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바스카/예담 아카이브

현시대에 있어 기업이나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정보이다. 과거에는 정보의 생산력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정보의 공급은 상당 부분 제한적이었으나, 현재는 정보 생산의 한계성이 거의 사라지면서 정보의 생산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즉, 정보 과잉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과잉으로 공급되는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골라내는 힘… 이것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현시대에 기업에서 가장 역점을 기울여야 할 역량임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 간과하고 있는 큐레이션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인 마이클 바스카의 큐레이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큐레이션’이란?
영국의 대영박물관의 창고에는 총 800만 점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지만 전시장에는 약 8만 점의 유물만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선별했을까? 선별과정에는 시대적 흐름과 주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반영되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조화를 고려했을 것이며, 현재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진열되는 유물의 종류도 시사점을 주는 차원으로 수시로 변경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일이 그저 몇몇 사람들이 그들의 주관적 관점으로 진행되는 일 일까?선별 작업을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는 관점, 유물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 유물 전시에 대한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감각, 현재의 시대적 상황을 고찰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역사적 해석 능력 그리고 박물관의 레이아웃과 디스플레이 관점의 전문성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일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에 대해서는 그 기능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되어 있지만 현시대의 경영관점이나 사회적 관점에서 큐레이션은 ‘과잉된 정보를 선별하고 이를 우선순위에 준하여 선택한 후 새롭게 조합하여 가치를 재창출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하는 큐레이션의 핵심 키워드는 ‘선별’, ‘선택’, ‘조합(재배치)’ 그리고 ‘가치창조’이다.

왜 ‘큐레이션’을 주목해야 하는가?
우리가 큐레이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나치게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공급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의 가장 큰 부작용은 분별력이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콜롬비아 대학의 시나 아이 옌거 교수와 스탠퍼드 대학 마크 레퍼 교수의 ‘선반 위의 잼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선택의 가짓수를 제공할 경우, 소비자의 관심은 높아지지만 직접적인 선택을 하는 비율은 오히려 선택의 가짓수가 적을 때에 비해 감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즉 선택의 폭이 커질수록 인간의 뇌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되고 결국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선택을 포기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선택의 역설’이라고 한다. 많은 기업들은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고객을 선택의 혼란에 빠뜨리게 됨으로 자신들의 사업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오늘날의 문제는 차고 넘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차고 넘치는 것은 현상이다. 진짜 문제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새로운 창조의 개념
CNN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현장감 있는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CNN은 사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누구나 사건, 사고 현장의 동영상, 사진, 내용을 실시간으로 플랫폼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리고 CNN의 뉴스 큐레이터들이 플랫폼에 올라온 동영상, 사진, 제공받은 내용 등을 선별하고 선택하여 그들의 전문성에 기반 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배치하여 뉴스화 시킨다. 이러한 일련의 프로세스는 5분의 1로 뉴스 생산 시간을 단축시킴과 동시에 뉴스 제작 단가도 파격적으로 낮추었다. 이 사례는 누구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정보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창조성은 연결과 배치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연결과 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그 전 단계인 선별과 선택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것을 연결하거나 배치할 때 새로운 창조적 가치가 발현될 수 있냐는 것이다. 21세기의 창조성은 독창적이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선별과 배치, 연결의 속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창조성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큐레이션이 중요한 속성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큐레이션’의 속성
최근 들어 음원, 영화 및 쇼핑 등에 개인에 대한 큐레이션 기능들이 확대되어 콘텐츠 큐레이션의 형태로 디지털 비즈니스 영역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러한 영역 별 큐레이션의 기능들은 하나의 개인 큐레이터 형태로 통합될 것이다. 그렇다면 큐레이션은 어떠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저자는 전문성, 일관성 그리고 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성은 큐레이션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다. 그리고 큐레이션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가 일관적이지 못하고 유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차이가 발생한다면 그 정보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관성이란 큐레이션은 개인이건 기업이건 간에 맞춤 관점에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이는 객관성보다는 주관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큐레이션은 기계로 완전히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속성을 고려한다면 최선의 큐레이션 체계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전문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사람이 주관성을 결합하는 형태의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주장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그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 시대에 맞는 역량에 대해서는 현상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속성을 읽는 일이다. 그리고 변화의 속성에 부합되는 역량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큐레이션은 과잉공급 사회에서 불필요한 낭비적 요소를 제거함과 동시에 창조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를 내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속성이 되고 있다. 엘빈토플러는 이미 45년 전에 그의 저서 ‘미래의 충격’에서 ‘미래에는 모든 것이 넘쳐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다’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누가 더 과잉공급 사회에서 선별하고 선택하며, 이를 연결, 재배치하는 역량을 갖추느냐… 기업이건 개인이건 간에 이는 차별화된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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