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목적에 맞게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

물류산업의 주요 인프라인 물류시설은 1990년대 후반 물류창고가 아닌 그냥 ‘창고’였다. 지금의 물류창고 또는 물류센터와 비교 하면 낙후되어있던 시설물이었고 보관이 중심이 된 공간 위주의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물류창고는 다양한 활동을 영위하는 공간이자 이커머스와 비대면이 일상화 된 현 시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설물이 됐다. 때문에 물류창고라는 건축물은 단순히 지어지기만해서는 안된다. 그 용도와 목적에 맞는 건축물로 개발되어야 하고 활용되어야 한다. 때문에 개발 초기 설계 단계부터 첫 단추가 잘 채워져야 한다. 설계가 잘못된 물류창고는 불용시설이 될 여지가 높고 수많은 물류창고들이 개발되어 경쟁이 필요한 시점에서 도태 될 수밖에 없다. 물류창고의 설계도 이제는 전문성이 답보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물류시장에서 물류창고의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설계사무소는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JAS의 이중연 대표는 오랜 시간동안 물류시장에서 활동하며 전문성을 키워 온 대표적인 설계사이다.

90년대 후반 맺은 인연으로…

이중연 대표가 건축설계사로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1995년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물류시설과 연을 맺은 것은 아니다. 물류와의 첫 만남은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바꿔놓았던 IMF라는 경제적 위기상황과 맞부딪치면서 시작됐다. 그는 “1995년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프로젝트로 빕스 1호점을 설계했었다. 아파트도 했었다. 하지만 IMF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물류기업이었던 CJ그룹 관계사에 설계 사무소 소장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물류시설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물류시설의 규모는 건축설계사가 관심을 가질만한 규모가 아니었기 때문. 그는 “그 당시 물류창고는 300평~500평 수준이었고 대규모로 짓는다고 해도 1,000평 규모였다”며 “98년 전국적으로 물류창고를 설계하면서 인연이 됐지만 주로 상온 위주인데다가 저온은 설계 사무실이 아닌 전문업체가 한다는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그 당시 창고하면 설계사무소에서는 건축물로 보지 않았다. 창고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설계를 하다보니까 사이즈가 작아서 부담이 안가고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됐다”고 설명했다. 이 후 2002년 이중연 대표는 CJ그룹 관계사 설계사무소가 문을 닫게 되면서 독립하게 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물류창고를 전문적으로 하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에게 결정적인 계기는 2004년 찾아왔다. 아주그룹에서 동탄 지역에 냉동창고를 개발한다고 밝힌 것.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냉동창고는 부산에 있는 전문 업체들이 대부분 수주하고 있었다. 그는 “부산은 냉동창고가 많고 실적도 부산지역 업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수도권에서는 냉동창고를 설계한다고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업체가 하나도 없었다. 특히 메이져 설계사무소들도 냉동창고는 프로젝트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규모도 작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중연 대표는 아주 택배와 상온 창고 프로젝트를 한 인연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냉동창고 설계는 쉽지 않았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그때는 너무 몰랐다”며 “그래서 냉동 창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하다 보니 완전히 신세계였다”고 회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아파트 설계하듯이 냉동창고도 룰이 있었다. 실제 현상설계를 하면서 발주처의 의견을 들어보니 냉동창고가 너무 어렵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모르는 것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져 현상설계에서 당선됐고 감리까지 맡으면서 더욱 파고 들어갔다. 그는 “물류창고는 전문성이 정말 필요하다. 특히, 냉동창고는 육류, 과일, 야채, 수산물 등 들어가는 제품에 따라 온도도 다르고 파렛트 사이즈도, 높이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더욱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 그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계속하게 되니까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공사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하자 요인들을 미리 알 수 있게 됐고 다음 설계에 이를 반영해 설계해 건물의 하자가 적게 생기게 되고 더 전문성이 생기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류창고 개념, 면적, 적용기술 모두 변해
오랜 시간동안 설계를 해오면서 봐온 물류시설의 변화는 어땠을까? 이중연 대표는 물류창고를 바라보는 시선도, 규모도, 적용기술도 모두 변했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물류창고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장 많이 변한 것으로 꼽았다. 그는 “본격적으로 물류창고의 설계를 시작한 2005년과 15년이 지난 지금 물류창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보관만 하면 됐다. 야드에다 포장재 하나 덮어놔도 보관만 하면 됐다. 보관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며 “지금의 물류창고는 단순 보관이 아니라 물류를 잘 수행하기 위한 시설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많이 변한 것이 규모이다. 그는 “예전에는 5,000평만 되도 굉장히 큰 규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것도 15,000평 정도 되며 기본적으로 2만평 이상의 물류창고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예전과 달라진 규모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물류센터에 적용되는 기술들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아직은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적용될 기술인 디지털 트윈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현실과 같은 가상현실을 만들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상으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로 설계자 측면에서 주목되는 기술”이라고 전했다. 