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산업의 현황과 고민

류성호 디앤아이로지스 관리이사(물류학 박사)
류성호 디앤아이로지스 관리이사(물류학 박사)

현재 산업과 산업 간의 경계라는 말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전 일이다. 식자재 산업에서도 경계는 허물어지고 기업들은 성장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과거 식자재 기업들의 역할은 식료품과 식품을 조리하기 위한 도구를 구매해서 직접 식당을 운영하거나 식자재 상품들을 식당에 공급하는 영역이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 전통적 사업 영역을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며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식자재 기업의 현황
식자재 기업들은 과거부터 대기업 계열회사 내부의 식당을 운영하면서 구매와 위생, 물류의 기능을 만들어왔고 기업들만의 별도의 관리 노하우를 보유해왔다. 중소형 식자재 도매상들에게 식자재를 구매하던 영역에서는 위생과 콜드체인 관리를 위한 물류체계가 부족하여 상품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식자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중소형 식자재 도매상이 아닌 대형 식자재 기업에게 식당의 운영과 식자재 유통, 구매 등을 맡기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대형 식자재 기업은 식품위생안전관리, 콜드체인 물류, IT시스템, 구매관리, 우수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식자재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왔고 이를 통해 선택이 점점 집중화되고 있고 있다.

대형 식자재 기업들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외식과 프랜차이즈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 단순 식자재 공급자에서 현재는 다양한 영역에서 Player로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도매유통 사업을 통해 농·수·축산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비축했다가 상품의 안정적 공급 통제를 통해 구매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제조 사업을 직접 운영하며 B2B, B2C 영역의 공급 시장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식자재 기업들은 사업 다각화 시장 전략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식자재 산업의 규모
식자재 시장의 규모를 알 수 있는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식자재라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파생되는 영역의 산업 규모를 통해 대략적인 규모를 추정 할 수 있다. 파생되는 영역으로는 식품산업, 非식품산업, 기타식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식자재 시장의 총규모는 약 412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크게 두가지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 번째, B2C 시장은 개별 소비자가 직접 소비하는 시장으로 약 268조 원의 규모이다. 이는 식자재 시장의 약 65% 수준이며 소비자 접점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대형, 중소형, 온라인 유통 소비시장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B2B 시장은 기업 간의 거래 영역으로 약 144조 원 규모로 전체 식자재 시장의 약 35%를 차지한다. 이 시장은 식자재 기업들이 활동하는 영역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경쟁이 아주 치열한 시장이다. 식자재 대기업, 중견기업, 소매유통기업, 지역별 식자재마트, 식자재 온라인 기업 등이 존재하며 무한 경쟁구조 속에 존재하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식자재 산업이 처해 있는 ‘위기’
식자재 공급 기업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주는 다양한 도전적인 요인들 속에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다. 

첫 번째는 원재료 상승이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매년 2∼3%이상 상승하고 있고 이는 식자재 기업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식사를 하는 고객들은 밥값 인상을 인정하는데 인색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때문에 식자재 기업이 소비자 물가상승 만큼 가격을 인상하면 해당 기업은 식당 운영을 위한 재계약은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식자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가장 크게 고민하는 문제이다.

두 번째는 인건비 상승이다. 식자재 시장은 저가의 공급시장이고 低마진 구조의 산업으로 인건비 상승은 기업 운영에 치명적인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식자재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노동집약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인건비 상승에 아주 민감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 번째는 무한 경쟁시장이다. 식자재 공급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점점 더 확대되고 해당 기업들의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급 수주를 위하여 低마진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하고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출혈 경쟁구조는 상품을 공급해주는 기업들과 농산, 축산, 수산물산지 생산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다가가고 있다.

네 번째는 안정적 공급망을 관리하는 문제이다. 식자재 시장은 콜드체인(Cold Chain)을 기반으로 공급망이 형성되어 있다. 소비자들은 위생안전에 대한 문제 인식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물론 법적인 식자재 관리 기준 또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공급망 관리에도 어려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식자재 기업은 물동량 증감을 예상하여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중장기적 공급망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실은 물류센터 확보 계획보다 식자재 공급 규모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로 인한 안정적인 공급망의 운영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섯 번째는 사업의 다각화이다. 산업 간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다양한 기업들의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것이 식자재 기업들의 화두이다. 과거에는 생산자, 도·소매상, 유통업자, 소비자의 구조로 명확한 식자재 공급 생태계의 경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유통망 간소화와 온라인 소비시장의 확대로 식자재 공급 생태계는 경계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식자재 기업들은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여야 하는 현실이다. 그리하여 직접 산지를 운영하는 형태의 거래, 직접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조 공장을 운영, 식품 수·출입 직접관리, 프렌차이즈 브랜드 운영 등으로 다각화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불안정한 배송시장이다. 식자재는 콜드체인 설비가 구비된 냉장·냉동 차량을 기본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과거에는 식자재 공급에 대한 식품의 법적 규제가 약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부족하여 문제되지 않았으나 현재 콜드체인의 유지는 기업 운영에 가장 기초적인 준수 사항이다. 하지만 콜드체인 설비가 확보된 차량 수급이 어려워 배송의 문제는 식자재 기업들의 존립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일반 배송차량을 통해 배송을 했던 공급영역이 현재는 유상운송의 영업용 번호판을 사용해야 한다. 2000년 초부터 화물자동차 영업용 번호판의 공급 규제는 현재 수요 공급의 불안정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식자재 기업들은 이러한 식자재 산업의 환경변화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식자재 시장이 좋은 상품을 값싸게 구매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이윤을 추구했다면 현재는 물류 기능을 중심으로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 중요한 결정요인이 되고 있다. 공급망관리(SCM)를 통해 식자재 구매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고 더불어 식자재 기업의 도덕적인 이미지 쇄신은 물론 사회적 기업의 책임을 다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갖춘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고 식자재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생존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식품시장의 발전을 위하여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영역이자 기업들의 고민과 노력 속에서 식자재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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