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갈까’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관심도 높지만 물류시장의 관심도 높다.

알리와 테무는 국내에서 가성비 직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품질은 보장할 수 없지만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얻으면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알리의 경우 배송시간을 7일로 당기고 가품 논란 등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 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알리와 비슷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는 테무는 모든 상품 무료 배송을 전면에 내세우고 알리와 차별화 해 사용자의 수를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가 현재의 영향력을 이어가면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물류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중국내에서 빠르게 국내로 상품을 보낸다하더라도 국내 통관과 배송이 늦어지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져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와 물동량이 늘어나도 직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통관과 배송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계에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사용자수 경쟁에 이어 물밑에선 통관 경쟁하는 알리와 테무
알리와 테무를 국내 시각에서는 중국 플랫폼으로 묶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위협요인으로 본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알리와 테무는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이다. 특히, 두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은 상당히 유사하다. 직구만 살펴보면 알리는 무료배송에 일정 조건이 있는반면 테무는 무조건 무료배송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차이정도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알리의 사용자들이 테무로 갈아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여러 수치를 봤을 때 실제 활성화 고객수의 성장률이 테무가 알리에 2~3배 정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알리도 국내 시장에서 테무의 성장률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용자수 성장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알리와 테무도 배송품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물밑에선 국내로 들어오는 첫 번째 관문인 통관에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사실 통관 이후에는 국내 택배시스템을 통해 고객에게 배송되기 때문에 배송속도의 차이는 통관에 걸리는 시간이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알리와 테무, 두 개 기업 모두 기본적으로 항공과 해상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고 국내에서 통관절차를 거쳐 배송된다. 문제는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입 통관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알리와 테무 외에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직구 상품은 물론 수입하는 모든 기업들과 통관량 확보를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특히 국내로 들어오는 상품에 대한 통관량이 정해져 있는데 현재 수입되는 량이 통관량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국내에서 한 달에 처리할 수 있는 총 수입 통관량은 현재 월 2,100만 건 정도 이다. 인천신항에 들어설 예정인 통관장을 합쳐도 한 달에 처리할 수 있는 통관량은 2,200만 건 정도로 예상된다. 이 처리량 안에서 전자상거래 수입통관도 처리해야 한다. 관세청의 수입상거래 수입통관 현황에 따르면 2023년 목록통관과 EDI수입신고(간이신고+일반수입신고) 건수는 총 13,144만 건으로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095만 건이다. 이 수치는 EMS(전자상거래물품 포함)로 반입되는 건 중 현장 면세된 건은 제외된 수치이다. 즉, 1,095만 건 보다 더 많은 양이 전자상거래로 수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매월 처리할 수 있는 통관 케파에서 절반 정도 이상이 전자상거래 수입통관 물동량이라는 의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중국 직구 물동량은 월 1,400~1,500만 건 정도 이며 이중 자가통관(민간기업의 자체통관시설)이 350만 건 정도 되며 나머지는 위탁통관(통관사가 자가 통관 기업에게 위탁하는 통관) 또는 세관이 운영하는 통관장을 통해 국내로 반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통관량 중에 현재 알리와 테무의 직구 수입량은 월 750만 건 정도로 파악된다. 알리가 월 600만 건, 테무가 150만 건 정도이다. 테무의 물량이 알리에 비해 절대적인 숫자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지난해 7월 서비스 개시 후 8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로 상품이 들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물동량의 증가율은 상당히 빠른 상황이다. 중국 이커머스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는 물류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첫 시작을 한 8월에는 10만 건 안쪽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150만 건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테무의 경우 마케팅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하고 있지만 국내로 유입되는 상품이 늘어나면서 국내 통관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직구 상품이 들어오는 루트는 크게 인천공항, 김포공항, 인천항, 평택항 부산항이다. 하지만 이도 부족해 통관량을 늘리기 위해 군산항도 테스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을 통해 들어오는 상품은 대부분 평택항을 통해 들어온다. 하지만 지금은 알리도, 테무도 해운보다는 항공화물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속도가 느려도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해상 운송을 이용해 평택항을 이용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빠른 배송을 위해 인천 공항을 이용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알리나 테무 모두 빠른 배송의 레벨을 맞추기 위해 항공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서 한국으로 운송되는 속도도 차이가 나지만 항만의 경우 선사에서 컨테이너를 내려서 통관장까지 가는 통관리드타임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특송 화물에 더 최적화 되어 있는 인천공항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천공항의 통관량도 최대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통관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 알리나 테무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자체통관시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설들도 이미 처리량을 넘어서는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에 자체 통관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국내 중소기업,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이 있지만 이중에서 월 통관량이 100만 건을 넘길 수 있는 곳은 CJ대한통운과 한진 두 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에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은 대략 CJ대한통운이 170만 건, 한진이 110만 건으로 총 280만 건 정도이다. 다시 말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이커머스 물량은 물론 알리와 테무에서 들어오는 직구 상품만으로도 통관량이 넘어서는 상황이다. 물류기업 한 관계자는 “광군절과 같은 때 국내로 직구로 들어오는 상품은 2,300만 건 이상인 경우도 있다”며 “통관량을 넘어서 들어오는 상품은 통관 대기로 최종소비자에게 가는 배송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배송품질에 문제를 발생시키고 이는 재구매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꾸준히 국내 판매가 늘어나는 알리나 이보다 더 급격하게 판매가 늘어나는 테무 입장에서 통관량 확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셀러 늘리는 알리, 국내 물류센터 세울까?
현재 알리는 국내에서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등 한국에서 물류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하고 공격적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국내 셀러를 대상으로 입점수수료와 판매수수료가 면제되는 ‘K-venue(케이베뉴)’를 론칭한 후 지난 2월에 추가로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확장해 가고 있다. 때문에 알리가 국내 물류시장에 직접 진출해 물류인프라를 만들고 쿠팡과 같은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국내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실제 중국 상품을 소싱해 국내에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국내에 수입업체를 선정하거나 한국 법인을 설립한 후 정식 수입 절차를 거쳐 상품을 수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수입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국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 관계자는 “전자제품은 물론 수입한 상품에 대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알리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국내 인증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증을 받더라도 정식 수입에 따른 관세, 세금, 법인을 세울 경우 법인세 등 부대비용이 발생하게 되면 현재의 저가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빠른 배송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내에서 직접 물류서비스를 하게 되면 현재 가장 큰 강점인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의미다. 다른 관계자 역시 “사실 알리는 글로벌 SCM을 구축한 기업으로 불가능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식 수입을 통할 경우 세금, 인증 등에 들어가는 비용들이 원가에 포함 될 것이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텐데 이를 헷지하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실제 알리가 국내에서 직접 진출한다 하더라도 쿠팡처럼 물류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보다는 네이버처럼 국내 물류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알리가 케이베뉴를 강화하면서 국내 제조기업이나 셀러를 모집해 이를 바탕으로 국내 물류인프라 구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국내 물류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알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케이베뉴의 수수료 면제정책은 얼마가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내 셀러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물류전문가는 “알리는 기본적으로 적자전략이 아니라 처음부터 흑자전략을 사용해 왔다. 현재 국내 기업들에게는 입점수수료,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해 25~30%정도 적자가 나고 있어 이 전략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내 제조 기업들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금액보다 알리에 더 비싼 판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 면제 정책이 없어지면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네이버를 이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알리나 테무가 이미 다른 국가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시장을 공략해왔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다른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험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라며 “현재 시점에서는 불가능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알리나 테무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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