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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의 가능성

기사승인 2019.04.02  10: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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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섭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원장

   

우리에게 철도의 실제와 애환은 70~80년대의 귀성 열차에서 체험하게 되었다. 명절에 고향을 찾아가기 위해 다른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않던 시기에 철도를 예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는 일은 뉴스거리가 될 정도였다. 귀성 열차는 정원을 훨씬 초과한 콩나물시루같이 꽉 들어찬 사람들의 전시장이기도 하였다.

반도국이나 현재 북한에 막혀 섬나라 같은 우리에게 남북철도를 통한 시베리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과 중동으로 가는 철도의 구상은 오랜 꿈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압록강은 흐른다’의 작가 이미륵 선생이나 이상설 등의 유명 인사들도 철도를 통해 중국, 시베리아를 경유해 유럽을 여행한 기록 등이 전해진다. 오히려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는 미지의 세상, 시베리아를 그리워하여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사할린까지 방문하여 작품의 토대로 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북아 철도 공동체 주장이 발표되고도 여러 국제 정치적 여건으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도를 통해 4,500Km의 장거리를 왕복 여행한 뉴스는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하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지 논의되었다.

분단된 땅에서 통일과 화합, 번영의 이야기와 함께 철도는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파란색 희망 이미지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제대로 기지개 한번 펴지 못한 한반도의 철도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고의 폐쇄 국가 북한의 지도자가 외국 순방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한반도 철도의 광역성과 효용성을 재인식시키고 있다.

국제철도는 여러 국가를 경유하여 출발지(origins)에서 목적지(destinations)까지 철로가 연계되어야 하고 그 철로 위를 열차가 달려야 국제적 연결이 가능하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괘도 폭의 철도가 이용되고 있다. 철도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는 1846년 철도 궤간을 통일시키는 궤간법이 제정되었고, 1435㎜를 영국의 표준궤로 정하였다. 지금도 1435㎜를 기준으로 넓은 것은 광궤, 좁은 것은 협궤라고 명명한다.

광궤에도 규격이 다른 여러 종류가 있고, 협궤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협궤는 1067㎜인 반면, 베트남의 협궤는 1000㎜ 이다. 동아시아에서 표준궤를 사용하는 나라로 남북한과 중국이 있으며, 러시아와 몽골은 광궤(1520㎜), 일본은 협궤를 쓴다. 지금 지구의 철도 중 표준궤가 전체의 60%, 광궤가 21%, 협궤가 19%를 구성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됐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23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역을 출발했다. 평양~하노이는 전용기로 5시간이면 충분하나, 열차로는 4500㎞, 중국 통과 거리만 4천㎞에 이르는 ‘사흘 대장정’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 대장정’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두 차례 베트남 방문(1958, 1964년)에 사실상 중국이 제공한 전용기를 이용한 선례와도 다른 선택이다. ‘5시간 이동’ 대신 굳이 ‘사흘 이동’을 선택한 김 위원장의 판단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우나 중국의 변화를 직접 보고 싶다는 점과 아버지의 이미지를 살려 자신의 국내외적 리더십을 넓히려는 의도 등 여러 측면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열차 여행을 하면 그 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의미 있는 해석을 가능케 할 것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직접적인 공동성명 발표가 없다는 점에서 ‘결렬’ 등의 표현이 언론에 등장하나, 쌍방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강조한 점과 상호 최종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점 등은 향후 회담의 주요 기준이 될 것이다.

동북아철도 공동체를 주창하는 현 정부로서는 유라시아 대륙의 북쪽 노선을 경유한 시베리아-유럽노선은 물론 중국-중앙아시아- 중동노선과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베트남 또는 중국-인도차이나-인도(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 노선도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을 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각과 이해가 다소 다를지라도 길은 열려야 한다. 소통과 교류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문명을 교환케 하며,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경제, 사회학의 대원칙이 동아시아 철도에도 적용될 날이 올 것이다. 동아시아 철도와 물류체계에 대한 준비와 전략을 갖는 자만이 그 혜택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섭 news@klnews.co.kr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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