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물류인프라에 3년 간 3조 원 이상 대 단위 투자 나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중국기업들의 공세에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대단위 물류 인프라 투자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물류인프라는 지금의 쿠팡을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만큼 향후 투자 규모와 전략에 따라 관련 시장의 판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쿠팡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물류인프라에 3년 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물류시설 투자 발표 이후 나온 소식이어서 본격적인 시장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팡의 투자는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과 첨단 물류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이 포함된 수치다.

투자 내용을 살펴보면 쿠팡은 오는 2026년까지 경상북도 김천, 충청북도 제천, 부산, 경기도 이천, 충청남도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이상에 순차적으로 신규 풀필먼트센터(FC)를 조성하고 이를 위한 설비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와 대전은 올해 물류시설 투자를 마무리하고 운영을 시작하면서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부산과 이천 FC는 2분기에 착공하고, 김천 FC는 3분기 중에 건축을 시작할 예정이다. 충북 제천 FC는 4분기 착공에 들어간다.

쿠팡의 이 같은 대단위 물류인프라 투자는 오는 2027년까지 ‘전국 인구 100% 무료 로켓배송‘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현재 쿠팡은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물류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쿠세권 확대가 시작되고 2027년에는 약 230여개 시군구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할 전망이다.

중국업체들과 달리 인구 감소지역에 전 방위 물류 인프라로 국민 편의 높여
쿠팡의 이번 인프라 투자는 기존 투자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물류인프라 투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화물 처리를 위해 거점 확대에 나선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수도권과 인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망 확대를 위한 물류서비스 확장에 나서는 것과 달리 쿠팡의 로켓배송 확대 범위는 대부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가감소지역(전체 89곳)들이다.

쿠팡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 여파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곳에 물류인프라를 확대해 해당 지역의 물류는 물론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은 현재 강원도 삼척과 전북 김제, 전남 영암 등 17곳에 쿠세권을 운영 중인데, 투자가 진행된 3년 뒤에는 인구감소 지역 60여 곳 이상에서 무료로 로켓배송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대표적으로 경북 봉화, 전남 고흥·보성, 경북 의성·영양·청송, 경남 합천?등 고령화(65세 이상) 비중이 40%가 넘는 지역들에 로켓배송이 도입될 전망이다. 전남 구례·곡성, 전북 진안·장수·임실·순창, 경북 영양, 대구 군위 등 지방소멸의 마지노선으로 뽑히는 ‘인구 3만 명’이 붕괴된 지역들도 포함된다.

경남 거창·남해·하동, 전남 화순·함평·영광, 충북 괴산·단양, 충남 청양, 강원 철원 등을 비롯해 행안부에서 지정한 여러 인구감소지역들에 진출할 계획이다.

쿠팡이 배송 취약지역에 투자를 늘리는 배경으로는 유통망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장보기 사막’에 투자함으로써 쿠세권 확대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가 있다. 
   
대표적으로 인구가 크게 감소한 폐광촌인 강원 삼척 도계읍은 지역민들이 대형마트가 없어 30분 이상 차를 타고 장 보러 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 로켓배송 시행 이후 한달 5,000건 이상 주문이 몰리며 지역에 활력이 돌고 있다. 젊은 2030세대 부부들이 많지만, 장보기 인프라가 부족한 경남 사송 신도시 역시 지난해 6월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매일 1,000~1,500건의 주문이 몰리며 로켓배송으로 거주의 질이 크게 올랐다. 관련지역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있지만 거시적 관점에선 쿠팡의 배송권역 확대의 경우 시장변화에 새로운 전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신규 FC와 배송망 확대는 관련지역에 고용도 크게 늘리면서 서울·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층이 다시 지방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예상된다. 지난해 상반기 쿠팡 전체 직원(6만 명 이상) 가운데 청년(19~34세) 비중은 2만 명 이상이다. 현재 투자를 진행 중인 여러 지역의 풀필먼트센터당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을 고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고용위기 지역인 경남 창원시 진해구다. 이곳은 2021년 문을 열어 투자를 확대한 창원 FC에 현재 전체 고용인원만 2,500여명 이상으로 상당수가 청년 중심의 창원 지역 거주자들이다. 당시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줄어든 일자리를 쿠팡 투자로 대체한 셈이다.

물류인프라 지속 투자, 산업시장 전반 선순환 구조 구축해
쿠팡은 지난 10년 간 6조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선순환 결과를 만들어왔다. 쿠팡의 로켓배송망 확대는 지방의 멤버십 가입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어 유통량 증대는 물론 배송료와 이동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특히 쿠팡이 새롭게 쿠세권으로 진출하는 상당수 지역은 도서산간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지역 내 무료배송 혜택이 제공된다.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제주도와 우도의 와우 멤버십 회원들은 2020년부터 건당 4,000~5,000원의 추가 택배 배송료 없이 무제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무료배송·배달·반품·직구와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등 ‘5무(無)’가 가능한 와우 멤버십 혜택도 확대한다. 쿠팡은 최근 배달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배달’이라는 서비스를 더해 와우회원 ‘배달비 0원 시대’를 열었다.

한양대학교 강형구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쿠세권 확대는 현 시대의 소비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막대한 신규 고용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특히 지방 식료품 사막지역의 무료 로켓배송 활성화는 고령화와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거주 매력도를 높여 지역균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