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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인터뷰/ 심리학자가 보는 산업물류시장, 속도경쟁 원인은

기사승인 2018.06.01  15: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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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시장 ‘속도 경쟁’ … 여유 찾기 위한 수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빨리 빨리’ 문화. 이 처럼 물류산업을 필두로 국내 산업에서 속도경쟁의 원인은 빠른 속도이후 다음 결과로 얻어지는 여유로움과 인간의 원천적 욕망인 게으름을 찾기 위한 수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진화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빠름= 좋음 혹은 잘함’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환경덕분이다. 문제는 일반 산업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의 속도경쟁이 그 정도를 넘어 시장 전반의 폐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에선 빠른 속도가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지금의 속도 경쟁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실이 우리 삶의 악영향을 미치고, 종국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으로 산업전반에 손해로 다가올 수 있는 만큼 이제라도 적절한 속도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 빠른 속도경쟁은 인간의 기본적 욕망 기저에 깔려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요인이 있는 걸까? 산업시장에서의 속도경쟁에 원천은 무엇이며, 다른 심리적 요인은 어떤 것이 있는지 심리학 전문가인 최미정 박사와 허용회 대표를 만나 산업전반에서의 속도경쟁의 원인과 그 대안을 찾아봤다.

   
  △ 최미정 박사
  2005년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 심리학과 졸업
  2011년 성균관대학교 인재개발학과 석사 졸업
  2014년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박사
  대표작 : <여자 서른>, <우라질 연예> 등

인간 본성 ‘느림과 게으름’, 빠름 후 여유 누리려 속도경쟁

최미정 박사가 지적한 우리 산업현장에서의 속도경쟁 원인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여유로움 혹은 인간의 본성인 게으름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차량 속도를 높이고, 컴퓨터 처리 속도를 높이며, 빠른 택배서비스를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빠름 이후의 여유 찾기, 혹은 게으름을 누리기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일 수 있다”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하루의 지친 일과를 마치고, 여유로운 휴식을 얻기 위해 급행열차를 타고 귀가를 원하지, 모든 역을 들러 늦게 도착하는 느린 열차를 타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박사가 지적하는 우리 사회와 산업시장에서의 속도경쟁은 빠른 속도 후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본성인 여유와 게으름의 휴식을 누리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속도경쟁의 또 다른 심리적 배경에는 외부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용회 마인드 플레이팅 대표는 “치열한 경쟁에서 고만 고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갖고 시장을 확대하려는데, 가장 차별화될 수 있는 부문이 바로 속도일 수 있다”며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굳이 속도로 경쟁하지 않아도 됐지만,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속도의 경쟁은 타 상품과 비교해 다른 부분을 부각해야 하는 산업구조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 연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빠른 속도와 빠른 일처리 등은 좋은 것으로 칭찬하지만 느리고, 여유를 갖는 것은 게으름으로 인식하면서 나쁜 것이란 사회적 교육을 받아 왔다”며 “이렇다 보니 빠른 것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산업시장에서 속도 경쟁의 원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속도경쟁의 외부 요인(하드웨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예를 들었다. 최미정 박사는 “서울에서 모임 약속을 하면 경우 정확한 시간을 말하지만, 지하철이 발달되어 있지 못한 지방 모임 약속은 딱 떨어지는 시간이 아닌 ‘몇 시경’ 혹은 ‘몇 시 즈음’으로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교통수단이 발달한 도시의 경우 시간 약속을 정확히 지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의 경우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의 버퍼를 둔다는 점에서 외부 하드웨어적 요인인 셈이다.

   
  △ 허용회 대표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일반대학원 문화 및 사회심리학 석사
  현재 심리컨텐츠랩 마인드플레이팅 대표. 심리학 전문 강사이자 작가.
  대표작 : <당신은 심리학에 속았다>, <게으른 사람들의 심리학>

한편 허 대표가 지적한 속도경쟁의 또 다른 원인을 심리적으로 접근하면 새로운 흥미로운 항목을 찾을 수 있다. 허 대표는 “인간의 기본 심리는 쾌락을 추구하는 감각추구성향을 갖고 있다”며 “감각의 일부인 쾌락 추구성향에는 속도경쟁이 포함되어 있고, 그 쾌락의 감각을 추구하는 정도가 빠른 속도에 적응하면 또 다시 더 빠른 쾌락을 추구하는 형식을 반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산업시장의 속도 경쟁은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없었던 속도경쟁이 진화하면서 심리적인 요인과 더불어 외부의 환경 변화에 따라서 나타나는 우리만의 도드라진 특징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적 특성 + 앵커효과’로 기준 높여 속도 경쟁

