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배송 별도 입찰, 하지만 통관이 배송에 영향 미칠 듯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지난 3월 14일 라스트마일(택배)과 수입통관에 대한 입찰서류를 관련 기업에게 발송하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물류 서비스업체 선정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라스트마일(택배)과 수입통관에 대한 입찰을 오는 21일 6시 마감한다. 이번 입찰은 알리의 물류서비스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발송된 것으로 보이며 업계에서는 10개 내외의 기업에게 입찰기회가 부여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5월 31일까지 약 1년간이다.

그동안 수의계약을 통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알리가 처음으로 경쟁입찰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경쟁입찰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유는 알리의 물동량에 대해 통관과 택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고 각 기업마다 처리할 수 있는 처리량이 정해져 있는데다 경쟁관계에 있는 테무의 성장세가 커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크다는 설명이다. 

알리가 기업들에게 제공한 입찰 서류에 따르면 2024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의 예측 물동량은 약 1,235만 건이다. 중량으로 분류했을 때 2kg미만이 93.17%로 가장 많은 것으로 예측되어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알리가 제공한 수치보다는 물동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알리는 3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물동량을 약 96~97만 건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실제 물동량은 알리가 제시한 물동량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리가 예측한 물동량보다 실제 물동량이 적다 하라도 절대적인 물동량에서는 작지 않다. 때문에 실제로 이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 택배 기업들 중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정도로, 결국 라스트마일(택배)과 관련해서는 3개 기업의 경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알리가 적시성, 품질, 서비스 등의 지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패널티 조항을 적시하고 있어 이를 대응 할 수 있는 기업은 3개사 정도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알리의 입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본적으로 국내 택배 3사가 단가 경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굳이 알리가 아니어도 택배 처리 케파를 채울 수 있는 물동량이 있기 때문이다. 또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성공할 경우 향후 패널티 조항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예측의 중심에는 테무가 있다. 테무의 성장속도는 알리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으로 물동량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업계에서는 현재 월 처리 물동량의 차이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가까운 시간 내에 물동량의 간격이 거의 없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3사 모두 알리와 테무의 물동량을 높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케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현재 알리와 테무를 한꺼번에 품을 수 있는 택배기업은 없다”며 “알리의 물동량을 가져가지 않는 기업에서 테무의 물동량을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7월 계약이 종료되는 G사의 경쟁입찰이 5월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도 알리의 경쟁입찰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익적인 측면에서 G사가 알리나 테무보다 나은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알리, 테무, G사를 비교했을 때 알리의 택배 판가가 가장 낮기 때문에 가장 매력적이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입통관에 대한 입찰도 라스트마일(택배)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수입 통관량은 정해져 있다. 알리나 테무의 직구 물품이 빠르게 배송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통관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자체통관시설을 활용하지 않을 경우 통관이 늦어지면서 배송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현재 통관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통관 기업과 계약하고 이 통관기업은 다시 대형 자체통관시설을 갖추고 있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과 계약을 통해 통관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자체통관시설을 갖추고 있는 CJ대한통운이나 한진 등도 통관장이 포화 상태이다. 즉, 국내 수입 통관의 경우 자체통관시설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 유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배송 시간을 줄여야 하는 알리 입장에서는 통관을 주관할 수 있는 기업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택배 3사가 자체 통관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통관은 배송 경쟁입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관기업을 별도로 선정하더라도 결국 통관기업은 자체통관시설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통해 위탁통관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통관시간 지연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알리가 한국진출 후 처음으로 물류서비스와 관련해 경쟁입찰에 나섰다. 알리의 물동량은 물류기업들에게 매력적이다. 또 많은 물류기업들이 알리의 입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변수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경쟁입찰의 주체는 알리지만 결국 시장의 평가를 받는 것도 알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입찰의 흥행여부가 물류시장에서 알리를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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