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38

2020년은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한 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최근 유라시아 물류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쏟아진 긴급 공문들
2020년 11월 유라시아 물류업계에 여러 공문이 긴급하게 쏟아졌다.
먼저 베이징 철도당국이 11월 18일 각 철도역에 내린 명령서에 따르면 중국-카자흐스탄 간 국경 혼잡으로 인하여 카자흐스탄 방향으로 향하는 화물열차의 발차를 24시간 지연시키라고 하였다. 그런데 19일에는 22일 18시까지 화물열차의 발차를 중지시키라고 하였고, 22일에는 25일까지 중지하라고 하였다.

중국 서부의 국경교통당국에서도 협조공문이 나왔다. 서북쪽 국경인 알라산코우 지역 당국에서는 세관, 도로, 철도 등의 상황이 혼잡해서 국경 통과 업무가 지연되므로 이를 화주들과 포워더들이 인지하고 업무를 협조해 달라고 통보하였다. 서남쪽 국경 지역인 호르고스 당국도 코로나19와 추운 날씨 등이 겹쳐 물류 업무가 느려지고 있는데, 상당히 엄격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국경 통과가 지연된다고 공지하였다.

그에 뒤질세라 11월 19일 카자흐스탄 철도청에서도 공문이 흘러나왔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간 화물 증가로 인하여 24일부터 12월 10일까지 벌크 화물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즉, 컨테이너 화물과 일부 지정된 벌크 화물만 받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1만 대의 화차가 중국-카자흐스탄 국경 지역에 대기, 지체하고 있는 정체 상황임을 별도 공문으로 공지하였다. 그리고 10월 30일자 카자흐스탄 철도청 공문에는 12월 1일부로 철송료가 인상됨을 사전 통보하였다. 2020년 4분기 현재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공문들은 중국 횡단철도 구간에서 정체와 지연이 반복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철도청에서도 19일 공문이 나왔다. 연해주 지역에 내린 서리의 무게로 케이블이 아래로 쳐지면서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와 철도를 중심으로 한 정상적인 화물 열차의 입·반출이 엄격하게 통제 관리됨에 따라 러시아의 수출입물류가 다소 지체될 수 있다는 긴급 속보였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나 중국으로 운항하는 선사들은 운임 인상 공문을 4분기 내내, 매달마다 화주들과 포워더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선박 부족에 주목 받는 철도운송
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가 물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중에서도 글로벌 해운시장의 대란,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발 미주, 구주향으로 선복을 구하기가 어려운 해였다.

코로나19로 1분기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물동량도 적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나라와 중국은 회복세를 보이는데 반하여 미국과 유럽은 확산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감소했다. 이후 3분기로 접어들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으로의 물동량이 증가하였다.

이번 4분기에는 상반기보다 해상 운임이 약 2배 이상이나 올랐다.그런데 화주들은 선박 부족으로 화물을 선적하기 어렵다. 아시아 항구들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해상 운임이 약 $800/40‘F, 정도 운임이 인상되었고, 부산에서 청도나 연운항으로 가는 SOC 컨테이너는 기존 $500 수준에서 $1,200를 넘어섰다. 중고 컨테이너 가격도 큰 폭으로 뛰어 올랐는데 상반기보다 4분기에 50% 이상 올랐다. 유라시아 내륙 지역은 노후된 중고 컨테이너를 주로 사용하는데, 1분기 $1,800 수준에서 $3,000 수준이 되었다.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 컨테이너마저 부족하니 해상 운임은 더욱 치솟았다. 화주들은 해상운송으로 보내던 화물들을 물류비용이 약간 더 비싸더라도 철도운송 루트로 보내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중국 열차, 발차 지연이 반복되다
중국에서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물량들이 7월 이후 더욱 증가하였다.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으로 가는 화물들은 후순위로 밀렸다. 결국 7월 28일부터 8월 16일까지 약 20일 동안 중국발 중앙아시아향 화물 열차들은 발차 중지라는 상황까지 직면하였다. 너무 많은 화물이 유라시아 횡단철도로 몰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각 지방 당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보조금을 주었는데. 굳이 철도운송을 한다고 보조금을 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각 지방 당국은 보조금을 조금씩 줄여나갔고, 결국 중국의 철도 운송료가 매달 증가하게 되었다.

러시아궤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카자흐스탄 국경에서 화차를 대어야 하는데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화차 수는 부족하였다. 그렇다보니 중국 서부지역, 중앙지역, 그리고 동부지역까지 긴 줄이 밀렸다. 이에 따라 카자흐스탄 철도 운송료도 지난 8월 인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분기 현재 철도운송 물동량은 더욱 증가하였고 11월 중순에도 화물열차 발차 중지가 이루어졌다.

12월 말까지 중국 전역의 화물열차들은 부킹이 마무리 된 상태다. 중국 횡단철도가 너무 밀리고 운임도 많이 상승하자, 이번에는 화주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한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갈아탔다. 4분기는 원래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중국 횡단철도의 전통적인 최성수기다. 여기에 화주들의 움직임 탓에 중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든, 직접 카자흐스탄을 통해 중국횡단철도를 타든, 어느 쪽이든 선적은 지체되고 운송은 오래 걸리며 운임은 오르고 있다. 해상운송만 이용했던 화주들이 철도운송으로 옮겨 탄 이후에는 철도의 빠른 소요일 수 때문에 계속해서 철도운송을 선호할 개연성이 높다.   

트럭운송도 막히다
물량 증가로 인한 지연 탓에 해상이 막히고, 중국 횡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도 막히자 급한 화주들은 중국을 경유해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로 트럭운송을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일부 화주들은 유럽까지 보내기도 한다.

상해나 청도에서 카자흐스탄의 국경인 호르고스나 알라산코우까지는 대략 4,500km이고, 7일 가량이 소요되며 비용은 약 7,000~8,000달러에 달한다. 카자흐스탄 국경까지 철도운송보다 약 3배 정도 비싼 셈이다. 참고로 중국 트럭은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국경에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심지어 유럽의 트럭 운전사들이 대기한다.

11월말 기준으로 카자흐스탄 호르고스 국경에는 약 3,000대의 중국 트럭이 줄을 서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 온 운전사들이 도저히 기다리다 못해 되돌아갈 정도다, 코로나로 인해서 중국측 트럭 운전사와 카자흐스탄측 운전사 간 접촉을 막으려다 보니 국경 통과 절차는 더 엄격해졌고 오래 걸렸다. 빠른 통관 절차를 위해서는 급행료를 내야 하는데 이것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발차 지연 때문에 철도운송보다 더 빠르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트럭운송이 더 늦게 도착하는 상황도 생겼다.

코로나19는 2020년 상반기에는 물동량을 감소시켰으나 하반기에는 해상운송, 철도운송, 트럭운송까지 지체시킬 정도로 물동량을 늘려나갔다. 코로나19 와중에서 유라시아의 물류가 조금씩 변화됨이 보인다.

일대일로가 유라시아 물류시대를 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유라시아 물류를 보다 견고히 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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