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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물류

기사승인 2020.06.24  16: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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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34

   

중국의 일대일로가 유라시아의 물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일대일로, 육해상 실크로드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을 방문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육상 실크로드를 발표하였고, 다음 달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해상 실크로드를 발표하였다.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하면서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있고, 인도네시아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갈 때 거쳐 가는 해양 국가다. 이 두 개의 국가에서 중국은 일대일로를 주창하였다. 

‘일대일로, 육해상 실크로드’라는 표현은 운율이 느껴져서 멋져 보인다. 일대일로(一带一路)를 해석하면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다.

일대는 육상을, 일로는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하는데 중국은 고대의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재현하는 신실크로드를 만들어 친중국 경제벨트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야말로 일대일로는 중국의 꿈과 비전을 담은 정책인데, 유라시아 물류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바다에 의존하는 중국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전 세계를 연결하려는 것이 아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목표로 삼았다. 이 지역은 중국 서쪽에 위치한 곳이다. 왜 서쪽일까? 중국 국제운송의 95% 이상은 해상(동쪽 바다), 3% 이상은 항공이 차지하며 철도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중국은 에너지와 식량 등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제조업에 기반을 둔 수출입 무역으로 운영되는 국가다. 그런데 95% 이상의 무역이 동쪽에 위치한 바다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중국에서 왜 바다를 통한 해상운송이 발달했을까? 해상은 자유로운 항해가 보장이 되는 공간이다. 중국은 동부 해안선을 따라서 항구 도시들을 발달시켜왔다. 바다는 전 세계를 연결하며, 최근 건조되는 컨테이너 선박은 20,000개의 컨테이너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다. 해상운송이 항공, 철도, 도로운송에 대비하여 현저히 저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컨테이너를 열차에 실어봤자 1대 당 100개의 컨테이너, 트럭은 1개이고 항공기에 실어도 고작 50톤 정도에 그친다. 철도, 도로, 항공운송으로는 중국의 물동량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은 바다가 막히면 무역과 물류에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더 넓은 영해를 차지하려고 하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고자 한다.

남중국해에서 영해를 계산하는 방식은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브루나이가 각각 다르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위치한 말라카 해협도 해상운송에 있어 중요한 곳이면서 중국을 오가는 선박운송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무역분쟁, 외교분쟁이 격화되면 미국이 남중국해나 말라카해협을 막을 수 있고 대만, 필리핀, 베트남, 인도, 싱가포르, 뉴질랜드, 호주 등이 호응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려고 한다. 따라서 중국은 바다가 아닌 육지로 무역로를 만들어야만 하는 필요성을 느꼈다.

육상으로 가려는 중국
중국은 북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네팔, 부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으로 둘러싸여 있다. 총 14개 국가로 육지 국경선만 무려 22,800km나 된다. 동북부나 서부 지역은 후진적이고 낙후되었거나, 사막이나 산맥이 펼쳐졌기에 도로나 철도 시설이 열악하다. 원래 철도나 도로는 주변국과의 정치적인 규제가 있으면 언제든 닫힐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발전시키지 않았다. 더구나 중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인도 등과 오랫동안 국경 부근에서 영토 분쟁을 겪었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수립된 이후 주변국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야 하고, 중국의 중서부나 동북부의 낙후지역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중국은 주변국들과의 철도, 도로 연결을 강화하고 철도, 도로 운송을 발전시켜서 인도양, 지중해, 유럽으로 나아가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보았을 때 시계의 12시 방향으로 만주를 통해 러시아 극동과 유럽에 연결되고, 11시 방향으로는 몽골을 통해 시베리아와 유럽에 연결되며 10시 방향으로 카자흐스탄을 통하여 러시아, 중앙아시아, 터키, 카프카즈, 유럽에 연결되고, 9시 방향으로 키르기스스탄을 통하여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에 연결되고, 8시 방향으로 파키스탄을 통하여 인도의 서부 바다에 이르고, 7시 방향의 미얀마를 통하여 인도의 동쪽바다에 닿고, 6시 방향으로는 베트남을 통해 인도차이나 반도와 연결하고자 한다.

특히 8시 방향의 파키스탄이나 7시 방향 미얀마 루트의 경우에는 인도양과 바로 연결되는 루트다. 중국은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까지 철도, 도로, 송유관, 가스관을 연결하고 심지어 항만이나 국경 철도역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일대일로 정상회의
시진핑 주석은 2013년부터 주창한 일대일로를 점검하고, 확대하기 위하여 정례적인 일대일로 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한다. 미국을 견제하고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정상 또는 고위급을 초청하여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회의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약 60개국 위주로 참석한다.

