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물류서비스 불구, 낮은 자존감에 대우도 제대로 못 받아

“택배가격도 싼데 왜 그렇게 무거운 걸 들고 다녀? 바보야! 그냥 택배로 보내~ 멍청하긴 ㅎ”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 간 주고받는 이 메신저 한 줄로 택배는 너무 쉽고 싼 물류서비스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주부들과 대학생들에게도 택배서비스는 더더욱 낮은 자존감의 생활물류 서비스다. 홈쇼핑을 포함해 이커머스 의류, 신선식품 배송에서까지 택배는 이제 저렴한 가격 덕분에 사업자를 비롯해 배송기사들까지 손 쉬운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상품이다 보니 택배시장은 지난 28년 간 안정적인 택배수요를 만들어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유통시장도 싼 택배가격 덕분에 매년 성장세를 동반해 높이고 있다. 반면 택배현장은 각종 부작용으로 끝내 일선 배송기사들의 연이은 사망사고까지 나타나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 너무나 싼 택배가격으로 우리 산업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짚어 봤다.

◆부담 없는 가격에 꼭 필요 없는 택배서비스 ‘가수요’ 늘어

아이들이 태어나면 처음 배우는 말이 ‘택배’라는 우스갯말이 있다. 그 만큼 택배서비스는 2020년 현재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 들어 있다. 하루 1,200만개의 택배를 보내고, 받는 시장은 연간 36억 여개에 이를 만큼 물동량도 어마어마해 졌다. 이렇게 우리 일상과 같은 택배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빠르고 정확한 배송서비스다. 제주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땅 끝에서 땅 끝까지 택배를 보내는 평균가격은 지난해 2,269원으로 조사됐다.

택배산업 초기 7천원 안팎이던 택배가격은 30여 년이 지난 2020년에 1/3토막에 그친 가격으로 서비스 된다. 30년 전 69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인상, 12.5배 올랐음에도 택배가격은 유일하게 60%나 하락했고, 이에 따른 일선 택배기사들의 짊은 매년 무거워지는 현실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택배기업들과 집배점, 그리고 고객접점 영업까지 맡고 있는 일선 배송기사들이 초래한 결과다.

문제는 이렇게 싼 택배가격 덕분에 굳이 택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가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부 임 모씨는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의류를 구매할 때 매번 자신의 치수보다 한호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 등 3개를 구매한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구입한 뒤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하나 빼곤 반품을 하는데, 이런 습관은 무료 반품 택배 덕분이다.

고객에겐 이처럼 싼 택배가격이 이커머스를 보다 쉽게 이용하게 하는 요인이며, 유통업체 입장에선 판매를 늘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선 배송기사들은 스스로 늘린 고작 픽업수수료 700원에 불과한 과도한 노동이 될 뿐이다. 택배기사 김철수 씨는 “만약 반품 택배가격이 5천원이라면 쉽게 구입하고, 상품을 다량으로 구입하고 손쉽게 반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택배가 너무 저렴하다 보니 택배 이용의 과소비가 소비자들에게 일상화된 상황”이라고 씁쓸해 했다.
 
대학생 박지윤씨도 “택배가격이 싸니까 온라인 구매에 큰 부담이 없다”며 “만약 1만 원짜리 타셔츠 구입에 택배비가 5천원이고 반품이라도 하게 되면 택배비만 1만원인 만큼 지금처럼 쉽게 온라인 쇼핑에 나서지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 맘인 오 모씨도 택배 과소비는 습관처럼 이어진다. 평일 시장보기가 용이하지 않은 오씨는 매번 신선식품 주문을 온라인으로 하는데 4만원 이상 무료 마케팅 덕분에 택배비 부담 없이 이용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오씨는 “일주일에 이런 저런 형태로 2~3번의 구매 시 별도의 택배비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면 온라인 구매를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싸지만, 편리한 택배서비스는 온라인 유통시장을 급성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택배 과소비를 부추겨 급기야 일선 배송기사들의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급격한 가격 인상 유통시장 악영향, 사회적 합의로 현실화 필요     

