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를 더 물류답게 하는 대안 테크놀로지 ①

물류업계는 지금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현실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는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 소비 패턴의 변화로 주문 물량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는 ‘돈이 되는 현실’이 그것이다. 또 다른 현실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데 그나마 있는 인력도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점점 기피하고 있어 주문 물량을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도록 처리하는 작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골치 아픈 현실’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물류업계는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오래전부터 로봇을 선택했다. 하지만 기존의 로봇은 미리 설정된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됐다. 그래서 기존 로봇의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AI를 기반으로 유연한 인간-기계 협업이 가능토록 하는 물류로봇인 ‘코봇(Cobot)'이다. 사전적 의미로 코봇은 인간과 동일한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으로, 인간과는 독립된 공간에서 별도 작동하도록 설계된 산업용 로봇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물류업계에서 사용되는 로봇의 조건으로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보다 높은 유연성을 꼽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인간-기계 협업(human-machine collaboration)을 목표로 하는 코봇이야 말로 이런 필요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안인 것이다.

미국 물류시장에선 지금 코봇이 대세
내장된 카메라와 레이저·센서 등을 이용해 창고 통로를 자유자재로 누비면서 근로자들을 상품이 위치한 선반으로 인도하거나 상품이 가득 적재된 통을 운반하는 코봇은 물류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안 아이템이다.

이런 코봇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곳은 미국의 물류업계다. 특히 창고 작업 영역에서 기존 인력을 대체 내지 지원할 수 있는 자동화 수단으로 코봇을 선호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코봇 임대 회사인 Locus Robotics 사가 2019년 한 해 동안 임대한 코봇만 500대가 넘는다. 프랑스 물류업체인 Geodis SA 사의 경우, 패스트 패션 주문을 처리하는 미국 창고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5곳의 물류창고에서 Locus Robotics 사의 코봇 281대를 운영하고 있다. 제3자 물류업체인 XPO Logistics 사도 급증하는 온라인 주문 처리를 위해 올해 당초 계획보다 30% 더 많은 로봇을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일본 소매 대기업 라쿠텐(Rakuten)의 온라인 사업부 라쿠텐 슈퍼로지스틱스(Lakuten Super Logistics) 사에 로봇 40대를 공급했던 inVia Robotics 사는 2019년 시즌에는 5배인 200대를 공급했다.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오프라인 매장 진열대를 정비하는 근로자를 지원하는 코봇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코봇을 사용해 본 업체는 배송시간 단축 등 여러 장점을 이유로 임대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코봇을 위한 대안 新기술 ① Microlocation Technology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원래 군사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인 생활기술이 됐다. 물류에서도 GPS가 없는 경우를 상상하기란 이젠 불가능하다. 하지만 GPS는 실내 혹은 지하 공간에서는 간혹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부분의 물류 보관시설이 실내 혹은 지하에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정확한 위치 추적 및 경로 안내를 필요로 하는 코봇의 경우는 작업 효율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은 곧 코봇 자체의 경쟁력이자 전체 물류 효율성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GPS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대안 위치정보 기술이 바로 미시위치 기술(Micro Location Technology)이다. 이 새로운 기술은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물품의 위치를 ‘㎜’ 단위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GPS의 밀리미터 버전 기술'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미국의 Humatics 사는 GPS가 작동되지 않는 실내 혹은 지하 공간에서도 코봇을 위해 정확한 위치 추적 및 경로 안내가 가능한 이 핵심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예전에는 로봇에게 제공되는 실시간 위치 데이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로봇은 비효율적 경로로 이동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코봇에 Humatics 사의 미시위치 기술을 적용하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미시위치 기술을 이용할 경우 통신거리를 500m 정도까지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3차원 가상공간을 통해 2㎝ 오차범위 내에서 물품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미시위치 기술은 물류창고 각 지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온보드 내비게이션 허브(onboard navigation hub)와 연계돼 역동적인 환경에서도 원활한 작업 수행을 지원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미시위치 기술은 이미 일부 항만과 공장에 도입돼 작업자들은 이 기술이 적용된 크레인·산업 도구·무인운반차(AGV)와 함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코봇을 위한 대안 新기술 ② Bionic Technology
전 세계 물류업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가 있다. 급증하는 온라인 주문에 대응할 창고 공간이 ‘대단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의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려고 해도 토지 확보나 비용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따를 수밖에 있다. 결국 물류 업계는 공간 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시스템으로 눈을 돌렸고 그렇게 주목 받는 것이 바로 바이오닉 기술(Bionic Technology)이다.

