑몰의 전체 업무 처리 과정을 하나의 통합 공급사슬에서 지원하는 고객 주문처리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쇼피파이는 자체 쇼피파이 플러스(Shopify Plus) 플랫폼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중소 판매자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빠르게 상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중소 판매자들에게 재고 분배 및 운송루트를 최적화하는 서비스도 개시했다.

쇼피파이는 원래 인터넷 상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개인 혹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웹사이트 구축에서부터 대금 결제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서비스를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해 온 기술 기업이다. 쇼피파이 플랫폼 내에서는 동영상 및 3D 모형으로의 상품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다.

쇼피파이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으나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중소 판매자들은 물론, 신규 판매자들을 위한 서비스 고도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이런 전략적 대안 선택을 한 것이다. 쇼피파이는 중소 판매자들의 물량을 통합해 이를 바탕으로 특송업체들과 협상해 배송 비용을 낮추는 한편 전문적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판매자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아마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월마트 부활을 이끈 '점포 × 디지털' 전략
지금까지 세계제일의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다른 업체보다 항상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는 'EDLP(Every Day Low rice)' 전략이 큰 몫을 차지했다. 여기에 대해 아마존 등 경쟁업체들은 신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월마트를 압박하고 있다. 아마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월마트가 선택한 대안 전략은 오프라인 점포에 IT를 결합해 고객 체험을 강화한 '점포×디지털' 전략이다.

월마트의 가장 큰 무기는 수많은 오프라인 점포다. 월마트는 이 오프라인 점포를 옴니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옴니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수많은 유통 경로를 하나의 구매 경험으로 통합한 것으로 오프라인 업체가 온라인 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로 꼽힌다.

월마트가 이 ‘점포=옴니채널’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서비스로 내놓은 것이 '온라인 식료품 픽업(Online Grocery Pickup, OGP)' 서비스다. 얼마 전까지 식료품은 변질 가능성 등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로 인해 전자상거래에는 적합하지 않은 품목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월마트는 이런 사고를 역으로 이용해 오프라인 점포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식료품을 픽업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고객은 전용 앱에서 우유와 야채 등 식료품을 주문해 계산한 뒤 점포와 시간대를 선택하고 지정된 시간에 맞춰 내점해 차량을 픽업 전용 주차공간에 세우면 된다. 그 사이 월마트 점포 안에서는 종업원이 바구니들을 실은 카트를 밀면서 인터넷에서 주문된 상품을 선반에서 찾아 차례차례 바구니에 담고 고객 차량 트렁크까지 직접 전달한다. 이 OGP 서비스는 차량에서 하차하거나 지갑을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편리해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월마트는 2019년 말 현재 OGP 시행 매장 3,100개, 상품을 점포 내에서 픽업하는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라 부르는 종업원 5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OGP 서비스의 성공 이유는 발상의 전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를 '배송과 픽업의 거점'으로 재정의 했다.

고객은 상하기 쉬운 식료품은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식료품이 오프라인 상점에 진열되어 있으면 안심할 수 있고, 또한 내점 고객이 증가할수록 식료품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자상거래 시장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적중했다. 식료품 점포에 대한 신뢰라는 강점을 충분히 살리면서 디지털화를 통한 편리성을 고객에게 제공한 것이다. 월마트는 4,700여 오프라인 점포가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고객이 오지 않으면 인건비와 임대료만 드는 애물단지밖에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아래 오프라인 점포를 '배송과 픽업의 거점'으로 삼아 고객 디지털 체험을 확장하고 미래 사업의 핵심 동력으로 만든 것이다.

월마트의 또 다른 서비스인 '인홈 딜리버리(InHome Delivery)' 역시 오프라인 점포와 디지털 전략의 효과적 조합으로 성공을 거둔 서비스다. 인홈 딜리버리 서비스는 고객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주문을 하면 고객 자택 인근 점포에서 상품을 찾아 종업원이 고객 냉장고까지 직접 배달하는 방식으로 배송센터가 필요 없다. 고객은 배달원 유니폼 상의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배달원이 현관을 여는 것부터 냉장고 안에 제품을 비치하는 모습까지 자신의 핸드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리조트 고객이 다수인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 단골 고객이 많은 캔자스 주 캔자스시티, 전형적 대도시인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등 3개 도시에서 시험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 인홈 딜리버리 역시 아마존을 의식해 나온 측면이 있다. 아마존이 2017년 시작한 현관에 상품을 두고 가는 '키 바이 아마존(Key by Amazon)'에 대응해 현관이 아닌 냉장고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룬 것이다. 월마트는 온라인으로 아마존과 경쟁하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인 오프라인에서 아마존이 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슈퍼센터로 불리는 픽업 타워도 그중 하나다.

픽업타워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구매한 상품을 점포에서 수령하는데 사용하는 기계다. 잡화에서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즐비한 초대형 오프라인 매장인 슈퍼센터에서 픽업이라고 적힌 화살표를 따라 가면 거대한 주황색 기계를 만나게 되는데 바코드를 갖다 대면 주문한 상품이 나오는 방식이다. 픽업 타워는 넓은 슈퍼센터에서 특정 상품을 찾기 어려운 작업을 대행해 주기 때문에 시간 절약을 원하는 고객들이 주로 찾는다. 내점한 고객은 점포 내를 돌아보는 경향이 있어 오프라인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월마트는 이 픽업 타워를 2017년 700여 점포에서 도입했으며 2020년 초까지 1,5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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