최미정 박사가 제시한 속도경쟁의 배경에는 인종적 특성인 MBTI 통계가 있다. 이 통계에는 J형과 P형이 있는데 J형은 조기착수 특성이다. 또 J형은 빨리 처리하는 것을 선호해 미국인의 경우 54%, 한국은 57%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 P형은 임박 착수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미루고 미루다가 천천히 하는 것을 선호하며, 미국은 46%, 한국은 43%가 여기 속한다. 이 통계에서 보듯 빠른 속도경쟁의 경우 우리는 P형으로 미국보다 속도경쟁 즉, 빨리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논리와 유사하게 허용회 대표는 “대한민국의 학습 부재가 속도경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비극으로부터 아직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다”며 “잿더미가 된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이든 빠르게 만들고 갖춰나가야 했으며, 사회적으로 근면, 성실, 신속함, 효율 등의 가치관이 급속도로 전파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근은 일상이었고, 새 정부 들어서야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 등의 가치가 사회에 등장한 만큼 산업시장의 빠른 속도경쟁의 심리적 배경은 척박한 외부 환경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최미정 박사는 심리학적으로 빠른 속도경쟁을 앵커효과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우리식으로는 ‘닻 내림효과’로 기준선 설정 휴리스틱(anchoring heuristic)의 경우 임의의 기준선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진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택배서비스의 속도경쟁은 우리가 너무 빠른 배송속도를 기준으로 설정, 서비스 기준을 너무 높여 뒀기 때문에 늦는 배송에서 대한 불만을 키운 이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산업시장에서의 속도경쟁의 배경은 인종적 특성과 외부환경에 따른 효과로 달라질 수 있으며, 명확한 근거를 갖고 정의내릴 수는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서비스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속도경쟁 지고, ‘여유’ 추구로 산업 패러다임 바뀐다

인간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는 행복이다. 산업시장 역시 행복을 추구하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삶의 순간에 ‘의미(meaning)’가 깃들어야 한다. 친밀한 타인들과의 대인관계, 여행 등을 통한 추억 쌓기, 독서와 사색 등 일(work)로부터 물러나 정주하고 있는 게으름이 있어야 비로소 삶에 충만함과 행복이 깃들기 시작한다. 반면 ‘빠른 것’에 대한 집착과 추구경향은 '행복의 적'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지금까지 산업시장은 빠른 속도를 추구하며, 사람보다 빠른 기계를 통제했지만, 이마저도 4차 산업의 인공지능 출현으로 빠른 속도의 기계마저 통제하지 못하는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허용회 대표는 “지금까지 산업시장은 속도를 추구했지만, 인공지능이 조정하는 속도마저 통제하지 못하는 시대를 맞으면 생존의 수단이던 속도경쟁은 버리고, 여유로움과 게으름을 추구하는 산업방향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부지런함이 미덕으로 인정받던 시대에서 미래 산업시장은 속도경쟁에서 벗어날지 모른다. 정작 ‘내가 왜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면 행복할지’ 등에 대한 적절한 답은 느림에서 찾을 수 있다.

최미정 박사는 “서울-대전의 KTX는 55분으로 인식, 서울에서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역과 역간 시간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틈새시간으로 1시간을 훌쩍 넘는 것처럼 지금의 속도경쟁의 관점을 조금 더 여유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대표는 “이제 산업시장에도 빠른 것을 포기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그 ‘맛’을 아직 사람들이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만큼 느림 혹은 멈추는 것으로 무엇을 얻게 될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분명한 이익이 계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간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느림을 추구한다는 것은 보수적인 동물인 인간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최 박사는 인터뷰 말미에서 지금 나타나는 속도경쟁을 몇 가지 심리학적 요인으로 정의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기본 심리가 외부상황과 기본 욕망 등에서 항상 일관성을 보이지는 않는다”며 “순간순간 마음이 변하고,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서도 오락가락하는 등의 비합리적인 심리요인이 많은 만큼 산업시장에서의 속도경쟁 역시 그 원인을 몇 가지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산업시장의 속도경쟁은 인간의 심리적 욕망에 근거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대안도 얼마든지 그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빠른 것을 포기했을 때,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 반추의 심리가 필요한 때다.

손정우 기자 2315news@klnews.co.kr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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