예를 들어 피커 로봇(Picker Robot)이나 이동식 선반을 도입할 경우 활용 가능한 수직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드론을 이용하면 작업자 손이 미치지 않는 공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또 바이오닉 기술이 적용된 음성 및 시각 능력을 갖춘 장비는 작업자가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안전사고 위험을 감소시켜 작업자 안전까지 제고할 수 있다. 신체 착용이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할 경우, 신체 균형을 보다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고, 물체를 드는 데 힘을 덜 사용할 있어 척추와 관절에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신이 주문한 물건이 항상 빠르게, 항상 원하는 시간에 정확하게 배송되기를 희망하는 게 소비자다. 인간이 이런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수동 작업으로는 어쩔 수 없이 오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이 직접 서류 기반 피킹 시스템을 구현한다든지, 직접 컴퓨터로 검색하는 대신 바이오기술을 활용하면 주문 데이터 입력 등의 과정에서 오류가 최소화되면서 정확한 배송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다.

이처럼 바이오닉 기술은 제품 수명 주기가 단축되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등 소비자 기대가 높고 까다로울 때 그 가치를 발휘한다. 또한 바이오닉 기술은 작업자가 신속하고 직관적으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물류창고 공간의 효율적 배치와 작업자의 안전 및 건강 제고에도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기존 작업자와 바이오닉 기술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완전한 자동화 없이도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공급사슬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실제 사례로 독일 Festo 사가 개발한 바이오닉 소프트핸드(Bionic Soft Hand)와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Bionic Workplace)가 있다. 바이오닉 소프트핸드는 인공지능을 통해 자가 학습이 가능한 로봇 팔이며,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는 작업자가 이 로봇 팔을 이용하는 작업 환경을 의미한다.

바이오닉 소프트핸드는 인간의 팔에서 모티브를 얻은 생체 로봇 팔로 일종의 바이오닉 코봇(BionicCobot)이다. 바이오닉 소프트핸드는 작업자가 물체를 잡는 다양한 방법을 미리 생각하는 것처럼 디지털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물체 잡는 법을 학습하고 실제 세계에 이를 적용한다. 바이오닉 소프트핸드는 최종 수행 작업에 대한 최적의 동작을 AI를 기반으로 한 가상환경에서 확인·결정하는데 이 때 학습 속도는 AI 알고리즘이 내재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으로 구축되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가속화된다.

바이오닉 소프트핸드는 작업자의 생산성을 높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작업자로 하여금 과중한 업무나 높은 위험에서 탈피하도록 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에서는 센서 및 카메라 시스템이 작업자와 컴포넌트 및 도구의 위치를 파악, 작업자가 특정 동작을 하거나 만지거나 혹은 이야기를 통해 직관적으로 바이오닉스 소프트핸드를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주변 장치에는 카메라 이미지 정보를 사용하여 최적의 프로그램 순서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래밍과 시퀀스가 설정된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최적화 작업을 거친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의 프로세스와 기술은 실시간으로 동일한 유형의 다른 시스템으로 연계되어 공유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작업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모듈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 이런 기능들 덕분에 작업자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생산 주문을 하고, 개별 고객의 요구 사항을 로봇과 협업해 수행하며, 작업장을 원격으로 조작도 할 수 있어 물류 과정이 그야말로 물 흐르듯 유연해질 뿐 아니라 분산화 되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을 대신하는 코봇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물류업계에서 코봇의 사용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물류시장에서는 근로자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해소할 대안으로 이미 로봇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창고 작업 자동화를 위한 대안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는 컴퓨터 조종 로봇인 코봇은 점차 대체 불가의 필수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물류 영역뿐 아니라 제조, 유통 등의 영역에서도 로봇과 인간 작업자의 공존이 점차 일반화되면서 코봇의 사용 확대가 인간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로봇 메이커들은 코봇이 △자재 취급, △조립, △픽 앤 플레이스(Pick & Place) 등의 작업에 유용하며 특히, 반복적이고 힘든 업무를 대행하면서 인간 작업자가 고객의 온라인 주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 결과적으로 물류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물류창고에서 활용되는 로봇과 작업자간 AI 기반 협업을 바탕으로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확산되면 창고 공간 문제가 해결되면서도 숙련자는 물론, 무숙련자나 저숙련자도 창고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들은 또 물량이 폭주해도 로봇을 배치하면 몇 주 걸리는 업무를 몇 시간이면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로봇 수요의 대부분이 이미 로봇을 사용 중인 고객사로부터 나온다는 점이 바로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인간이 로봇 작업 속도에 맞추다 보니 노동 강도가 오히려 강화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부상 위험도 높아지며, 작업자가 탈진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미국 공익 매체인 VOA(Voice Of America)는 로봇과 인간과의 공존이 확대되면서 인간 작업자의 스트레스 증상이 심해지고, 로봇으로 인한 부상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탐사보도전문 비영리 매체인 리빌(Reveal)도 2019년 11월25일자 보도에서 최근 4년간 코봇을 도입한 업체에서는 작업자 중상비율이 도입 전보다 4배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코봇을 도입한 미국 16개주 28개 아마존 물류창고에서는 작업자 부상 비율이 물류 업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코봇 사용에 대한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코봇 도입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결국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개술 개발과 인간을 고려한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새롭게 찾아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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