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기술력 기반 기존 ‘전통물류’의 자리 빠르게 대체

경쟁자들과 단순히 ‘격차’를 두고 앞서가는 정도의 경쟁력으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경쟁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어떤 수단으로 이러한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많은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그 해답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에서 찾고 있다.

DX는 미래의 성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유연하게 개편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물류 네트워크를 근본적으로 대체하고 프로세스 가시성을 높이는 DX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글로벌 물류기업을 중심으로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물류업계, ‘디지털 전환’이 전략의 핵심
물류 기업의 미래 경쟁력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 혹은 DT)’에 달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의 행보다. 세계적 종합물류기업인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은 지난해 10월 2025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약 20억 유로를 투자한다는 새로운 그룹 전략 ‘Strategy 2025-디지털 환경 내 물류’(Strategy 2025 – Delivering Excellence in a Digital World)를 발표했다.

‘Strategy 2025’의 주요 내용은 도이치 포스트 DHL 그룹이 장기적인 성장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핵심 물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과 모든 사업부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DHL 그룹은 2025년까지 디지털 전환에 약 20억 유로(EUR)를 투자할 예정이며, 이러한 투자는 최소 15억 유로의 연간 운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도이치 포스트 DHL그룹 프랑크 아펠(Frank Appel) 회장은 “DHL은 앞으로도 수익성 있는 핵심 물류 사업에 집중해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뤄낼 것이며, 이에 있어 디지털 전환은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DX는 물류 공급사슬 각 단계별 흐름을 가상공간에서 재현시키고, 블록체인 거래 장부로 실시간 추적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가능케 한다. 글로벌 물류업계에서 DX의 선두주자로써 앞장서고 있는 DHL은 AI가 접목된 ‘레질리언스 360(Resilience 360)’ 시스템을 통해 트럭 고장이나 창고 침수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물류 각 단계별 공급사슬과 흐름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만약의 경우를 상정한 플랜 B를 마련하는 것이다. 레질리언스 360 시스템은 가상공간에서 디지털 지도와 위성지도 및 교통 패턴 정보를 분석, 최적화된 배송 트럭 이동경로를 제시한다.

앞에서 언급한 DHL 그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물류산업에서 4차 산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PTC 사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보고서 <6 Digital Transformation Trends Shaping the Future of Industrial Companies in 2020>에서 ‘디지털 전환’이 물류 네트워크를 근본적으로 대체하면서 기업의 혁신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거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 첨단기술을 이용, 고객 및 시장의 파괴적 변화에 적응하는 지속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물류산업처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DX는 시대적 흐름이자 기업 생존과 성장의 열쇠가 되고 있다.

PTC 사는 성공적 DX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 수정이 아닌 4차 산업 첨단기술의 유연한 적용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도입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사례로 스타트업을 꼽는다. PTC 사는 물류산업 DX의 특징은 ‘네트워크 대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 스타트업들이 미국 페덱스와 독일 DHL 등 기존 대형 업체들이 지금까지 주도해 온 물류 네트워크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게 좋은 예다.

전통적 물류에는 화주·포워더·트럭회사·관세사·창고업자 등의 참여자들이 페덱스와 DHL 같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유기적 물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은 화물 선적·운송·보관·추적 등 물류 각 분야에 진입해 기존 대기업보다 더 효율적이고 고객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통적 네트워크를 대체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요금 비교와 화물이동 분석, 마켓 플레이스 같은 신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이용하는 화주는 마켓 플레이스 모델을 통해 각종 옵션을 비교하면서 자사의 여건에 맞는 화물운송 기업, 가격, 보험에 대한 직접 선택이 가능하다. 기존 물류산업 플랫폼은 대부분 기업간 거래(B2B) 용으로 일반 사용자에는 미공개로 운영된다. 하지만 물류와 소비·유통 분야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옴니채널·O2O(offline to online)·라스트마일 배송 같은 소비자와의 직접 접점이 확대됨에 따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변화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트렌드 변화는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에게는 활동 공간을 넓힐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물류시장 진입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한다. 스타트업은 비용 부담이 큰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를 세분화해 플랫폼이나 클라우드 공유 솔루션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업체와 함께 소비자 편의를 증대시킨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외부와의 협업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인화는 물류 각 영역에서 인간 판단 과정을 단축시키고, 표준화는 물류 관련 기능과 정보를 상호 연결해 물류회사나 수송 루트/수단이 유연하게 교체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스타트업들은 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무인화와 표준화를 통해 인터페이스만으로 각각의 서비스를 연계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 이처럼 스타트업들은 기존 기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발휘한다.

