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물류 국내는 ‘ICT’, 해외는 ‘로봇’에 주목

바야흐로 스마트 물류의 시대이다. 현재 물류가 스마트 해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한 물류를 꿈꾸고 있으며 스마트해지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정책과제에서도 뚜렷하다. 한국형 뉴딜 정책에도 스마트 물류체계 구축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외에 물류관련 정책에는 어김없이 스마트가 붙고 있다. 또한 향후 시행되는 인증제에도 스마트가 빠지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물류단지 실수요 검증을 위해 제출하는 서류에도 물류단지의 이름에 스마트가 붙어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정부의 스마트 물류에 대한 구애는 적극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마트 물류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스마트 물류센터에 대한 정의는 존재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스마트 물류센터에 대한 정의는 ‘첨단물류시설 및 설비, 운영시스템 등을 도입하여 저비용·고효율·안전성·친환경성 등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물류창고로서 제21조의4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의 인증을 받은 물류창고를 말한다’고 내용이 삽입됐다. 법에서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스마트 물류에 대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기업은 물론 연구기관들은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의들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일까?

국내는 ‘ICT 기술을 활용한 효율화에 주목’
국내에서 스마트 물류의 정의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기관이나 학회의 논문, 보고서 등에 등장한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나오기도 전인 2012년에도 스마트 물류에 대한 보고서가 존재하고 있다. 2012년 대한전자공학회 전자공학회지에 게제된 ‘스마트 물류 IT 기술 및 사례(정성용, 정기연)’라는 논문에서는 스마트물류에 대해 ‘운송, 보관, 하역, 포장, 시설, 장비 및 물류시스템 등 물류의 전 분야에 걸쳐 IT기술, 센서, 정보통신 및 제어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물류운영의 효율화와 물류비용의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물류’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 차세대 물류 IT 기술연구사업단과 KSA 한국표준협회에서 정의한 스마트 물류에 대한 정의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2012년 이전부터 스마트 물류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스마트 물류에 대한 정의는 어떨까? 그 당시의 기술과 현재 기술의 차이는 있지만 스마트 물류에 대한 정의는 그 당시와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19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 유통물류센터 구축방향에 관한 연구(박정현, 오재균, 김동명, 여기태)’에는 스마트 물류는 ‘ICT기술, 센서, 정보 및 제어 기술을 활용해 운송, 보관, 분류 및 반출과 같은 하역과 시설 및 장비 그리고 시스템 등 물류 전 분야에 효율성, 유연성, 지속가능성을 향상하고 이를 통해 물류비 절감을 목표로 하는 물류’로 정의하고 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다양한 ICT기술을 통해 물류전 과정을 효율화 하고 이를 통해 물류비를 절감하는 것을 목표 하고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업계에서 생각하는 스마트 물류도 학계에서 정의하고 있는 내용과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다만 각 기업마다 접근방식의 차이는 있어 보인다. 우선 자동화를 통한 물류운영은 물론 ICT기술을 접목해 업무를 효율화 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한 물류기업의 관계자는 “물류의 제반 활동을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관리 및 운영하기 위한 지능형 통합 물류체계와 더불어 로봇, 자동화, 인공지등 등의 접목된 고도화 체계이자 4차 산업 혁명이 물류산업에 구현된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기서 좀 더 확장된 의미로 사용 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의 정보 비대칭 해소는 물론 생산 단계의 스마트 팩토리부터 모든 공급망의 연결을 효율화하는 것까지 확장해서 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는 ‘자동화와 로봇을 통한 무인화에 주목’
해외에서 정의하고 있는 스마트 물류는 약간 다른 경향을 보인다. 중국의 첸찬산업연구원은 스마트 물류에 대해 ‘AI, IoT 등 ICT 기술을 활용한 물류시스템’이라고 정의하면서 기존 물류 시스템에 비해 무인화, 자동화, 효율화가 핵심적인 요소로 부각되는 물류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의 손 없이 로봇 등의 시스템이 물류 전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스마트 물류로 정의했다. 또한 미국의 한 물류전문가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공급망의 통합, 자동화, 자율로봇, AI기술 등을 활용해 기존 물류시스템을 혁신한 시스템’이라고 스마트 물류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물류뉴스 전문 사이트인 테크크런치의 기사에서는 ‘상품의 재고관리와 피킹 및 포장까지의 과정에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물류창고와 사람 대신 로봇이 상품을 배송하는 무인배송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스마트 물류를 보고 있다. 국내의 정의가 ICT기술을 활용한 효율화와 비용절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자동화와 로봇을 활용한 무인화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화에 기반한 지능화가 ‘스마트’
국내외의 초점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물류 전 과정에서 효율성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한 기술을 적용해 현재의 시스템을 기존과는 다른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 과정에 자동화는 필수 요소로 보인다. 완전한 자동화 또는 로봇 자동화가 아니더라도 자동화가 없이 인력을 통한 효율화는 한계가 있으며 ICT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계와 로봇이 스스로 판단/제어하는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물류전문가는 “자동화를 배제한 지능화만으로는 스마트 물류를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화는 국내 물류기업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국내 물류시장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비롯해 화주와의 계약 관계 등에 있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 물류로의 전환은 시대적인 요구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물론 비대면이 중요해지면서 유통 기업들이 물류를 핵심 경쟁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류의 경쟁력이 즉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 효율성, 유연성, 지속가능성을 향상하고 이를 통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 물류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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