싸구려 가격의 택배산업은 서비스를 의뢰하는 유통업체들과 소비자를 제외한 모든 관계자들을 제로섬 게임으로 내 몬지 오래다. 실제 국내 택배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타 산업과 비교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올해 이익만 40% 이상 증가한 DHL과 같은 외국계 택배회사들과 비교하면 더더욱 초라하다. 그 만큼 우리 택배는 부가가치 없는 서비스를 양만 늘려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조 4천 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국내 택배시장 1위 기업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은 고작 3,072억원으로 이익률의 경우 2.9%에 그친다. 뒤 이은 한진택배와 롯데택배 역시 2조원이 넘는 매출에도 영업이익은 고작 4.4%, 0.7%에 머물러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수 조원의 천문학적 투자에 비해 얻는 이익은 말 그대로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이렇게 낮은 수익이지만 당장 택배비 현실화 얘기만 나오면, 개인소비자뿐 아니라 중소 이커머스 판매사업자 등 택배가격 현실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사람은 없다.

택배이용이 많은 김진아 씨(여, 23세)는 “가격이 저렴해 온라인 구매를 늘리는 상황에서 서비스는 같은데 가격을 인상한다면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현재의 싼 택배가격에 익숙한 2030 세대들의 경우 택배아저씨들의 과로 상황은 이해하지만, 먼저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고객 하윤선씨는 “너무 낮은 택배 가격덕분에 이용을 무의식적으로 늘리는 것은 맞다”며 “윤리적 소비측면으로 보면 ‘인상’이란 표현이 아닌 택배가격 ‘현실화’가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택배가격 현실화는 생각도 다양하고 찬반의견도 뚜렷해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이 같은 이유로 택배 1위 기업 CJ대한통운도 선뜻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해 왔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도 크다. 택배현장의 잇단 사망사고를 마냥 택배기업의 책임과 부담으로 돌리기에 무리가 있는 걸 정부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시장가격에 손을 댈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난감한 상황이다.

◆택배기업, 집배점, 고객 접점 배송기사 스스로 합리적 수주 경쟁 나서야

따라서 향후 택배산업의 가격 합리화와 정상화는 서비스 제공자인 택배사업자와 사용자 모두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가격 현실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기업 대 개인(B2C)로 거래하는 화주들의 경우 택배비 인상에 큰 거부감들이 없다”며 “홈쇼핑을 포함해 대형 화주들은 100~200원 가량의 택배가격 올리는 것을 제안하면 거꾸로 경쟁사 택배기업이 가격을 낮춰 제안해 왔던 만큼 이제라도 택배기업 스스로 합리적 수주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 역시 최 교수는 난색을 보인다. 최 교수는 “정부의 시장 가격의 직접 통제는 공익을 저해하는 특별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가능한 불개입이 맞다”며 “이 보단 근로시간을 10시간 내외로 규정하는 등의 가격 외적인 통제방안 마련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택배기업들은 택배 최저운임제 도입과 더불어 운임신고제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당장 중소화주들에게 이면 지급되는 백 마진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택배사업자협의회 관계자는 “무게와 크기 등 택배규격에 맞춰 가격을 표준화한 우체국택배 요금제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며 “중소화주들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요율을 만들고, 상품 집하 등에 편의성이 큰 대형 화주들의 경우 별도의 할인율을 제공하는 등의 탄력적인 택배요금 현실화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비규격 화물과 중량물, 취급이 어려운 상품들에 대한 택배서비스 가격은 현실화를 통해 합리적 수준에서 시장 자율에 맡겨 조정되고 있다. 따라서 소형 화물과 취급이 쉬운 일반 택배화물에 대한 배송 가격은 보다 세밀한 시장 환경을 충분히 반영해 합리적인 가격 조정이 뒤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택배가격 인상이 중소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지만 식음료 배달시장처럼 가격 현실화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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