2017년 5월 1차 베이징 회의에서는 러시아, 터키, 베트남, 필리핀, 이탈리아, 파키스탄 등 29개국 정상과 130개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하였다. 인도는 일대일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시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카슈미르 지역 분쟁을 겪고 있는데 중국이 파키스탄과 함께 카슈미르에 댐을 건설한다는 것을 일대일로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2차 베이징 회의에서는 러시아, 파키스탄,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몽골, 이탈리아 등 39개국 정상과 150개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하였다. 일대일로 회의를 보면 중국의 위세가 대단하다는 것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카프카즈에 위치한 구소련 국가들, 파키스탄, 미얀마 등 중국 국경과 가까운 유라시아 국가들이 일대일로에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일대일로의 비경제성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미국과 일부 국가의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중국은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의 후진국들에게 일대일로의 장밋빛 전망을 보여주면서 사업타당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자국의 자금으로 항만, 철도, 도로, 가스관, 송유관 등의 인프라 건설을 하게 한다. 그러고는 중국의 노동력과 원자재를 가지고 들어가 개발 사업을 하므로 해당 국가의 인프라 건설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는 반감되며, 개발된 인프라는 몇 년 못 가서 중국이 헐값에 몰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대일로는 많은 거품이 끼어 있다. 중국이 중앙아시아를 거쳐서 이란, 터키, 지중해, 유럽을 가겠다는 육상 실크로드 계획은 몇 번 테스트한 뒤 언론에 홍보만 하고 사그라졌다. 카자흐스탄을 거쳐 이란, 터키,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컨테이너 열차를 몇 번 보낸 것이 전부다. 여전히 중동이나 지중해를 갈 때에는 해상으로 가는 것이 저렴하고 운송시간도 철도보다 해상이 안정적이다. 동남아시아를 거쳐서 중동-아프리카-유럽을 가는 해상 실크로드를 발표하였지만 원래부터 꾸준히 잘 운영해왔던 것이라서 일대일로가 기여한 바는 전혀 없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까지 철도, 도로, 송유관이 연결되었고, 중국 윈난성의 쿤밍과 미얀마 항구를 연결하는 가스관과 송유관도 완공되었다. 하지만 파키스탄이나 미얀마로 가는 철도와 도로는 아직 인프라가 열악하고, 중동에서 가스나 석유를 실은 선박이 파키스탄이나 미얀마에 도착한 뒤 가스관, 송유관을 통해 중국 내륙으로 보내는 것은 비경제적이다. 그냥 선박을 중국 동부의 해안까지 보내는 것이 더 빠르고 저렴하다.
 
일대일로, 연결에 집중하다
일대일로는 해상과 육상 실크로드를 대등하게 발전시키겠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해상을 줄이고, 육상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13년 일대일로가 시행되기 전만 해도 중국과 유럽연합을 오가는 컨테이너 열차는 하루에 하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중국에서 유럽으로 컨테이너 한 대를 보내야 한다고 하면 과연 어느 역에서 선적을 시켜야 할지도 애매모호하였다. 유럽향 철도운송을 대표할 만한 항구나 역도 변변치 않았고 그나마 대련항에서 하얼빈~만주리~시베리아~모스크바~유럽향 정도가 약간 있었다. 바다가 아닌 철도를 통해서 운송한다는 것은 2013년만 해도 낯설었다.

일대일로가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류 프로젝트다. 건물, 랜드마크, 만리장성, 공항, 문화관, 레스토랑, 쇼핑몰, 호텔, 주상복합, 선박, 비행기 등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철도, 도로, 송유관, 가스관, 광케이블, 통신망, 부두, 항구, 운하, 터미널 등 서로를 연결하는 것에 집중한다.

마치 60여개의 유라시아 국가들을 위한 경기부양책 같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중서부와 동북부 지역의 경기부양의 효과가 아주 크다. 일대일로는 해상, 항공, 도로가 아닌 ‘철도’에 집중하였다. 그래서 중국의 화물 철도운송과 여객의 고속철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화물 철도운송이 급증하다
중국의 내륙에 위치한 중경, 서안, 성도 지역에는 HP, 델, 애플 등 글로벌 전자제품 공장들이 있다. 내륙에 위치한 제조사들로서는 동부 항구로 제품을 보내는 것도 일이고 적지 않은 시간을 써야 한다. 동부 항구 대신 중국횡단철도나 만주종단, 몽골종단을 통해서 유럽으로 보내는 것이 당연히 빠르다. ‘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벨라루스~폴란드~유럽연합’이 원래 연결되었었지만, 중국 정부는 철도로 수출입할 때 운송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로 인하여 철도운송이 확 살아났다, 그리고 지금은 철도가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7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0년 현재 10여개의 컨테이너 열차가 매일 20여개의 중국 각 철도역에서 독일, 폴란드, 모스크바, 타슈켄트, 알마티 등 약 10여개의 유라시아 도시들을 향하여 발차되고 있다. 서안, 연운강, 청도, 대련, 천진, 이우, 정주. 남경, 합비, 청두, 상해, 중경, 동관, 우루무치, 란조우 등에서 출발한다. 또한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모스크바, 타슈켄트에서 중국의 서안, 중경, 청두, 정주, 심양역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철도는 기가 막히게 빠르다. 중국의 각 역에서 폴란드까지는 12~16일, 모스크바나 타슈켄트는 10~14일, 알마티는 8~12일이면 간다. 상해나 심천에서 해상으로 지중해를 거쳐 폴란드로 가려면 40일,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거쳐도 25일 정도 소요되는데 철도로 가면 15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중국에서 바로 옆 나라인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을 갈 때도 예전에는 바다를 통하여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했는데 이제는 철도로 국경만 살짝 건넌다.

중국은 바다가 아닌 철도를 통해서도 국제물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류전문가 대부분은 철도보조금이 1~2년만 주고 흐지부지되는 정책이라고 예상했지만 벌써 7년째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컨테이너당 1,000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주는 것을 7년 동안 꾸준히 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3년 더 보조금을 주고 나면 철도운송은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물류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어서 10년 동안 정착이 된 철송서비스는 나중에 화주들이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철도운송은 중국 물류에 있어서 1%를 넘어 5%를 향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0%에 도달할 수 있다. 일대일로,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발표하면서 육상의 6시~9시 방향과 해상 위주로 계획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성과가 있었던 지역은 육상의 10시에서 12시 방향이다.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유럽연합을 컨테이너 열차들이 오가면서 유라시아 물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1세기의 철도 실크로드다.

일대일로, 유라시아의 철송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정성희 news@klnews.co.kr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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