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작업 현장 4천명 추가 투입, 자사 택배기사 100% 산재보험 가입

잇단 택배기사들의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택배업계 1위 기업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전면에 나서 진심어린 사과문을 밝히고 머리를 숙였다.

▲ CJ대한통운 박근희 부회장이 최근 이어진 택배기사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박근희 부회장(사진)은 22일 연이은 택배기사들의 죽음에 따른 사과문을 밝히고, 향후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 부회장은  “최근 택배 업무로 돌아가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며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일 것”고 말했다.

노동강도 낮추기 위한 4천명 분류작업 비용 연간 500억원 추가 예상

이날 발표된 대책 안 중 가장 주목할 부문은 택배분류작업 시 추가 인력 투입 건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택배분류 작업에 대해 별도의 추가 인력 4천명을 결정하고, 땜질식 인력 투입이 아니라 상시적인 추가 분류작업 인력을 통해 현장 택배기사들의 노동력 감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연간 500억원 가량의 추가 운영비용 지출이 예상된다.

CJ대한통운 정태영 부사장(택배 부분장)은 “기존 택배기사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1천명의 분류작업자 외에 추가로 4천명의 인력을 보강, 택배현장의 노동 강도를 낮추는 노력과 함께 기존 배송수수료에 포함된 분류작업 인력투입에 따른 수수료 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가뜩이나 낮은 수익률에서 500억원의 추가 비용과 별도의 분류인력 투입을 통해 과연 택배기사들의 근로강도를 낮출 수 있을지 다. 추가 인력투입에도 현재 일선 택배 분류장의 물리적 공간 협소로 분류작업이 예상만큼 빨라질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심 내 택배터미널 유휴부지의 원활한 공급이 뒤 따라야 분류인력 추가 투입도 효과를 가져 올 전망이다.

이와 함께 CJ대한통운은 전체 자사 소속 택배기사들의 대한 산재보험 가입도 전체 집배점 전수조사를 통해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자동화시설 확대를 통해 노동 강도를 낮추고, 100억원의 상생협력기금도 마련, 일선 택배기사들의 복지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전문기관에 의뢰, 일선 택배기사들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이들이 적정 배송량을 초과해 일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꿔 나간다는 방침도 주목을 받았다.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하게 하는 동시에 택배기사 1인에게 배송 부담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택배기사 1인당 적정 물량의 경우 지역별로 배송지 밀집도편차가 크고, 현재 분담하는 배송물량보다 감소할 경우 배송기사들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후속 보완책 마련도 뒤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제적 산업재해 예방안 마련, 택배기사 산재보험도 100% 가입 유도

CJ대한통운 정태영 부사장은 “선제적 산업재해 예방안도 마련,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자사 모든 택배기사들의 보험 가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일선 집배점을 통해 100% 산재보험 가입할 수 있게 돼 노조와의 시비꺼리는 사라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CJ대한통운은 2022년까지 1백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안도 내 놨다. 기존에 시행 중인 택배기사 자녀 학자금 및 경조금 지원과는 별개로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정태영 택배부문장은 “현장의 운영상황을 최대한 반영, 향후 택배기사 및 종사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구축할 방침”이며 배송기사들의 직접 고용에 의향에 대해서는 “당장 답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 회견장은 그 어느 때 보다 취재 열기(사진)가 뜨거웠다. 일부 언론사 관계자는 “싸구려 택배서비스를 당연시 여기던 언론이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갑자기 관심이 뜨거워졌다”며 “이번 사망사고를 계기로 지난 30여 년 생활물류시장에서 택배기업과 근로자들이 어떻게 시장을 견뎌왔는지, 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과 대안을 제대로 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의 진심어린 사과와 향후 재발 방지책 발표로 국내 택배업계는 새로운 전환점도 맞을 전망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노동 강도를 줄이고, 고객과 기업, 근로자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원점에서 택배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적정 배송물량 찾기와 더불어 지난 30여 년간 너무 싼 택배가격에 대한 정상화 방안도 이번 기회를 통해 적극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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