그는 디지털 트윈기술이 적용되면 안전사고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사전에 안전사고를 감지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있는 기술로도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는 별도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물류창고는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이고 물건이 사고 없이 잘 보관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물류창고는 사용 목적이 뚜렷한 건축물이다. 적절한 보관은 물론 입고와 출고 시 동선이 섞이지 않아야 하며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정확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건축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중연 대표는 “의뢰인의 목적에 맞는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류창고 별도 법적용 해야 사고 줄일 수 있어
물류창고 화재로 인해 안타까운 인명사고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물류창고에 사용되는 우레탄이나 불연성능이 없는 마감재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물류창고를 설계하는 측면에서는 어떤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을까? 이중연 대표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물류창고에 적용받고 있는 법을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물류창고는 건축법에서 다루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물류창고도 산업 플랜트처럼 산업 시설로 인정하고 별도의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물류창고는 산업시설이어야 한다. 안전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며 “지금 건축법은 병원이나 일반 시설물과 물류창고의 법 적용이 같다. 피난거리제한, 스프링클러, 방화구획들도 같은 적용을 받는다. 건축물의 사용 목적이 다른데 같은 법을 적용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물류창고보다 대형 플랜트나 공장이 화재로 인한 위험은 더욱 크다 하지만 인명사고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물류창고를 산업시설로 간주하고 물류시설법에서 별도로 다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사고가 나면 규제를 강화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별도의 법적용을 통해 완화할 것은 완화하고 사고가 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중연 대표는 물류창고 등급제가 필요하다는 설명했다. 그는 “우선 안전한 물류창고를 지을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등급제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등급이 나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안전한 물류창고를 개발해도 수익성 측면에서 투자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솔직히 현 상황에서 우레탄만큼 단열성능이 좋은 것이 없다. 이러한 우레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레탄의 단열 성능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자재를 개발하고 이로 대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없이 규제만으로는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좋은 물류창고 만들기 위해선?
물류창고의 개발에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물류창고를 만들 수 있을까? 이중연 대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한사람이 모든 것을 하지 않는 이상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물류창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만족이 아니라 좋은 물류창고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중연 대표는 건축주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주가 물류창고가 어떤 건축물이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첫 번째 조건을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정확한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다. 이중연 대표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설계자를 먼저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계는 100번을 바꿔도 종이의 싸움이고 인건비의 싸움이라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공의 경우 골조가 세워지면 바꾸기 어렵고 바꾼다하더라도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일”이라며 “간혹 시공사를 앞세워 물류창고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설계자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파트너쉽을 공고히 하면서 완성도를 높힌 상태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건축주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는 “모든 과정에서 건축주가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은 좋지만 설계와 시공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오랜 기간 동안 물류창고를 설계해온 이중연 대표는 실제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스스로의 만족이 아니라 설계를 맡기는 건축주의 만족을 우선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물류창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그의 손에서 설계될 물류창고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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