향후 10년 뒤, 디지털 전환 더 가속화된다
글로벌 물류산업은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경쟁이 나타나는 등 사상 유례없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시대에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Shifting Patterns-The future of logistics Industry’ 보고서에서 △피지컬 인터넷 공유(Sharing the PI(e)), △스타트업 영향력 강화(Start-up, shake-up), △복잡한 경쟁(Complex competition), △규모의 중요성(Scale matters) 등 4대 요소를 바탕으로 5~10년 뒤 미래 물류산업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 피지컬 인터넷 공유
4차 산업으로 인한 디지털 기술과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은 상상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물류산업은 그동안 이를 수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타 산업에 비해 디지털화가 뒤져 있는 물류산업은 데이터 분석에서 자동화 및 피지컬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 신기술을 전략적으로 도입, 작업 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피지컬 인터넷 공유’ 시나리오는 물류기업들이 화물 크기·운송 수단 간 연계·IT 시스템·라벨링 등과 관련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표준화 과정을 거쳐 물류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시나리오다. 기업 간 표준화 압력이 거세지면서 블록체인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 공유 과정에서의 혁신이 요구된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물류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은 감소되며, 기존의 시장 리더가 계속해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물류 운영의 표준화가 진행되면서 피지컬 인터넷이 물류산업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 스타트업 영향력 강화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물류시장에 뛰어들고, 기존 제조·유통·IT 업체들도 물류 기능을 강화하면서 물류산업은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은 디지털 기술이나 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가치사슬에서 보다 수익성 높은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다.

‘스타트업 영향력 강화’ 시나리오는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물류 서비스에 개방형 플랫폼을 도입하고, 고객 눈높이에 맞춘 앱과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완전히 재해석해 물류시장에 진입한 뒤 영향력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다. 기존 물류기업에게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들 스타트업은 비용 부담이 큰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를 더욱 세분화해 플랫폼이나 클라우드 공유 솔루션 같은 새로운 기술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존 기업과 협업을 통해 물류서비스를 소비자 편의에 맞게 보완해 제공한다.

▲ 복잡한 경쟁
개인이나 기업 모두 신속·유연한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특히 일반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 혹은 무료로 배송 서비스를 받기 원한다. 이 때문에 물류기업은 보다 낮은 비용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고객 맞춤화되고 있는 제조업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물류기업은 고객 맞춤화를 통한 소비자 만족도 제고가 미흡하다.

그러나 개별 고객 맞춤화는 시대적 대세다. B2B 거래를 지원하는 물류가 대량 수송에서 개별 고객 맞춤형 수송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며, 유통의 옴니채널화 및 O2O(Online to Offline) 거래 확산은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스타트업 뿐 아니라 제조·유통·IT 업체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경쟁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복잡한 경쟁’ 시나리오는 이들 기업이 초기 내부 수요 충족에서 서서히 물류산업 전반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면서 물류 서비스 시장 고객에서 공급자로 변모하는 시나리오다. 이들 기업은 고객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공급 사슬을 최적화, 기존 물류기업에 위협적인 경쟁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나 복잡한 경쟁 구도는 물류 전반의 인프라 고도화에 크게 기여하며, 자금 여력이 풍부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기업이 이 같은 경쟁 구도에서 유리하다.

▲ 규모의 중요성
물류기업은 전체 작업 프로세스를 기능별로 나눠 분업화해 왔으나 고객 수요에 따라 동적으로 기업 간 협력이 이루어지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 크기·운송 수단 간 연계·IT 시스템·라벨링 등의 영역에서 불일치로 지장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합작투자를 비롯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동적으로 기업간 협력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규모의 중요성’ 시나리오는 소규모 네트워크보다는 대규모 네트워크, 소규모 물류센터보다는 대규모 물류센터의 생산성이 높고, 가격 경쟁력 및 서비스 품질 역시 경쟁 우위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물류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된다는 시나리오다. 리더 기업은 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물류 운영을 간소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력으로 무장된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탈 등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물류산업 내부에서 금융 및 투자 분석 역량,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역량을 보유한, 자사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M&A 파트너를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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