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물류 중요성 커지면서 주목, 공공성 적용 기준이 핵심 될 듯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물류가 주목받으면서 생활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공기업에서 생활물류와 관련된 물류사업을 고려하거나 진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유휴부지를 활용한 물류시설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일부 사업은 이미 이전에 나왔던 사업의 재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공기업이 실제로 물류시설을 개발해 임대 운영 또는 분양할 경우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공공성 논란도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충분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하철 내 생활물류지원센터 내세운 ‘서울교통공사’
지난 6월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사의 빈 공간을 활용해 생활물류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지하철 내 생활물류지원센터 100여 곳을 설치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작은 물품보관 위주의 단일 물류서비스이다. 이후에는 택배 접수는 물론 세탁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물류서비스이며 궁극적으로는 신선물류와 편의점 등 유통서비스로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제시한 생활물류체계까지는 사실 기존의 공간을 물류적인 공간으로 변화시켜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편리함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와 함께 추진되는 차량기지 내 물류시설 설치도 잘 활용된다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지하철 내 공간을 물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시대적인 환경 변화가 뚜렷한 시점에서 다시 시도 된다는 점에서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 번의 실패를 답습하는 실수는 없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김상범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하철은 단순 여객운송만이 아니라 지역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사회 변화에 맞춰 생활물류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생활물류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직접 물류단지 개발 나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4월 ‘물류산업 구조변화에 대응한 LH의 역할 및 신개념 물류시설(단지) 조성방안 연구용역’을 공고하면서 공공물류단지를 조성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그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택지 지구를 조성할 때 물류시설용지를 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이번 연구용역의 결과에 따라 직접 물류단지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 용역에서는 우선 공공물류센터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업간 물류(B2B)에서 생활물류(B2C)로 변화해 물류산업이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증가하는 생활물류 수요를 충족하고, 민간 물류시설 개발 부작용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용역을 공고한다”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공물류센터를 개발할 후보지 선정과 기본구상, 건축 계획, 조감도 등을 용역과제로 제시했다.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유한 자족시설용지나 산업용지, 공공시설용지 등이 후보지 물망에 오른 상태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공물류센터에 대해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기존의 타 기관이나 지자체가 중소기업의 물류 애로를 해소하겠다고 시작한 공동 또는 공공물류센터 등이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처럼 부지 조성 후 매각이 아니라 물류센터를 개발하고 운영 할 경우 운영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나 매각하는 방식이 공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이번 연구용역이 “물류센터 사업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용역을 발주한 것이라기보다는 LH 물류센터 사업의 법적·경제적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이며 내년에 나올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물류센터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만일 직접 시장에 뛰어든다면 공공성에 따른 이슈를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주변 물류센터 개발하나?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를 기반으로 한 물류시설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도로공사가 이와 관련된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고 정확한 유휴부지가 선정되지 않아 실제 실행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업계에서는 2007년 한국도로공사가 전국 20개 유휴부지를 활용해 물류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던 내용과 비슷해 또 다시 말로만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의 한국도로공사의 물류사업 진출 모델은 한국도로공사가 개발하고 물류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한국도로공사는 CJ대한통운(당시 CJ GLS)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화물터미널, 화물유통, 보관시설 등 대규모 물류시설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또 서울 외곽선 부천고가교 등 12개소에 사무소, 점포, 창고, 주차장을 짓고 롯데글로벌로지스(당시 현대택배), CJ대한통운(당시 CJ GLS)과 협약을 맺어 2015년부터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발표 후 지금까지 별다른 진행사항이 없었다. 최근 관련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사실 아직까지 구체적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는 상당히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 한 관계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나오지 않았고 넓은 관점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물류사업 ‘공공성 확보’ 어쩔?
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외에도 다양한 공기업에서 물류단지 조성은 물론 생활물류서비스를 위한 생활물류시설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공기업들의 물류사업에 대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공공물류시설은 현장과 맞지도 않을뿐더러 공공성에 대한 이슈를 해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기업들의 물류시설 개발은 두 가지 형태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물류센터를 개발한 후 운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운영자 선정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물류센터 운영사를 선정할 때 대기업을 선정할 경우 특혜 시비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 영세 물류기업을 선정한다면 운영상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대기업을 선정하면 공기업이 물류센터를 지어서 대기업의 배를 불린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고 중소기업을 선정한다면 공공성은 확보되겠지만 운영상에 불안감은 지울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는 물류센터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개발 후 매각을 하는 방법이다. 이때도 공공성에 대한 문제는 똑같이 제기된다. 중소 물류기업은 물류센터를 매입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매입의 주체가 물류 대기업이나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자산운용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국민의 세금과 공공성의 논리로 만들어진 물류센터를 가지고 공기업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물류업계에서는 도심 내에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때문에 이러한 공기업의 물류사업 진출은 기존의 유휴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공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을 매개체로 한 물류센터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공기업의 유휴부지를 활용한 물류센터의 개발이 공공성을 답보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면 문제 삼을 것이 없는 사업이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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